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플래시백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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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의 마차 여행 끝에 킬리언과 에디트는 루드윅 공작저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될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저택은 어수선했다.

“킬리언! 에디트!”

공작 부인만이 그들을 맞이한 데다 그토록 기다리던 손자를 보면서도 그녀는 기뻐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황실 기사단이 저택을 점거하고 각 방을 다 뒤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말이다.

“어머니! 무슨 일입니까?”

“흐윽…… 나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킬리언.”

그녀는 결국 참던 눈물을 쏟아 냈다.

“리제가…… 황실을 능멸했다는 죄로 잡혀갔어.”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서룩스 후작이 5년 전에 막내아들을 잃어버렸다는 거, 혹시 알고 있었니?”

“서룩스 후작가의 막내아들이라면, 몸이 약해서 어릴 때부터 영지에서 키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공작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납치당한 거였다더구나. 이런저런 이유로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는데, 리제가…… 그 아이를 찾아서 데려왔다는 거야.”

“그럼 상을 내려야지, 왜 황실 능멸죄입니까?”

“흐윽…… 그 아이는…… 가짜였으니까.”

“예?”

킬리언은 물론이고 에디트 역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리제가 데려온 아이가 서룩스 후작가의 아이나 아니면 모를 것들을 알고 있었는데, 그게 다 리제가 가르친 거라지 뭐니.”

“예?”

“리제는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안 건지…… 그래서 지금 네 아버지와 형도 황궁에 연행되어 간 데다 황실에서 저택을 조사한다는구나.”

이건 공작가가 휘청거릴 정도로 엄청난 일이었다.

그때, 에디트의 뇌리에 뭔가 빠르게 스쳤다.

‘그러고 보니 원작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황실의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준 거였지? 설마, 그걸 억지로 끼워 맞춘 거야?’

한동안 잊고 살았던 <집착은 사절합니다>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하지만 원작의 힘이 거의 다 사라진 이상, 그 내용 그대로 이야기가 흘러갈 리 없었다.

그건 리제가 황태자와 만났던 일을 리넌에게 전해 들으면서 확신했다.

원작에서는 리제를 만난 황태자가 그녀를 자신의 사람들에게 소개한 덕분에 리제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황태자가 리제에게 자신의 사람들을 소개해 주지도 않았고, 그 일로 루드윅 공작에게 혼만 났다고 했다.

‘그 정도면 원작이 이미 무너졌다는 걸 알 법도 하잖아. 그랬는데도 원작에 대한 집착을 못 놓은 거야?’

에디트는 저도 모르게 목 뒤를 잡았다.

‘이 바보! 일이 실패하면 어떤 의심을 받게 될지 생각을 했어야지!’

황실에서 극비로 했던 내용을 다 알고 있는 데다 대담하게 가짜를 밀어 넣었다.

황실에서는 당연히 리제가 납치 사건의 배후와 연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 잘못이다. 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리제를 그렇게 키우는 게 아니었어. 그저 불쌍하다고 모든 걸 안겨 주기만 했는데, 그게 그 아이를 망친 것 같구나.”

공작 부인은 괴로움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에디트는 그들이 그럴 수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리제에게 모든 걸 퍼 주기 위해 존재하는 인물들이었으니까.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