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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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옷은 어떤 걸 입으면 좋을까요? 아무래도 간단한 야외용 드레스가 좋겠죠? 아! 도시락도 싸갈까요? 밖에서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양산은 가져가야 하나? 바람 때문에 오히려 불편할까요?”

내가 기대에 차서 이 소리, 저 소리 늘어놓는데도 킬리언은 귀찮은 티를 내지 않고 들어주었다.

“옷이야 움직이기 편한 쪽이 좋습니다. 도시락은 뭐, 원하시는 대로 하시고, 양산을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자를 쓰는 게 나을 겁니다.”

“그게 좋겠네요!”

소풍 가기 전날 아이처럼 들뜬 나는 저녁이 되기도 전에 다음날 입고 챙길 것들을 다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다행히 날씨가 아주 쾌청했다. 요트 타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잠은 제대로 주무셨습니까?”

“네! 사실은 잠들기까지 꽤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잘 잤어요.”

“어린애도 아니고, 뭘 그렇게 설렜습니까?”

“누, 누가요? 그냥…… 오랜만에 호수에 간다니까 기분이 좋긴 하네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요오트를 타아러 가하볼까요호.’ 하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던 건 나와 안나만의 비밀이다.

사실 안나가 있다는 것도 잊고 흥얼거린 건데, 안나의 뜨악하던 표정도 꽤 볼만했다.

마차에 짐을 싣고 킬리언이 깜빡 잊은 물건을 가지러 잠깐 들어간 사이, 정원을 거닐며 꽃을 꺾던 리제가 나타났다.

그녀는 마차 앞에 서 있는 내게 반갑게 다가왔다.

“어? 어디 가요?”

“아…… 호수에 좀…….”

“호수? 아, 혹시 킬리언이랑 요트 타러 가시는 거예요?”

“네, 맞아요.”

솔직히 우리가 어디 가는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안나나 클리프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리제가 킬리언에게 신경 쓰는 게 영 달갑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리제는 그런 내 속내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킬리언의 요트는 크진 않지만 정말 아름다워요. 저도 몇 번 타러 갔었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요? 안 그래도 기대하고 있어요.”

“저랑 갔을 때는 낚시도 했는데, 오늘도 낚시한대요?”

“아, 아뇨. 그건 아니고요.”

“아쉽겠네요. 낚시도 정말 재미있는데…… 나중에는 낚시도 꼭 해보세요.”

“그럴게요.”

그러고도 자리를 뜨지 않던 리제는 왠지 조금 굳은 얼굴로 혼잣말을 했다.

“재미있겠다…….”

하아, 저렇게 예쁜 얼굴로 저런 쓸쓸한 대사를 치면 듣는 사람은 굉장히 미안해지는데요…….

내가 어쩔 줄 모르고 싱거운 웃음만 흘리고 있을 때 마침 킬리언이 내려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제 출발…… 아, 리제.”

그 역시 리제를 발견했다.

리제는 손에 든 분홍 장미만큼이나 싱그럽게 웃으며 킬리언을 맞았다.

“애버튼 호수에 요트 타러 가신다면서요?”

“응. 에디트는 요트를 한 번도 안 타봤다고 해서.”

“재미있겠어요. 저도 요트를 타러 가본 지 오래된 것 같네요.”

“음? 초여름에 클리프의 요트를 타러 갔잖아?”

“그건 클리프의 요트고요.”

리제가 하고픈 말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명확했다.

‘나도 가고 싶어.’라는 거.

그런데 이것도 내 자격지심인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느꼈던 것처럼 리제 싱클레어라는 캐릭터가 하기에는 어딘지 어색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