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 다.
어느새 황혼이 내려앉은 하늘은 금 세 해가 질 것처럼 보였다.
'너무 늦었어!'
분명 곧바로 가려 했었다. 하지만 궁녀가 화룡궁으로 기별을 전하려 출발하려던 찰나 머릿속에 어떤 생 각 하나가 스쳤고, 이내 뇌리에 강하 게 박혔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한참을 끙끙대며 고민했고, 결국 의 아한 얼굴의 궁녀에게 잠시만 기다 리라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정말로 맹세코, 이렇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당장 무시했을 거야.
하지만 이미 시간은 늦었고, 나는 화룡궁에 도작했다.
나는 궁녀의 안내를 따라 불이 밝 혀진 실내로 굽이굽이 들어가며 신 음했다.
“지금 저게 막 떠오르는 해라고 해
주는••
“동녘이 밝아오는군요. 일찍 일어나 시다니 기특하십니다, 마마!”
곁에서 따라오던 여류를 가만히 바 라보자 그가 민망한 듯 눈썹을 긁적 였다.
그에게 한 소리 하려던 나는 한숨 을 한 번 푹 내쉬고 내가 양손으로 들고 있는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제법 고소한 냄새가 폴폴 올라오는 그 주머니 안에는 구기가 들어 있었
다.
아주 간신히 단 것을 면한 그 구기 는 내가 이렇게나 늦어진 이유였다.
그렇다.
내가 만들었다. 아궁이에 불 때서 가마솥에 밥 짓는 이 세계의 부엌에 서, 밀가루 대신 쌀을 갈아 가며.
처음 만든 맛은 '욕을 훨씬 웃도는 맛이었지만, 나는 그 '으'으 '음으로 口}亡느 데에 기어이 성공하고야 말 았다.
그리고 지금 이것은 '음!'까지는 아 니더라도 '0 .' 정도는 되는 것이 었다.
이건 만에 하나를 위한 것이다.
혹시라도 예화가 정말로 바뀌어 나 를 아낀 거라면, 그랬으면 속인 게 너무 미안하니까.
사과의 의미로.
양심이 찔린다.
그래. 정정한다. 사실 뇌물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입에 단 게 들어가 면 조금 너그러워지지 않나.
내 창고에는 보화들이 그득 쌓여 있었지만, 그건 내가 번 것이 아니었 다.
남에게 선물 받은 것을 다시 선물 하기가 껄끄러워 최대한으로 머리를 굴린 결과물이 이것이었다.
꽤 어렵사리 만들었고, 처음 성공했 을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만큼 뿌듯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부 끄러울 만큼 초라했다.
“이런 걸 받으면 기분이 더 나빠질 것 같은데.” 어이없다는 얼굴을 본다면 좀 상처 받을 것 같다.
어린아이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시 무룩해져 있자 여류가 말도 안 된다 는 듯이 씩씩댔다.
“아니, 누가 마마께서 직접 만든 간 식을 받고도 기분이 나쁘단 말입니
까? 그런 작자가 있으면 제가 죄다
소모으 - ”
1- -1
“여류, 이거 폐하 드릴 것인데.” 여류가 입을 뻐끔거렸다. 권력이 그 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내가 네 맘 다 알아. 하지만 제발 입조심 좀 하렴.
농담이 아니라 저러다가 어느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 같아 무서웠다.
“마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던 사이 어느새 황제의 침실 문에 도착했고, 여류는 궁녀의 말을 듣고 나를 내려 주었다.
하도 길이 복잡해 나는 그에게 안 겨 올 수밖에 없었다.
“폐하. 초비 마마께서 궁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닫이 문이 드르륵 열렸다.
올리브색의 눈동자가 환하게 휘어 졌다.
“산야!”
불쑥 얼굴을 들이민 예화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 로 한참을 곱씹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튀어나와 머릿속이 새하얘졌 다.
그러니까, 분명히 들어가고 난 다음
머릿속이 팽글팽글 돌았다.
작은 기 탓에 대부분 올려다봐야 하는 것들이 새삼 너무 높았고, 그게 몹시 어지러웠다.
“이, 이거••
결국 나는 내게 남은 하나의 선택 지를 골랐다.
조물거리지 않으려 애쓰며 소중히 들고 온, 구기가亡주머니를 그녀에 게 내민 것이다.
