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에디트 리겔호프는 루드윅 공작가를 자신의 지갑으로나 생각하고 있더군요. 킬리언 님과 이혼하게 되어도 자신은 커다란 저택과 거액을 위자료로 받게 될 거라면서, 아쉬울 것 없다던데요.”“뭐라고?”
“지난 건국제에서 에디트 양 본인이 직접 한 얘기입니다. 저 말고도 들은 사람이 많으니 조사해 보셔도 좋습니다.”
앞뒤 내용을 다 잘라먹고 그 내용만 전해 들으면 에디트가 마치 여기저기에 그런 소문을 내고 다니는 것처럼 들렸다.
최근 들어 에디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루드윅 공작이었지만, 안 그래도 리겔호프 백작가 때문에 골치 아픈 이때 그런 말을 들으니 배신감이 치밀어 올라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렇지만 그는 제 감정을 섣불리 드러내지는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결혼 당시 작성한 계약서에는 분명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요.”
다시 싱클레어 백작이 나섰다.
“제 아비를 닮아 교활하고 건방진 그 꼴을 언제까지 참아주실 것이냐, 이 말씀입니다. 리겔호프 백작가는 이미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공작께 든든한 철광석 유통망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의미를 모르시는 건 아닐 테지요?”
어차피 철광석 유통권과 동맹을 위해 맺은 결혼인데 이미 그 두 조건이 의미를 상실했으니 결혼을 깨버려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흐음…….”
그러고도 루드윅 공작이 말을 아끼자 레일라가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리제…… 때문이시죠? 과거에 제가 리제에게 못되게 굴어서…….”
루드윅 공작이 망설이는 부분을 정확히 짚은 그 말에 공작이 레일라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때는 제가 너무 어리기도 했거니와 철이 없었어요. 리제가 예뻐서 질투하기도 했었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어쨌든 리제는 제 동생인걸요.”
레일라가 가련한 표정으로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척했지만 루드윅 공작은 거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꾸준히 나돌았던 리제에 대한 악의적 소문들의 발원지가 레일라 싱클레어임을 루드윅 공작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광석 유통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야. 조만간 검과 창 같은 무기의 대대적인 수주가 한 번 더 들어가야 하니까…….’
물론 제국의 철광석이 단지 두 가문에 의해 좌우될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유통망은 리겔호프 백작가와 싱클레어 백작가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최근 킬리언의 태도가 신경 쓰였다.
‘그래도 에디트에게 정을 붙여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던데…… 지금이라도 정을 떼라고 말해야 하나.’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공작으로서는 킬리언의 감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킬리언이 에디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리라고 믿었다. 리제를 사랑하던 때의 킬리언과 비교하면 지금의 킬리언은 에디트에게 퉁명스러운 것에 가까웠으니까.
“크흠.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리겔호프 백작가가 완전히 배신을 한 것도 아니고, 킬리언의 결혼을 제가 멋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백작께서 하고 싶은 말씀은 잘 알아들었습니다.”
싱클레어 백작은 좀 아쉽기는 했어도 이 정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물론 저도 킬리언 군의 결혼 문제를 지금 당장 결정하시라는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저희 쪽이 확실히 철광석 유통권을 쥐었으니, 공작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들렀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조바심 내지 않고 랭스턴 대공파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마쳤다.
* * *
싱클레어 백작가에서 왔다는 소식에 클리프는 일부러 리제를 데리고 외출했고 나와 킬리언은 공작 부인과 함께 응접실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