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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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는 서라국의 귀비였다.
황후가 자리를 비운 이 상황에서 그의 권력이 후궁 중 가장 높은 것 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른 남주들보다 유난히 사랑을 더 받아 귀비가 되었느냐- 라고 한다면,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가 귀비가 된 것은 그의 강한 이능 덕이었으니까.
미리내의 집안인 제윤 가의 능력은 치유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미리내는 유난 히 눈에 띌 만큼 힘이 강했다.
여기까진 평범한데, 문제는 미리내 가 그 집안을 축복하고 이능을 선물 한 용이라는 거지.
용들은 인간처럼 모습을 바꿀 수 있었지만, 유일하게 다-己 曰1-丁正1- 曰0 1-1 이었다.
그들은 파충류처럼 가늘어진 동공 을 가지고 있는데, 평소에는 숨긴다 해도 흥분하거나 이능을 사용하면 그 눈은 내가 본 것처럼 구별이 가 능할 만큼 변한다.
황제의 옆에 인간으로 있기 위해 미리내는 아득바득 그 눈을 숨기고 있었고, 나는 방금 그 비밀을 봐 버 렸지.
내가 남주들 중에 가장 무서운 놈 을 하나 꼽자면 당연하게도 미리내 였다.
황궁 안에서 권력과 물리적인 힘 모두 강했고, 무엇보다 그는 계략 남주 포지션이었다.
현 황후가 귀양을 간 것도 미리내 의 세 지 혀라는 소문이 돌고 있고, 나는 그게 반쯤 사실이라는 걸 알았
다.
살려 줘. 내가 잘못했이.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국 붙들었 다.
내 머리 위로 미리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너야말로 이리 흐트러진 모습으로 온 것이나.” “송구합니다.” 살짝 보이는 미리내의 입술이 부끄 러운 듯 호선을 그렸다.
입술만 보이는데도 엄청난 미모였
다.
“그런데 폐하, 무슨 일이시기 “아, 이 아이가 과일을 먹고 기침 을 하더구나.” 그만. 그만해.
아무리 황제는 후안무치라고 하더 라도, 그걸 오해해서 잘 자고 있던 고아한 귀비마저 헐레벌떡 뛰어오게 한 장본인이 할 말이라곤 너무 뻔뻔 하지 않나.
그리고 어째서 그에 대한 섬뜩한 시선은 내 몫인 거야.
황제의 말에 미리내가 숨을 홀리듯 웃었다.
살짝 들리는 웃음소리가 예뻤으나 내가 듣기에는 뱀이 쉭쉭대는 것만 같았다.
“저런. 마마님. 조심하셨어야죠.”
••하하
누가 봐도 나를 향하는 그 다정한 목소리에 나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곧 정신을 차렸다. 아니 내가 지금 웃을 때가 아닌데.
귀비는 나보다 윗사람이다. 고로 인사는 내가 먼저 올려야 했다.
“죄, 죄송합니다. 귀비 마마. 먼저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괜찮습니다. 깜짝 놀랐을 테니 그 릴 수도 있지요.” 그 온화한 말이 더 섬뜩했다.
내가 어깨를 떨지 않으려 애쓰고 있을 때, 서늘한 미리내의 손이 내 머리에 닿았다.
머리를 살살 쓸어 주는 손길에 나 는 고개를 들었다.
새하안 띠 같은 안대에 눈을 가린 채 미리내가 웃고 있었다.
눈을 가리고 있음에도 내가 고개를 들자 그의 미소가 짙이졌다.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재 킬각 잰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리고 곧 미리내는 내게 사약이 좋은지 참수가 좋은지 물어볼 것 같 았다.
“그래. 아직 어린아이니 잘 돌봐 주거라.” 황제가 눈치 없이도 끼어들었다. 지금 저 구령이 놈이 나를 한입에 삼킬지 안 체하게 두 번에 나눠 먹 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참 좋은 말이
다.
원작 설정이 참 뭣 같았다.
