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플래시백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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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가 공작저의 손님방에서 의원의 진료를 받는 동안, 에디트와 킬리언, 공작 부인과 카트린 황녀는 훌쩍거리는 다니엘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네가 요한이라는 말이지?”

“네…….”

“서룩스 후작 부인도 알아봤고. 그렇지?”

“네.”

“그런데 왜 처음엔 모르는 척했니?”

요한은 코를 훌쩍이며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겨우 입을 뗐다.

“엄마가 저를 버렸다고 들었어요. 제가 쓸모없어서 몰래 버렸다고…… 그런데 여기 있는 걸 들키면 더 미움받을까 봐…….”

그 말에 카트린이 울컥 화를 냈다.

“누가!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이, 이모가…….”

“이모?”

요한은 5년 전의 일을 똑똑히 기억했다.

* * *

황실에서 야외 연회가 있던 날, 요한은 제 사촌들과 정원을 누비며 놀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먹을 것도 풍족했으며 오랜만에 만난 또래들과 신나게 노는, 최고로 행복한 날이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이모인 에이버리가 손짓했다.

“이모!”

“오랜만이구나, 요한.”

그녀는 빙긋 웃으며 그를 안아 들고 정원 더 깊숙한 곳으로 걸었다.

“이모, 어디 가요?”

“으응, 엄마가 이모한테 부탁한 게 있어서 요한을 데리고 가는 거야.”

엄마가 시켰다는 말에 요한은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그녀에게 매달렸다. 서룩스 후작가에도 자주 놀러 와서 친하게 지내던 이모였으니까.

그런데 그녀가 요한을 안고 들어간 외진 정원에는 웬 남자 하나가 허름한 평민 소년의 옷과 가발을 가지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옷 갈아입자.”

“왜요?”

“변장 놀이야. 변장을 하고 숨바꼭질을 하는 거지.”

“와, 재밌겠다!”

요한은 신나서 직접 옷을 갈아입고 가발을 뒤집어썼다.

“어때요, 이모? 아무도 난 줄 모르겠죠?”

“그러네. 들키지는 않겠어.”

에이버리의 미소가 조금 묘했지만 요한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기서 기다리던 남자가 요한을 안아 들더니 주변을 살피며 어떤 마차 안에 내려 주는 게 아닌가.

“어? 마차를 왜 타요?”

“잘 들으렴, 요한. 엄마가 이모한테 부탁한 일은, 널 버려 달라는 거였어. 너는 너희 엄마한테 아무 쓸모가 없거든.”

“네?”

“생각해 보렴. 이미 네 위로 건강한 아들이 두 명이나 더 있는데, 너희 엄마가 널 굳이 키워야 할 이유가 없잖니.”

“그, 그렇지만!”

에이버리는 품에서 웬 주머니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이거 보렴. 널 치워 주는 대가로 너희 엄마한테서 받은 돈이란다. 이 비단 주머니는 너도 기억하지?”

기억하다마다. 그건 올해 어머니의 날에 요한이 엄마에게 선물한 것 중 하나였으니까.

“자기는 필요 없다며 나한테 주더구나. 그동안 너희 엄마가 널 기르면서 참 힘들었단다. 네가 너희 아빠를 안 닮아서 불륜을 의심받기까지 했으니까.”

요한이 할 말을 잃고 어물거리자 마차에 함께 올라탄 남자가 말을 이었다.

“네 어머니께 더는 폐가 되지 않으려면 얌전히 따라오는 게 좋아. 네가 난동을 부리면 네 어머니는 더 곤란해질 테니까 말이야.”

그러고는 마차 문을 쾅 닫았다.

갑자기 행복의 한가운데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 요한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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