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플래시백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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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 한 시간 뒤, <밀레인 서점> 근처에서는 어떤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가 금세 사라졌다.

물론,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거기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제 됐어. 하아…… 제발 빨리 죽어라…….’

리제는 ‘에디트 아가씨는 어디 계시냐.’는 안나에게 자기도 에디트를 찾는 중이라고 둘러대고는 그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마음이 급해진 안나는 <밀레인 서점>이 있는 골목 안쪽으로 달려갔지만, 고작 안나의 힘으로는 프레드 시실리를 막지 못할 터였다.

[에디트 루드윅이 악녀로서 사망하면 이야기가 원래의 궤도를 되찾습니다. 사망까지 앞으로 3분.]

그토록 기다렸던 안내였다.

그리고 리제가 그 안내를 듣자마자 눈앞에 킬리언이 나타났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킬리언이 왜 여기 있지?’

리제는 깜짝 놀랐지만 킬리언은 더 놀란 얼굴이었다.

“리제? 왜 너 혼자야? 에디트는?”

“저, 저도 에디트를 찾고 있었어요. 에디트가 갑자기 없어져서…….”

놀라기는 했지만 리제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응했다. 에디트는 이제 곧 죽을 테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

그때 골목 안을 뒤지던 안나가 튀어나와 킬리언을 붙들었다.

“에디트 아가씨는 저 골목 밖으로 나온 적 없으세요!”

그와 동시에 이 세계의 시스템이 불길한 안내를 반복했다.

[에디트 루드윅이 악녀로서 사망하면 이야기가 원래의 궤도를 되찾습니다. 사망까지 앞으로 3분.]

사망까지의 시간이 연장된 것이다.

요트 사고 때의 데자뷔 같았다.

‘도대체 무슨 수로 시간을 번 거야?’

리제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는 사이, 킬리언은 재빠르게 골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리제는 어서 빨리 에디트가 죽기를 빌고, 킬리언과 안나는 에디트가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를 비는 사이, 죽음까지의 시간은 두 번이나 더 연장됐다.

그리고 마침내 와장창, 하는 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골목 맨 끝의 폐가로 킬리언과 기사들이 뛰어 들어갔다.

“안 돼……!”

리제가 낮게 신음했지만, 시스템은 가차 없이 리제에게 패배를 선언했다.

[원작자의 과도한 개입에 의해 원작의 흐름 일부가 무너졌습니다. 원작이 더욱 훼손되었습니다. 원작자의 지배력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리제는 맥이 탁 풀렸다.

시스템의 안내를 듣고 난 뒤, 아닌 게 아니라 캐릭터들에게 뻗을 수 있는 지배력이 30% 정도로 줄어들었다.

지배력 30%의 킬리언이 얼마나 제멋대로 움직였는지 떠올려 본다면, 그 정도의 지배력은 있으나 마나였다.

허탈한 마음을 안고 저택에 돌아와 뒷얘기를 들어 보니, 에디트는 프레드 시실리를 ‘말’로 설득했다는 것 같았다.

‘이런 건 엑스트라에게는 벌어지지 않을 행운이야.’

현실이라면 에디트는 제대로 반항조차 못 하고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로판 속의 세계였고, 로판의 클리셰는 주요 인물에게 죽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에디트의 ‘주인공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한 작품에 여주인공이 둘일 수는 없어…….’

그 생각에 리제의 손이 덜덜 떨려 왔다.

‘3단계 조건까지 가기 전에 죽여야 해. 반드시!’

리제는 목에 칼이 들어온 기분으로 마지막 에피소드인 영지전과 납치 사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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