황제는 눈치가 없었다. 피로 황좌 를 물들인 폭군 황제라 해도 사람 마음엔 그렇게도 무지했다.
그래서 지금 미리내가 킬각을 재는 걸 나도 알고 저 뒤에 있는 궁녀 언니도 알고 식탁에 놓인 과일도 아 는데 본인만 몰랐다.
나는 그저 난처하게 웃었다.
•••네, 잘 부탁드려요.”
“과일에는 문제가 없군요.” 나는 멀쩡했지만, 또 혹시 몰라 주 안상의 모든 음식에 독이 있는지 확 인당했다.
내가 먹던 과일 접시를 내려놓은 미리내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드셨던 자편이 너무 쌌나 봅니
다.”
“그랬느냐?” 미리내의 말에 황제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그 마하게 대답했다.
“폐하. 아직 어리시지 않습니까. 자 편은 어린아이가 먹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조금 더 달콤한 것을 좋아하지요.”
미리내가 농담 섞어 말하며 국국 웃었다. 주먹을 쥐고 입을 가린 하안 손이 예뻤다.
그걸 넋을 놓고 보기에는 경각심이 들었지만, 미리내가 정말로 아름다 운 남자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발치까지 내려온 윤기 나는 백금
발.
새하얗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
호리호리하지만 마르지 않은 몸.
곱게 그린 듯한 얼굴.
누가 뱀 아니랄까 봐 미리내는 본 인의 얼굴이 예쁘다는 걸 참 잘 이 용해 먹었다. 특히 여주인 황제에게 말이다.
방금도 미리내는 내가 어리다는 걸 세 번이나 강조했다.
“그럼 다른 걸 먹겠느냐?” 황제가 내게 물었다. 나는 난처하 다는 얼굴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오나, 시간이 늦어••  “아, 그렇구나. 잘 시간이지.”
빠르게 수긍한 황제가 그-2•• 1- 으근  주안상을 물렸다.
궁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상 을 지우고는 켜져 있던 촛불을 몇 개만 남기고 껐다.
눈이 뻑뻑해 나는 입을 다물고 하 품을 했다.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하품이 나와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황제가 해시(*21시~23시)에 들어 온다고 했으니 지금 아직 열두 시도 안 됐을 텐데, 몸이 어리니 피로도 금방 쌓이는 모양이다.
얼른 자고 싶은데 미리내 안 가나.
무심코 그렇게 생각한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전까지 킬각 재던 놈을 무서 위했던 게 무색하게 내쫓을 생각을 하고 있다. 졸려서 정신이 몽롱해서 그런가.
어린아이란 뒤돌아서면 싸운 것도 잊는다더니, 몸이 어려졌다고 정신 연령도 조금은 맞취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로 졸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잔뜩 긴장하고 있 다가 몸이 풀린 탓이었다.
너 진짜 언제 가니•••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살짝  니 미리내가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 고 있었다.
순간 몸이 굳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고개를 숙일 수도 없어 그대로 있었
다.
아까 드러난 붉은 눈은 솔직히  금 섬뜩했는데, 하안 띠를 눈에 두 르고 있으니 평범하게 아름다운 성 자였다.
진짜 구령이라는 걸 알지만 겉모습 이 주는 효과는 엄청났다.
내가 졸린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미리내의 얼굴 근육이 한 번 움찔했 다.
눈을 반쯤 뜨고 있던 나는 그 반 응에 잠이 휙 달아나는 것을 느꼈
다.
뭐지. 무슨 의미지.
그림 같던 얼굴이 부서진 건 꽤나 큰 의미라 나도 모르게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미리내가 웃었다.
이번에는 아주 완벽하게 재단된 미 소였다.
“많이 졸리신가 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 시야가 갑자기 높아졌다.
순간 몸이 흔들린 탓에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뭐, 뭐야. 엄청 높아.
