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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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너보다 못했던 친구가 지금은 더 잘나가니까 배알이 꼴린다, 이거 아냐?’

현 루드윅 공작과 리겔호프 백작은 어릴 때부터 라이벌 관계였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리겔호프 백작가보다 위세가 약하던 루드윅 백작가가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뒤 공작위를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리겔호프 백작은 그 공작위가 리겔호프가의 것을 빼앗은 거라고 믿었다.

“원래는 네 할아버지가 큰 공을 세워서 우리 가문에 내려지려던 작위다. 그런데 놈들이 채간 거야! 황제도 어리석기 짝이 없지. 그따위 놈들에게 공작위를 내리다니!”

그래, 뭐, 그렇게 정신 승리할 수는 있다.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그 복수에 왜 내가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거냐고?

방금 생겨난 기억에 따르면 나는 리겔호프 백작의 시커먼 속내를 감추기 위한 미끼로 루드윅 공작가에 시집가는 거였고, 일이 틀어지면 내 모가지부터 날아간다는 건 백작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전생이나 현생이나, 내 가족은 왜 이 모양 이 꼴이지? 내가 잘못된 건가?’

황당해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여기도 딸이 운다고 달래주는 집안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일주일 뒤면 나는 이 집을 떠날 테고, 원작의 주 무대인 루드윅 공작가에서 살 방도를 찾으면 될 것이다.

‘그래, 악녀 빙의물 로판의 초반에는 다 위기가 닥치는 법이야! 원작의 에디트처럼만 안 하면 난 살 수 있어!’

나는 전의를 다지며 저녁의 양가 만남을 준비했다.

* * *

전의를 다지기는 했지만 성이나 다름없는 루드윅 공작저의 위용에는 기가 질렸다.

리겔호프 백작가만 해도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는데, 공작가가 되니 어나더 레벨이다.

옆 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긴 게 엄청난 일이었던 모양인지, 저택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고급스럽다.

‘자기보다 못 살던 루드윅가가 이런 저택을 받았으니, 리겔호프 백작이 눈 돌아갈 만도 한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차이가 컸다.

게다가 받은 게 저택뿐만은 아닐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영지나 금화 궤짝 같은 걸 더 받았겠지.

어쨌든 내게는 그런 속사정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늘 협상을 막고도 얻어맞지 않는 게 더 중요한 일이지.’

리겔호프 백작은 나에게 하녀를 몇 딸려 보내겠다고 협상을 벌이려 하고 있었다.

물론 내 신변이나 생활을 걱정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가 나와 함께 들여보내려는 하녀들은 전부 암살과 절도를 전문적으로 수련한 용병들이었다.

‘애초에 그런 사람들을 하녀라고 부를 수나 있는 건가?’

특히 내 세숫물을 들여왔던 측근 하녀 소피아는 꽤 총애받는 수하로, 백작저에서는 내 호위 겸 감시를 맡고 있었다.

내게 존댓말을 쓰고는 있었지만, 백작저 내의 권력으로 보자면 그녀가 나보다 위였다.

‘그리고 원작에서 에디트가 저지른 대부분의 악행을 도운 인물이기도 하지.’

소피아를 데리고 들어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 목숨이 상당히 안전해진다는 소리였다.

나는 긴장한 것을 티 내지 않으려고 천천히 심호흡하며 리겔호프 백작 부부와 내 오라비인 셰인 리겔호프의 뒤를 따랐다.

“리겔호프 백작 부부와 백작 후계, 그리고 에디트 리겔호프 양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집사의 정중한 소개와 함께 우리는 커다란 식당으로 안내받았다.

커다랗고 길쭉한 테이블의 한쪽에는 루드윅 공작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작가의 묘사로나 짐작했던 등장인물들을 직접 보게 되다니!’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