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는 어떤 스타일로 추천해 드릴까요?”“내 아내의 드레스와 좀 맞췄으면 하는데…….”
“어머, 로맨틱해라!”
“……그런가.”
의상실 주인의 콧소리에 굳어지는 킬리언의 얼굴을 보고, 나는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유명 의상실이라는 얘기가 거짓은 아닌 모양인지, 의상실 주인은 능숙하고도 진지한 태도로 킬리언의 연회복을 추천해 주었다.
짙은 푸른색 원단을 쓰고 라펠이나 소맷단에 금사로 장식을 넣어 평소 킬리언이 입던 것보다는 화려해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내 드레스와 같이 놓고 보면 은근히 커플룩으로 보이는 연회복이라 나도, 킬리언도 마음에 들었다.
“이걸로 하지.”
“정말 잘 선택하셨습니다. 두 분이 이 옷을 입고 연회에 가시는 모습을 못 보는 게 안타깝네요. 정말 아름다우실 거예요.”
그는 그 모습을 상상해보기라도 하는 듯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우리를 쳐다봤다.
‘역시 부담스럽다…….’
그런 생각을 하며 킬리언을 쳐다봤는데 그 역시 나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우리는 동시에 웃음이 터져서 고개를 숙이고 키득거리다가 의상실 전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나왔다.
“너무 한 번에 결정한 것 같기도 하군요. 몇 벌 더 입어봐도 좋았는데…….”
“아니에요. 정말로 그 드레스가 마음에 들었어요. 솔직히, 당신 눈썰미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뭐, 안목이 높다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아, 예예. 그러시겠죠.”
우리는 또 농담을 나누며 키득거렸다.
“나온 김에 부츠와 구두도 맞추기로 하죠.”
“아, 맞다! 그러기로 했었죠?”
“원래는 좀 더 일찍 갔어야 했는데…….”
킬리언은 또 내가 익사할 뻔한 일을 곱씹는지 안색이 안 좋아졌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의 팔에 내가 먼저 팔짱을 꼈다.
“어서 가요!”
킬리언은 나와 팔짱 낀 팔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상실이 있던 거리가 르벨마리 거리와 가까웠기에 우리는 산책 겸 걸어서 구두 가게로 향했다.
“우와!”
르벨마리 거리로 발을 들이자 한동안 잠잠했던 ‘우와’가 나왔다.
다르서스 거리도 귀족들의 거리라 고급스럽고 볼거리가 많았는데, 르벨마리 거리는 정말이지 여성들을 위해 특화된 거리 같았다.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꾸민 가게도 많았고, 여성스럽고 우아한 가게도 많았다.
카페들도 다르서스 거리의 카페들보다 외양에 더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었다.
눈요기할 게 많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르벨마리 거리를 구경하는 것보다 더 좋았던 건 어딘지 미안해하는 것처럼 들리는 킬리언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그동안 자주 나와볼 걸 그랬군요.”
그동안 우리가 그럴 사이가 아니었다는 건 나도 알고 킬리언도 안다.
그래도 저런 말을 해준다는 게 어딘가.
나는 대답 대신 활짝 웃으며 그와 함께 구두 가게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아! 루드윅가의 공자님이시군요. 이쪽은……?”
“저번에 말했던 대로, 내 아내일세. 부츠 두 켤레와 구두 한 켤레를 주문할까 하는데.”
“그러시군요. 이쪽으로 앉아주십시오. 금방 본뜰 종이를 가져오겠습니다.”
가게 주인은 싹싹하게 우리를 맞고 신발 제작을 위한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