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플래시백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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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가 손끝을 씹는 동안 킬리언은 에디트를 찾겠다며 기사들을 이끌고 떠났고, 클리프 역시 에디트를 찾는 기사의 수를 늘렸다.

에디트는 조만간 잡혀 올 게 분명했다.

‘그럼 이제 믿을 건 3단계 예외 조건밖에 없다는 거야?’

리제는 마지막 작전으로도 에디트를 죽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 에디트가 마지막까지 킬리언에게 살려 달라고 비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리제는 리겔호프가의 처형 당일까지 하루하루 말라 갔다.

‘만약…… 3단계 조건이 충족되어 버리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리제가 죽는 건 아니었다.

어떤 엄청난 재앙이 닥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리제가 아는 미래가 사라지고 시간이 계속 흐를 뿐이었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미래가 닥쳐오고, 나이가 들어 추해진다는 건 리제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런 건 싫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리제는 리제로서의 삶을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무력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처형장에 서 있는 병사들과 마찬가지인, 그런 존재 말이다.

“에디트 리겔호프가 잡혔답니다!”

“지금 이쪽으로 연행되어 오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에디트는 킬리언이 아닌 클리프의 기사에게 먼저 잡혔다.

‘제발 발버둥 치며 잡혀 오기를…… 제발…….’

리제는 에디트가 마지막 발악을 하길 바랐으나, 13번째의 에디트가 빙의한 이래 늘 그랬듯 그녀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사들의 뒤를 따라 비척비척 걸어오는 에디트의 표정에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도 엿보이지 않았다.

리제는 에디트에게 다급하게 달려갔다.

“에디트! 왜, 왜 그랬어요?”

“뭘요?”

에디트는 정말로 의아한 표정이었다.

“살려 달라고 해요, 에디트! 실수였다고,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빌어 봐요! 킬리언은 속정이 깊은 사람이니까, 에디트를 무시할 리 없어요!”

리제는 여태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호소해 본 적이 없었다.

에디트가 조금이라도 죽음에 반항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에디트는 고개를 저었다.

오해를 해명해 보라는 리제의 호소를 내내 무시하던 에디트는 결국 자신의 처분권을 얻은 킬리언 앞에 희고 가녀린 목을 드러냈다.

‘안 돼! 안 돼애!’

리제가 내적 비명을 지르는 순간,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3단계 예외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예외 상황이 발생하고 원작자의 권한이 완전히 상실되었습니다. 3단계 예외 조건은 소멸됩니다.]

리제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반역에 가담한 것은 물론,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리겔호프 놈들은 전부 다 처단해 마땅합니다.”

금방이라도 에디트의 목을 벨 것처럼 입을 뗀 킬리언은 옅게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그런데 제 아내의 이름은, 그녀가 여기에 시집온 이래 쭉 에디트 루드윅이었습니다. 에디트가 리겔호프라니, 그거야말로 루드윅 공작가를 모욕하는 소리죠. 안 그렇습니까?”

리제는 3단계 예외 조건의 충족이 일으킨 ‘예외 상황’에 정신이 멍해졌다.

‘모두가 다 죽이려는 에디트를, 킬리언이 살리다니…….’

지난 12명의 에디트들은 여기, 이 자리에서 킬리언의 검 아래 목숨을 잃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리제도 이 예외 상황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니, 13번째의 에디트에 관한 모든 건 다 처음 보는 일들이었지.’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