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원작대로 셰인이 공작저를 습격했을지도 모르지만, 공작 부인과 리제가 납치된 게 아니니 내 목이 날아갈 일도 없을 것이다.나는 다들 긴장하고 불안에 떠는 와중에 혼자 안도했다.
우리는 기사단의 안내를 받아 빠르게 신원 확인을 하고 마차에 올랐다.
신원 확인을 하는 도중에 저택에 보냈던 기사가 저택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기에 나는 더욱 안도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아직 내가 3단계 예외 조건을 충족했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확실히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건지 아직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에디트.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 괜찮을 거야.”
내 표정이 불안해 보였는지 공작 부인이 나를 달랬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탄 마차는 어두운 밤길을 빠르게 달렸다.
공작가라서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연회장을 나설 수 있었던 덕분에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적했다.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공작 부인도 걱정을 멈출 수는 없는지 말이 없었고, 리제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불안에 떨었다.
마차 안은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만 크게 들릴 뿐, 아주 조용했다.
‘이상하네. 왠지, 너무 조용한 것 같은…….’
생각을 없애 버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내가 뭔가를 생각하면 그에 따른 에피소드가 벌어진다는 걸 눈치챘으면서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누, 누구냐!”
호위 기사의 외침, 그리고 긴 말 울음소리와 함께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꺄악!”
“무, 무슨 일이냐!”
리제와 공작 부인이 소리치며 서로 껴안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나는 넘어지지 않게 마차 벽을 짚으며 창밖을 내다보기 위해 노력했다.
검끼리 맞부딪치는 날카로운 소음이 귓전을 때렸고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건 확실해졌다.
‘설마……!’
나는 서로 부둥켜안은 공작 부인과 리제 위를 내 팔로 감쌌다.
그리고 그때, 마차 문이 벌컥 열렸다.
“오랜만이구나, 에디트.”
“제기랄…….”
머릿속으로 온갖 욕설이 뒤섞였다.
내게 인사한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셰인 리겔호프였으니까.
복면을 썼어도 그 음험한 눈매나 기분 나쁜 목소리를 착각할 수는 없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3단계 예외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중요한 에피소드는 그대로 일어나는구나……!’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그 와중에 셰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리제의 팔뚝을 잡았다.
“이리 와!”
“꺄아아악!”
그리고 셰인이 들어온 반대편의 마차 문이 열리더니 복면을 쓴 사내들이 공작 부인과 나를 끌어내렸다.
“리제! 리제!”
공작 부인은 셰인에게 끌려가는 리제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훈련받은 용병의 힘을 나이 든 부인이 이길 수 있을 턱이 없었다.
“그 손 놔! 어머님!”
나는 용병들에게 우악스레 끌려가는 공작 부인을 향해 소리쳤다.
“리제를 놔줘! 리제! 리제!”
그러나 공작 부인은 내가 아닌 리제만을 찾았다. 그녀에게는 오로지 리제밖에 안 보이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