응? 하고 고개를 갸웃했던 예화의 얼굴이 금세 화아악 피어났다. “주, 주는 것이나? 내게?”
그 말에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이면 서도 나는 불안했다.
부디 내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 내던지지 말아야 할 텐데.
예화는 손끝을 바들바들 떨며 주머 니를 간신히 끌렀고, 그 안에 들이 있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나는 그 앞에서 괜스레 긴장해 손 을 꾹 쥐었다.
정확한 비율도 몰랐고, 재료도 없는 게 많아 버터 대신 기름을 넣었으며 오븐 또한 당연히 없어 가마솥 뚜껑 을 엎어 두고 구웠다는 것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시 뺏을까?
예화는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그대 로 굳었다.
어떠한 반응도 없이 정말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질 않았다.
슬그머니 느을 뻗어 주머니를 끌어 오려 했지만 손톱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예화가 주머니를 꽉 쥐고 있었다.
내 손길에 정신을 자린 듯한 예화 가 퍼뜩 어깨를 떨었다.
그녀의 녹회안이 축축하게 젖어 있 었다.
예화가 훌쩍 코를 들이마시며 눈가 를 훔치고는 웃었다.
가만히, 부드럽게.
“고맙다, 아가.
나는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 안에서 말을 우물댔고, 궁녀의 안 내에 따라 의자에 앉았다.
날 따라온 예화가 자연스럽게 내 접시에 다과를 놓아 주고는 언제 울 먹였냐는 듯이 생글생글 웃었다. 매작과를 집어 먹으려던 나는 주먹 을 다시 쥐며 심호흡을 깊게 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지 않
나.
“저는 오늘은 신명나게 곤장 맞는 날이다. “이능이 없습니다.” 내 말에 예화가 말간 얼굴로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그녀의 입이 한 번 작게 벌어졌다 다물어졌고, 눈을 다시 두 번 깜빡였
다.
“그렇구나.”
담백한 대답에 도리어 당황한 것은 나였다. 뭐야. 제대로 이해한 것 맞 아?
입을 달싹이던 나는 최대한 진지하 게 얼굴을 굳히고는 재자 말했다.
“정말이에요. 콩알만큼도 없습니다. 아예 운용할 수가 없어요.”
• 저런. 그럼 우리 함께 이능을 찾으러 모험을 떠나 볼까?” 저건 또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
어이없다는 내 시선이 그녀를 향했
다.
안타깝다는 눈을 하고 있던 예화가 내 눈빛에 자신 없다는 듯이 슬그머 느을 피했다.
•••아이의 관심사에 함께 공감하 는 것이 좋다고 그러던데.”
“아, 아니다.” 예화가 황급히 = ^을 내저었다.
어이가 없어 되물은 말이 정말 못 들어 반문한 줄 알았나.
나는 이제 황당함으로 완전히 미간 을 구기고 있었다.
왜 놀라질 않지?
물론 예화의 성격상 내가 이능이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내 머리채를 잡아채거나 뺨을 때릴 거라고 생각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장에 얼굴이 굳을 것 정 도는 예상했다.
하지만 예화는 몹시도 평온했다. 그 게 무엇이 문제냐는 듯이.
길조인지 흉조인지 모를 것이 되리 를 스쳤다.
“제가 이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계 셨습니까?” 내 말에 예화가 눈을 깜빡였다. 내 가 이능이 없다는 것을 밝혔을 때와 흡사한 반응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별걸 다 묻는다는 태연한 얼굴로.
누군가 내 머리 위로 벼락을 내리 꽂는 것 같았다.
“어, 언제부터요?”
글쎄, 잘 모르겠구나.” 하나, 둘, 셋•••••• 손가락을 접다가 고개를 갸웃한 예화가 대답했다.
나는 일단 3개월은 넘었다는 것을 그 손짓으로 알아챘다.
그대로 내 이마를 내리치고 기절하 고 싶었으나, 나는 정신줄을 붙들고 애써 침착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요?” 내 말에 예화가 으음, 하고 난처한 침음을 홀렸다.
“아마 네가 계단에서 넘어진 것을
본 이들은•••••• 모두 알 것이다.” 계단에서 구른 날. 그날은 황제의 강연에 참석한 날이었다.