명절 때 어린 조카들을 어른들이 번쩍 들어 주면 그 아들은 좋아하던 데, 나는 씩 즐겁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높이에서 머리부터 떨이 질까 두려웠다.
앗, 손이•••••• 하면서 날 떨구는 수 를 쓰기엔 미리내는 너무 똑똑하니 안 그러겠지.
그러면서도 내가 슬쩍 눈치를 봤을 때, 다행히도 내 몸이 얌전하게 침 상 위에 안착했다.
내가 푹신한 침상과 다시 만난 것 을 내심 기뻐하고 있을 때, 내 신발 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신발이 크지도 않은데 왜 이런담.

일단 여기서 떨어지면 신발이 바닥 에 안 예쁘게 떨어지니 이따 다시 벗어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신발이 떨어 지지 않게 발끝을 세웠다.
그러자 발지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힘을 풀거라.”
“괜찮습니다.” 반사적으로 대답하던 나는 그 말을 곱씹고는 등허리가 서늘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니 내 양발을 붙들고 있는 사람 둘이 보였
다.
황제와 미리내였다.
순간 사고가 정지됐다.
멀쩡히 서 있다가 왜 갑자기 무릎 을 꿇고 내 앞에, 그것도 내 발을 하나씩 잡고 저러고 있는 거지?
너무 놀라 발에 힘이 풀렸다. 그러 자 두 사람은 내 발에서 신발을 스 옥 벗겨 바닥 한쪽에 가지런히 두있
다.
뭐야. 왜 갑자기 진한 적이야.
뭐가 이상한지도 모르는 것 같다. 둘 다 미쳤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음부터 는 제가 하겠습니다.”
나는 어설픈 미소를 떤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둘의 얼굴 이 각각 굳어졌다.
둘 다 낭패라는 얼굴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솔직히 정말 이해가 안 됐다.
황제는 그렇다 쳐도, 미리내 너는 뭐야•••
미리내는 회랑을 성큼성큼 걸어가 고 있었다.
뒤에서 그를 애타게 부르며 쫓아오 는 궁녀는 안중에도 없는 그 걸음걸 이는 평소의 그 고아한 귀비가 아니 었다.
황제가 든 화서궁에서 독살 시도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안대 도 잊은 채 뛰어왔던 것만큼은 아니 지만 지금 미리내는 상당히 당황한 재였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그의 기에 반 도 안 되는 아기 후궁님 때문이었 다.
여란 가에서 후궁을 들인다는 이야 기는 궁 내에 떠들썩했다.
황제가 그녀를 위한 궁을 숫제 감 옥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것 또한.
혹여 여란 가의 후궁이 허튼짓이라 도 할까, 화서궁은 엄격하게 관리되 었다.
들어가는 모든 이들은 숨긴 것이 없나 확인당해아 했고, 들어갈 수 있는 자들도 제한되었다.
미리내는 그것에 황제가 시간을 뺏 기는 것이 싫었으나, 화서궁에 들 후궁에 대한 관심은 그것이 전부였 다.
누글 들이든 예화는 미리내를 비릴 수 없고, 끝내 미리내는 그녀의 종 으로 남으리라.
하여 그는 예화와 산아의 초야에도 무덤덤했다.
이 밤중에 꼬리에 불붙은 개처럼 뛰어가기 전에는 말이다.
누가. 감히. 어떻게?
회랑을 내달리는 내내 그의 머릿속 에는 그 생각밖에 없었다.
감히 누가 손을 대었는지는 모르겠 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그렇게 다급히 달려가 문을 열어젖 혔건만, 그 안에 있었던 것은 황망 한 얼굴의 예화와 입을 가린 채 고 개를 숙이고 있던 후궁이었다. 미리내는 단번에 예화의 상태부터 살폈다.
그녀는 놀랍게도 머리부터 발끝까 지 멀쩡했다.
혼란스러워하던 미리내는 이 방에 독살 시도를 당할 만한 이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챘다.
그에 미리내는 고개를 돌렸고, 놀 라 커진 보랏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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