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관련 서류를 맡게 됐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는 모양이지만, 이게 제 목을 조를 에피소드의 앞부분인 건 눈치채지 못한 것 같네.’
에디트의 심리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있던 리제는 아닌 척하면서도 에디트가 일하는 걸 흘끔댔다.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에디트는 일솜씨가 좋았다.
그녀는 갑자기 맡게 된 중요한 서류에도 당황하지 않았고, 한 번 훑어본 것만으로도 금세 서류를 특징별로 분류해 나눴다.
‘도대체 전생에 무슨 일을 하다 온 거야?’
리제는 자신보다 더 유능해 보이는 에디트 때문에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췄다.
그런데 그다음 에디트의 행동이 리제의 관심을 끌었다.
에디트는 다른 문서들에도 없는 표를 그려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 그래, 저거야!’
그 순간 리제는 이번 문서 유출 사건에서 에디트를 확실히 범인으로 만들 방법을 떠올렸다.
‘원작에 표를 이용한 문서 작성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으니까……!’
리제는 이 세계에 ‘서식에 표를 이용하지 않는다.’라는 설정을 급하게 부여했다.
‘표’라는 개념에 대해 다들 모르게 되었으니, 표를 이용해 정리한 문서가 리겔호프가 쪽에서 발견된다면 에디트는 범인으로 몰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리제의 속셈을 모르는 에디트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도와주고 있었다.’라는 리제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며 공작 부인에게 제 능력을 어필하기까지 해서 리제의 기분을 더욱 망가트렸다.
‘고작 그까짓 간단한 일 좀 했다고 뭐라도 된 듯 구네? 그게 제 발목을 잡을 거라는 것도 모르고.’
리제는 에디트에게 순진하게 웃어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칼을 갈았다.
‘조만간 리겔호프가에서 에디트에게 문서를 빼돌리라고 편지를 보내겠지.’
리제는 그때에 맞춰서 에디트가 정리한 서류를 빼다가 그녀의 글씨체를 위조해 사본을 만들고 그걸 리겔호프 가문에 보냈다.
너무나 쉽게, 간단히 이뤄진 일이었다.
그리고 원작에서처럼 에디트는 곧바로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이 원작과 똑같이 벌어졌지. 자, 이제 어쩔 거야?’
리제는 당황하며 난리 칠 에디트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에디트 쪽이 뭔가 잠잠하다 싶더니, 클리프와 루드윅이 리제의 행동반경과 알리바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건 그동안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뭐야? 클리프와 킬리언이 왜 날 조사하는 거지? 날 조사할 시간에 에디트를 추궁해야 하잖아!’
당황스러웠지만 리제는 끝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며칠 기다렸더니 원작의 흐름은 리제가 리겔호프 쪽에 보냈던 문서를 루드윅 공작가 손에 쥐여 주었다. 물론 그건 ‘에디트가 범인이라는 증거’였다.
‘이제는 항변하지도 못하겠지? 얼마나 미칠 것 같을까?’
대부분의 에디트들이 무너지는 첫 번째 난관이 바로 이 에피소드였다.
리제는 이번 에디트 역시 크게 무너지리라 기대하면서 공작의 부름에 응했다.
‘증인’으로 불려 간 집무실 안의 분위기는 예상대로 심각했고, 리제는 깜짝 놀란 것처럼 연기하며 에디트의 표정을 살폈다.
‘아직은 멀쩡하네?’
하지만 이제 곧 무너질 터였다.
리제는 공작의 질문에 답하며 착실히 에디트를 범인처럼 몰아갔다.
그런데 에디트는 겁을 먹기는커녕 조소를 띠고 있었다.
잘못 봤나 싶어 마지막까지 뒤돌아보았지만, 에디트는 여전히 도도한 턱을 치켜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