역시나 전과 같이 얌전히 앉아 있 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유난히 높 고 난간 따위는 없는 계단을 내려가 아 했고, 역시나 내가 이능이 있다 믿은 사람들 탓에 도움도 청하지 못 했다.
다행히도 무사히 내려왔으나, 마지 막 한 계단을 남기고 발을 삐끗해 철푸덕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부들부들 떨며 수지심을 곱씹는 나 에게 그 넓은 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달려왔고, 당장에 일으켜져 온 몸을 미리내의 치유력으로 치유 받 았다.
팔을 먼저 뻗은 터라 그리 아프지 도 않았지만, 울지도 않고 의젓하다 는 칭찬을 오백 번쯤 받은 날이다.
그 수치에서 내 궁의 궁녀들과 미 리내, 가람과 예화는 높은 비율을 자 지했으나, 그 자리에 모여 있었던 모 든 후궁들이 내게 퍼부은 것도 있었
다.
'다 안다는 거잖아!' 나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지?
이능도 없어, 기윤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랑받는 자식도 아니야.
후궁들이 당장에 날 죽이지 않은 것이 용했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 동들_다른 후궁이 내 머리를 쓰다 들는다거나-이 등골을 서늘하게 했 다.
아, 아니야. 아니지. 내가 살아남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원작과는 다르게, 그 셋이 나를 지 겼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이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착착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내 세계가 마구 뒤섞이는 기분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북 인상을 쌌다. 꾹꾹 쌓아 왔 던 몰이해가 터졌다.
날 필요로 해서 그런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도 아니야.
그럼 왜 이러는 거야?
반항적으로 예화를 올려다보았으나, 그녀는 그 예의 맹한 얼굴로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호기롭게 말을 꺼냈으나 무어라 물 이아 할지 에매했다.
입을 한참을 달싹이던 나는 다시 가자미눈을 뜨고 날카롭게 톡 쏘아 붙였다.
“왜요? 저를 딸이라 생각이라도 하 십니까?” 예화의 눈이 휘등그레졌다. 나는 그 녀가 곧 난처한 얼굴을 할 거라 예 상하고 콧김을 내뿜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예화의 볼 이 발그레해졌다.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어?
“내 많은 것은 해 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리 부족한•••••• 부모는 맞 겠지만•••••• 물론 그렇겠지만.” 예화는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내리 깔며 주절거렸다.
스스로 그리 부족한 부모가 아니라 주장하려던 목소리가 점점 기어 들 어갔다.
“황금으로 탑을 쌓을 수도 있고, 금 강석을 네 궁에 가득 채워 줄 수도
그녀가 내 눈치를 흘끔 보며 중일 거렸다.
“이 나라도 줄 수 있는데 말이다.” 분명 같은 말을 쌌는데 왜 알아들 을 수가 없지.
나는 멍한 얼굴을 하고 그렇게 생 각했다.
겸양처럼 늘어놓은 말이 농담이라 는 느낌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예화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당장이라도 내가 긍정하기를 바라 는 얼굴이었다.
이건•••••• 이건 무슨. 나는 멍해진 머리로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그, 그래도 이해가 안 돼요.”
“으,2”
“절 딱히 아낄만한 이유도 없으시 잖아요. 절 자식으로 입적하신다 해 도 폐하께 이득이 없고•••
“그게 무슨 소리나, 너만큼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세상천지 에 또 이디 있다고!” 내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자 예화가 똑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상한 소리를 했다.
노호성보다는 빽빽 소리치는 아이 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에 나는 입
술을 앙다물었다.
고작 그 이유라고?
예화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 그 건 그녀의 이능의 부작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예화의 태도 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절 자식으로라도 입적하 시겠다고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건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었다.
예화는 슬하에 자식이 없다.
대대로 아륜 가는 그렇게 후궁을 많이 두는데도 손이 귀했고, 대부正 한 명의 아이만이 태어났다.
즉, 황손이라 칭해도 태어나자마자 옥좌를 물려받을 자리라는 것이다.
나는 황가와 명백하게 대립하고 있 는 여란 가의 자식이었고, 그런 아이 를 후계자로 앉힌다는 게 가능할 리 가 없었다.
내 말에 예화가 멈칫했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 렇지.
