3.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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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에 내려온 다음 해부터 우리는 의욕적으로 영지 개발에 착수했다.

겨우내 마을 아낙들이 열심히 짠 태피스트리는 성의 메인 홀과 복도에 걸려 성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고, 크게 개선된 노동 환경에 사용인들의 표정 역시 좋아졌다.

사용인들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거나 뭔가를 줄 때도 많았다.

“마님! 이, 이거…….”

“좋은 아침이네, 테오도르. 그런데 그건 뭔가?”

내 곁에 있던 안나가 나 대신 하인 테오가 건네는 것을 받았다.

“오, 오, 오늘 아침에 사, 산에 나무를 하러 가, 갔다가, 개가 따, 땅을 파기에…….”

테오는 나무를 하고 장작을 패는 하인이었는데, 수줍음이 많고 말을 더듬으면서도 내 앞에 자주 알짱대는 사람이었다.

사실 그가 하는 얘기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웃어 주곤 했다.

“어머, 이건!”

광목 수건에 싸인 것을 열어 본 안나가 작게 감탄해서 들여다보자, 거기에는 작은 흙덩이 같은 게 두 알 놓여 있었다.

“이게 뭐야?”

“트러플이에요, 마님. 캐기가 힘들어서 귀한 건데…….”

“어? 이게 그 트러플이라고?”

놀라운 일이었다.

전생에 트러플 오일이 0.00001%쯤 들어 있는 ‘트러플 뭐시기 감자칩’을 먹어 본 적은 있었는데, 진짜 트러플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런 귀한 걸 그냥 받을 순 없지! 내가 이걸 자네한테서 사는 거로 할게.”

“아, 아, 아닙니다! 그냥, 서,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

테오는 그렇게 어물어물 말하다가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전생에서 향도 제대로 못 맡아 봤던 걸 진짜 먹어 보게 되다니, 빙의 한 번쯤은 할 만하네.’

솔솔 올라오는 트러플의 특이한 향을 맡다가 나는 그걸 주방에 전해서 저녁 식사에 써 달라고 말해 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송아지 고기 위에 놓인 트러플을 먼저 눈치챈 건 킬리언이었다.

“트러플이군요. 성에 버섯 장수라도 다녀갔습니까?”

“아뇨! 이건 테오가 캐다 준 거예요. 나무를 하러 산에 갔는데, 데려간 개가 갑자기 나무뿌리 쪽을 파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두 덩이나 캤는데, 그걸 저 먹으라고 선물로 줬다니까요?”

“……테오?”

킬리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네. 테오도르요. 우리 성에서 장작을 패고 불을 때는 하인이에요.”

“젊은 남자입니까?”

“어…… 한 20대 후반쯤?”

포크를 쥔 킬리언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킬리언? 왜 그래요? 입에 안 맞아요?”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흠.”

킬리언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얼굴로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물었다.

“이런 일이 잦습니까?”

“이런 일? 무슨 일이요?”

“아니, 뭐…… 하인들이 선물을 준다든가…….”

“어휴, 이게 다 제 노력의 결실이라고요!”

“노력……?”

킬리언의 표정이 더 이상해졌지만 나는 내심 뿌듯해서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처음 성에 왔을 때, 사실 당신한테 말은 안 했지만, 성의 사용인들이 저에 대한 반감이 있었어요.”

“뭐라고요? 그걸 왜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이렇게 흥분할까 봐서요.”

킬리언은 지적당할 줄 몰랐는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새 주인을 맞게 돼서 당황스러웠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을 윽박질러 가며 억지 충성심을 만들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성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줬죠.”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