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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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저를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제 겉모습만 탐하는 거죠. 당신이 저에 대해 뭘 안다고 사랑한다는 거예요?”

“어차피 클리프 놈도 당신의 외모에 반한 걸 텐데, 뭘 그리 부정하십니까?”

“클리프는 달라요! 클리프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내 가장 약하고 추한 모습을 알면서도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에요.”

셰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리제를 비웃었다.

“뭐가 어쨌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은 오늘 내 것이 될 테고, 그럼 클리프도 별수 없이 당신을 포기하겠죠.”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제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요!”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조금 급한 일이라서 장소가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건 사과드립니다. 오늘만 참아주십시오.”

리제가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손을 보며 하얗게 질리던 그 순간이었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막 리제의 팔뚝을 낚아채려던 셰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문 쪽을 돌아보았다.

“누구야!”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잠시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밖에 있던 누군가가 다급하게 말했다.

셰인은 낮게 혀를 차고 리제로부터 몸을 돌려 문을 향해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그리고 그가 문을 여는 순간, 밖에 서 있던 사람이 셰인의 얼굴을 세게 가격했다.

“컥!”

셰인이 나동그라지는 것과 동시에 밖에 있던 남자는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바닥을 기는 셰인의 머리를 가격해 기절시켰다.

“크, 클리프……?”

구석에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던 리제가 고개를 들었다.

“늦어서 미안해, 리제!”

클리프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을 내리고 리제에게 달려가 그 가녀린 몸을 와락 껴안았다.

“클리프! 클리프!”

그제야 리제는 눈물을 터트리며 클리프에게 매달렸다. 몸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클리프는 리겔호프 백작을, 셰인을, 그리고 저 자신을 탓하며 리제의 등을 쓸었다.

“다친 데는 없어?”

“어, 없어요! 하지만 공작 부인께서……!”

“어머니도 무사하실 거야.”

“그럼 혹시, 에디트는요?”

“글쎄. 그 여자의 안전이 위협받은 적이 있는지조차 의문인데.”

“네?”

그때, 바깥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지금은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야. 걸을 수 있겠어?”

“네!”

리제는 클리프의 팔에 매달려 간신히 일어섰다. 너무 긴장했던 탓에 다리가 삐걱거리는 것 같았지만, 리제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굳은 몸을 풀었다.

클리프는 기절한 셰인의 망토를 죽 찢어 끈을 만들고는 그의 양손을 묶었다.

“이놈이랑 있는 게 끔찍하겠지만, 잠깐만 참고 있어.”

그러고는 문가에 서서 바깥의 소리를 듣고 있다가 벌컥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다시 닫힌 문밖에서는 철기가 맞부딪치는 소리, 절명하는 듯한 비명 소리, 무언가 둔탁하게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고함 소리가 시끄럽게 뒤엉켰다.

그리고 그 소리가 잦아들 때쯤 다시 문이 열렸다.

“미안해. 무서웠지?”

여전히 다정한 클리프였다.

그러나 그의 주변으로 피 냄새가 진동했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