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의 연말 파티는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준비되었다.크리스털 샹들리에, 최고급 샴페인, 값비싼 선물들과 진귀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
이전의 연말 파티를 세 번쯤은 치를 만한 예산이었다.
클리프와 공작 부인이 몇 번이고 말렸지만, 리제는 오히려 그들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황제 폐하의 최측근이 된 루드윅 공작가의 위세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 줘야 해요. 다시는 리겔호프가처럼 허튼 마음 먹는 가문이 없게 말이에요.”
덩달아 에디트를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에 덧붙인 핑계였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공작 부인은 알뜰하고 야무졌던 에디트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연말 파티는 리제의 계획대로 눈 돌아갈 만큼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다.
리제는 결혼한 첫해에 성공적으로 대형 연회를 준비한 호스티스로서 소개되었고, 카트린 황녀까지 참석해 그녀의 위상을 드높여 주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들의 찬사와 선망의 눈빛에 리제는 드디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이 자리에서 에디트 따위를 떠올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터였다.
심지어 연말 파티의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리버만 백작 영식과도 더 친밀해질 수 있었다.
“이번엔 저와 한 곡 추실까요, 레이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춤을 제안하는 그를 보며 리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와 춤추고 샴페인 잔을 나누며 오랜만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클리프의 표정이 시시각각 굳어 갔지만, 리제는 그를 완전히 무시했다.
‘어차피 잡아 놓은 물고기인데, 뭘.’
리제는 그날, 자신의 인생이 다시 원작처럼 밝게 피어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리버만 백작 후계가 원작처럼 그녀에게 황태자 얘기를 꺼냈으니까.
“제가 황태자 전하와 동문수학한 사이라고 말씀드렸던가요?”
“네? 황태자 전하와요?”
“예.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 황태자 전하의 역사학 스승이셨거든요. 하하!”
살짝 거만함이 묻어나는 그의 말투조차도 반가웠다.
“멋지네요. 저는 황태자 전하를 먼발치에서밖에 뵙질 못했거든요.”
“그러십니까? 그럼 언제 저와 한번 황태자 궁에 가시죠. 황태자 전하께서도 부인의 방문을 기뻐하실 겁니다.”
“정말…… 제가 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제가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하하하!”
자신에게 푹 빠진 듯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보며 리제는 안도했다.
‘역시! 아무리 원작의 힘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그대로 일어나는구나!’
이제 황태자를 만나 그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거기에 이어 황제의 잃어버린 조카를 찾아 주기까지 하면 리제는 황제의 총애까지 받을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원작대로 이어질 미래를 예상하며 기뻐하고 있는데 며칠 뒤, 그 기분을 잡치는 일이 벌어졌다.
“에디트 아가, 아니, 라이젠 백작 부인으로부터 새해 안부 편지가 왔습니다!”
집사 필립이 반가운 얼굴로 공작 내외와 클리프, 그리고 리넌에게까지 에디트에게서 온 편지를 나눠 주었다. 심지어 필립이나 하녀장, 정원사와 요트 관리인조차도 편지를 받은 것 같았다.
최근 왠지 무겁기만 했던 저택 분위기가 그 편지 하나로 갑자기 화사해진 느낌이었다.
클리프마저도 밝게 웃으며 읽은 편지를 리제에게 건네주었다.
“제수씨가 리제, 네 안부도 묻더라.”
떨떠름하게 받아 본 편지에는 라이젠에서의 바빴던 생활과 보람, 그리고 그들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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