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뭐야?”
“수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과점 중 하나인 <페리도트>입니다. 저곳의 몇몇 제품은 가게가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도 사기 힘들다고 유명하죠.”
“와…… 그렇게 맛있어?”
“저도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귀부인들이 다른 집을 방문하는 날에는 꼭 하인들을 시켜 저곳의 딸기 타르트를 사 오게 한다고 합니다.”
굉장히 구미가 당겼지만 하인들을 고생시키면서까지 먹어야 하나 싶기는 했다.
어쨌든 우리는 차나 케이크가 아니라 식사를 해야 했다.
나는 안나를 데리고 야외 테라스가 멋진 레스토랑에 입장했다.
연둣빛 잎사귀가 가득 돋아나고 있는 공원 옆의 레스토랑이라서 테라스에서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켜며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귀족들이 드나드는 레스토랑이라 음식값이 비쌌지만, 나는 귀찮은 기색 없이 나를 따라 다녀준 안나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로 했다.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사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해.’
전생에 돈을 아끼려고 도시락을 꼬박꼬박 싸 다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탕비실에 혼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자면 누군가는 짜증 내며 창문을 벌컥 열기도 했고, 누군가는 청승맞다는 듯 바라보기도 했다.
‘그래, 돈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야. 타인한테 감정적인 뭔가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돈을 믿자.’
씩씩해지려고 애써 나 자신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타인의 호의를 참 쉽게도 얻어내던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
하지만 벌써 맥빠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치즈와 햄을 곁들인 빵과 농어 요리를 안나와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슬그머니 본론을 꺼내기 위해 바보인 척을 했다.
“평민들은 집에 마차가 없다며? 그럼 여행을 갈 땐 뭘 타고 가?”
“마차를 빌리기도 하고, 장거리 마차에 삯을 내고 타기도 합니다.”
“그럼 중간에 들르는 곳에서는 여관에서 묵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
“돈이 있는 사람들은 여관에서 묵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노숙을 하기도 하지요.”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면 장거리 마차를 타는 법, 여관에 묵는 법 등을 미리 알아둬야 했다.
“와, 신기해. 장거리 마차는 어디서 타는 거야?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러실 테지요. 장거리 마차는 귀족가의 마차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으니까요. 지붕 달린 수레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윽. 승차감이 영 안 좋을 것 같은데?”
“그래서 다들 멀미약을 챙긴다고 합니다. 수도에서 장거리 여행 마차들이 모이는 곳은 남문 근처랍니다.”
오케이. 수도 남문 근처에서 장거리 마차. 멀미약 미리 준비할 것.
“여관 같은 데서 묵으려면 사람을 보내서 예약해 두는 건가?”
“보통은 그냥 보이는 여관에 들어가서 방이 있으면 묵는 거고 아니면 못 묵는 거죠. 돈이 없는 사람들은 마구간에서 자기도 하고요.”
“마구간에서 잔다고? 왜? 여관비가 비싸?”
“싼 곳은 하룻밤에 3천 세나 정도지만 비싼 곳은 7천 세나까지도 하니까 평민들에겐 비싼 편이죠.”
여관비는 하룻밤에 5천 세나 정도로 잡아야 한다는 거지? 머릿속에 입력 완료.
나는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사실이긴 하지만- 아가씨처럼 신기한 얼굴로 여행에 대한 대화를 마쳤다.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루드윅가의 사용인인 안나가 내 외출과 관련한 보고를 올리지 않을 리 없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까.
“더 필요한 것은 없으세요?”
“아냐. 오늘은 그냥 옷에서 떼어낸 보석들 처분하고 금고나 개설하러 나온 거니까. 안나가 같이 다녀준 덕분에 기분도 많이 좋아졌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