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남자를 에디트 리겔호프가 홀려놓은 거지. 제기랄!’감히 쳐다볼 생각도 못 했던 여자가 매력적으로 웃으며 툭툭 건드리니 이 남자가 얼마나 설레고 기뻤겠는가.
프레드 시실리는 거의 에디트의 개가 되었다.
그는 철도 부설 사업에 대한 정보를 아주 탈탈 털어와서 에디트에게 바쳤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선물도 많이 바친 모양이었다.
그러나 얻어야 할 정보를 다 얻자마자 에디트는 그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마약 같은 사랑에 중독됐던 프레드는 거의 미쳐 버리고 말았고, 에디트의 뒤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사랑을 끈질기게 호소했다.
‘그러다가 시실리 자작의 명으로 영지에 내려간 인물인데…… 왜 지금 여기 있는 거지?’
진땀이 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영지로 내려가셨다고 들었는데, 언제 오셨나요?”
“얼마 전에 겨우 근신이 풀렸죠. 아버지 앞에서 당신을 완전히 잊은 척하니까 풀어주시던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당신을 잊었다고 거짓말하는 건데 말입니다. 하하.”
영 분위기가 좋지 않네.
“죄송하지만 지금 제가 좀 바빠서요. 하실 말씀이 있다면 루드윅가로 방문 요청을 넣어주세요. 그럼, 이만.”
나는 생긋 웃고는 그의 옆을 지나치려 했다.
“방문 요청이야 늘 넣었는데 거절당했잖습니까.”
팔이 턱 잡히면서 음산한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왔다.
“이거 놓으세요!”
“싫습니다, 에디트. 이번만큼은 절대 당신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
“꺄아아아!”
나는 그가 내게 위험한 짓을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바로 눈앞에서 사람들이 오가고 있으니 누군가 이쪽을 봐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쪽을 흘끗 쳐다본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도와주세요!”
그러나 내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프레드는 내 입을 우악스럽게 막았고,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모른 척하고 제 갈 길을 가버렸다.
그 남자가 아니라도 분명 내 비명 소리가 저 바깥까지 안 들렸을 리 없는데, 다들 이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뭐, 뭐지? 이럴 수가 있나? 또 원작자가 개입한 거야?’
나는 프레드의 손을 떼어내려 애쓰면서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아무도 내 목소리에 신경 써주지 않는 이유는 프레드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으슥한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여하지 말라. 그게 이 나라의 불문율이죠. 흐흐흐.”
뭐? 그딴 게 어딨어!!
그런데 에디트의 기억에서 그 비슷한 충고가 떠올랐다.
“길을 가다가 대로가 아닌 골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 본대도 절대 참견하지 마십시오.”
“왜?”
“참견해 봤자 아가씨가 책임지지도 못 할 일일 테니까요. 괜한 일을 건드려서 가문에 누가 되지 말라는 소립니다.”
어린 시절, 가정교사 같은 사람이 그런 당부를 했던 적이 있는 모양이다.
‘그게 왜 이제야 떠오르냐고!’
미리 좀 떠올랐으면 애초에 이런 으슥한 골목에 호위 기사도 없이 오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그리고 프레드는 버둥거리는 나를 무시무시한 힘으로 제압한 채 골목 안쪽 어딘가로 질질 끌고 갔다.
내 버둥거리는 꼴을 보고도 아무도 프레드를 말리지 않았다.
‘제국의 수도라는 곳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치안이 개판일 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