•••하고 싶으나?” 하지만 이어진 말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어이없 었다.
아니, 그게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저를 폐하의 자식으로 입적시키실 수도 없지 않으십니까?” “왜 못 하느냐, 하면 되지!” 예화가 위풍당당하게 외졌다. 언제 쭈그러들었냐는 듯 당당한 태도였다.
대책 없는 그 모습에 조금 화가 났 다.
“폐하. 저는 여란 가를 사가로 두고 있는 후궁입니다. 제가 어리다 하여 황가와 개국공신 가의 사이도 모르 지는 않습니다.”
“그래. 알고 있을 거라 믿었다. 영 특한 것 같으니.”
“게다가 저는 폐하의 후궁이지 않 습니까? 헌데 어찌 부인을 자식으로 입적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차분히 말했지만 말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게. 생각해 보니 이 인간 내 부 인이네. 어린애랑 결혼한 파렴치한 같으니.
그래. 어쩌면 정말로 나를 아낄지도 모르니, 예화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제왕의 자 리에서 오나오나 기워진 그녀는 제 법 재수없었다.
뭐든 본인이 말만 하면 다 되는 줄
아나 보지?
“시켜 줄 것이다! 황제의 말을 무엇 으로 보느냐!”
내 설명에도 예화가 당당하게 외졌 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하는 것 좀 봐. 진짜로 해 줄 수도 없으면 서 큰소리치기는.
이제 더 뜯어말리기도 짜증이 났다.
“그럼 하겠습니다.”
“그래!”
툭 내뱉은 말에 예화가 비럭 소리 졌다.
잠시 둘 사이에 정적이 지나갔다.
내가 한 말에 내가 놀라 벙쪄 있자 예화가 짐짓 나를 을렀다.
“네 분명히 한다고 하였다. 나중에 말을 바꾸면 혼쭐이 날 줄 알 거라!” 얼씨구, 해 주지도 못할 인간이 대 답은 잘해. 위엄 없이 황제가 막 빈말하고 그 래도 돼?
“그러지요, 폐하.
“폐하라니, 이제 네 어미다!”
“예, 어머니!” 마지막 말은 나도 사람인지라 화난 듯이 나갔다.
하지만 예화는 뭐가 좋은지 부루퉁 한 내 얼굴을 보고 귀엽다며 헤벌쭉 웃었다.
조금 안도한 것도 같은 미소였다.
예화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싶다는 듯한 얼굴을 했지만 나는 팩 무시했 다.
그래도 귀엽다는 듯이 웃던 예화가 이럴 때가 아니라며 후다닥 방을 나 섰다.
나는 그 뒷모습을 못마땅히 바라보 았다. 이제야 좀 정신이 드나 보지?
하지만 며칠 뒤.
궁이 바뀌었다.
원래 있었던 화서궁도, 또 다른 후 궁전의 궁이 아닌. “경하드립니다, 공주 마마.” 동궁으로.
아침부터 가마로 날 실이 나르기에 어딜 가나 했더니, 나도 모르던 이사 였다.
동궁의 마당에 서 벙쪄 있자 희사 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초비 마마, 아니. 이제 초비 마마 가 아니시지요. 폐하께서 '강화라는 이름을 내려 주셨어요!” 군호도 받았어?
“봉작식은 아륜의 준비 탓에 후로 미루어졌다 합니다. 폐하께서 몹시 화려하게 지러 주신다 하셨으니 서 운해 마셔요, 마마.” 얼떨떨한 내 표정을 잘못 해석한 희사가 살살 나를 달랬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게 문제가 아 니었다.
“나 이제 공주야?” 황망하게 중얼거린 말에 궁녀들의 얼굴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우리 마마께오서 공주 마마가 되
시다니.”
“폐하께서 그리도 총애하셨는걸요! 저는 언젠가 폐하께서 꼭 이러실 줄 알았어요.”
“우리 마마, 황궁에 막 들어오셔서 혼례복을 입고 계시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저들끼리 감상을 나누던 궁녀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그들이 하 나둘씩 무릎을 꿇었다. “경하드리옵니다, 마마.” “경하드리옵니다, 마마!” 뒤로는 화려한 동궁. 앞으로는 무릎 꿇은 궁녀들.
잠깐만.
이, 이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