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플래시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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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리제는 황궁의 차가운 감옥 돌벽에 기대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이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리제 싱클레어, 그리고 리제 루드윅으로 몇 번이고 이 삶을 반복하며 살았지만, 그녀가 황궁 감옥을 구경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생 역시 그래야 했다.

그러나 지금 뺨에 느껴지는 음습한 공기는 꿈이라기엔 너무나 소름 끼쳤고, 경비병들에게 잡혔던 팔뚝은 아직도 얼얼했다.

‘내가 뭘 놓친 거지?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주룩 흘러내린 눈물이 드레스 위로 투둑 떨어졌다.

하지만 리제는 자신이 울고 있는 줄도 몰랐다.

그녀는 그저 필사적으로 무엇부터 잘못된 건지 더듬으며 머리를 굴렸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망할 에디트가 등장하면서부터야.’

당시에는 그토록 가슴 두근거리고 신났던 그 날, 그러나 뒤돌아보니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던 그날…….

리제는 멍하니 ‘그날’부터의 일을 더듬기 시작했다.

* * *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한 선율이 동심원을 그리듯 퍼져 나갔다.

간소화했다지만 공작가의 결혼식답게 격식 있고 위엄 있는 식장의 홀 한가운데를, 리겔호프 백작가의 딸 에디트가 천천히 걸어 나갔다.

‘드디어 시작됐구나.’

공작 부인 곁에서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던 리제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3 번째의 에디트가 드디어 리제의 서사에 끼어들게 된 것이다.

‘이번 에디트는 또 어떻게 날뛰어서 날 즐겁게 해 줄까?’

벌써 13번째로 타인의 영혼을 에디트에 빙의시키고 있었지만, 이 순간은 언제나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였다.

그리고 이 짜릿함을 느낄 때마다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꼈다.

‘이번 에디트도 시작은 다른 에디트들과 비슷해.’

13번째의 에디트 역시 자신이 로판에 빙의했다는 사실을 빠르게 받아들인 뒤 에디트가 벌인 악행을 피하고자 원작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일주일 전의 만찬에서 착한 척 리제를 받아들인 것은 물론, 루드윅 공작가에 리겔호프가의 하녀를 데려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평균적으로 보자면 좀 대범한 편 같아. 에디트의 숨겨진 설정을 깨닫고 리겔호프가에 꼼짝 못 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말이야.’

리제는 이번 판이 싱거운 게임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혼식은 큰 소란 없이 흘러갔다.

킬리언은 에디트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피로연 역시 금방 끝났다.

‘꽤 잘 버티네. 역시 이번 에디트는 재미있겠어.’

킬리언의 무례함에도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했고, 싸늘한 피로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며 신부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에디트를 보니 그녀가 기특하기까지 했다.

저렇게 의연했던 인간이 발버둥 치다가 무너지는 꼴이 제일 재미있었다.

“리제. 피로연도 슬슬 끝나 가고 있으니, 에디트를 방으로 안내해 주련?”

“네, 부인.”

리제는 공작 부인의 부탁을 받고 에디트에게 다가갔다.

“에디트 양. 이제 신부의 방으로 이동할 거예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오, 하느님, 감사, 아니, 호호호, 고, 고마워요, 리제 양.”

순간 가면을 내던질 뻔한 에디트를 데리고 신부의 방으로 향한 리제는 그녀의 드레스를 갈아입혀 준 뒤 그녀의 속을 긁을 이야기를 던졌다.

“오늘…… 킬리언이 에디트 양에게 벌인 무례한 짓을 대신 사과할게요. 그를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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