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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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 에디트! 이제 우린 영원히 하나예요! 영원히……!”

“누구 맘대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프레드에게 으르렁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뭔가가 프레드를 쳐냈다. 퍽, 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에디트를 내놔아아!”

발광하는 프레드의 목소리는 또다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이 내 위로 불쑥 나타났다.

“에디트! 에디트, 저 보입니까?”

“키…… 킬리언…….”

“하아…… 헤르샨 님, 감사합니다…….”

킬리언이었다.

킬리언이, 날 또 구했다.

‘여길 어떻게 알고 왔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게 궁금했다. 하지만 그걸 물어볼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킬리언은 저와 함께 온 기사들에게 프레드를 결박하라고 명령했고, 뒤늦게 따라온 안나가 내 모습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가씨!”

“미안해, 안나…….”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아니야…… 널 탓하지 마. 그리고 미안한데…… 저기 있는 내 짐 좀 챙겨줘.”

나는 킬리언이 프레드를 결박하는 것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안나에게 19금 로맨스 책들을 챙기도록 부탁했다.

저걸 킬리언에게 들킨다면 그 자리에서 수치사할 것 같았다.

나는 안나가 짐을 챙기는 것을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킬리언이 내 쪽을 향하자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내 발이 땅을 딛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듯 나를 덥석 들어 올렸다.

“어지럽거나 헛구역질이 나지는 않습니까?”

“모, 모르겠어요.”

프레드가 덮쳐서 넘어질 때 머리를 부딪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내 상태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를…… 쫓아다니던 남자였대요.”

“이게 다 이 남자, 저 남자 찔러보고 다녔던 당신의 업보입니다! 남자들이 나쁜 마음을 품으면 당신같이 연약한 여자는 당해낼 수가 없단 말입니다! 도대체 왜 저런 음침한 사내까지 건들고…….”

이성적인 척하고 있었지만 킬리언도 지금 당황하고 정신없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평소보다 말에 두서가 없고 목소리가 너무 컸다.

그가 나를 타박하고 있는데도 그의 체향과 체온을 느낀 순간 긴장이 풀어졌다.

“킬리언…… 고마워요…….”

긴장이 풀린다고 의식하는 순간 우스울 만큼 빠르게 온몸에서 힘이 빠지더니, 나는 킬리언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겨우 내뱉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로판을 읽을 때는 왜 여주인공들이 그렇게 픽픽 쓰러지나 했는데, 로판 세계 캐릭터 자체가 극한 직업이네.’

흐릿해진 정신으로도 나는 불만을 구시렁댔다.

독 먹고 죽을 만큼 아팠던 것도 억울한데 요트 사고 나서 죽을 뻔해, 웬 미친 스토커한테 죽을 뻔해…… 이거 진짜 너무한 거 아냐?

그리고 이렇게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반쯤 의식이 깨어 있을 때는 그 아나운서 언니 목소리가 흘러나오던데…….

[원작자의 과도한 개입에 의해 원작의 흐름 일부가 무너졌습니다. 원작이 더욱 훼손되었습니다. 원작자의 지배력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 언니도 양반은 못 되겠네.

내가 이 세계에서 아직 안 죽었다는 걸 알려주는 목소리라서, 이젠 반갑기까지 하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