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마마. 이건 매작과이고, 이건 감주입니다. 숙수가 특별히 솜씨를 부렸다 해요”
그래. 그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건 내 간식이었다.
하지만 희사는 굳이 무겁게 그걸 다 들고 있었다. “이걸•••
“드리지 않을 겁니다.”
-라고 동궁 소속 궁녀 희사가 말 했다.
나 안 줄 거면 동궁 수라간에선 왜 받아온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는 대신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았고, 희사 또한 그랬 다.
나는 어디까지 하나 두고 보자는 눈빛이었지만, 희사는 달랐다.
희사는 그렇게 말해 놓고 꼭 걸음 마 하는 아이를 재촉하듯이 나를 보 고 있었다.
자, 마마. 어서요!
그 눈빛에 나는 자포자기해 중얼거 렸다.
“주어라.”
“더 세게 말씀해 보셔요!” “내놓거라.” “그것 말고, 조금만 더••• 그만해라, 좀.
머리가 아팠다. 이 짓이 오늘만 벌 써 세 번째였다.
'그때 궁녀들을 데리고 가는 게 아 니었는데.'
나는 여전히 열정 넘치는 희사의 눈동자를 외면하며 오늘 아침의 일 을 회상했다.
몇 시간 전, 나는 한참의 고심 끝 에 '산아'에게 서신을 쓰고는 화룡 궁으로 향했다.
엄마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기묘한 울음소리로 울 고 있는 아이를 찾았다.
아이는 여전히 그 높은 옥좌에 홀 로 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호화롭게 차려진 제사상 앞에서 관 복을 입은 관료들이 넙죽넙죽 절을 하고 있었다. '울음을 그文/조져!' '호 여음을 푸只/옵조只7쯔 나는 그 꼴을 보고 기함했다.
미친놈들아. 뭐 하는 짓이야!
당연하게도 아이는 계속 울었다. 중후한 중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니 당연했다. 결국 나는 성큼성큼 옥좌로 걸이가 아이를 토닥였다.
제사에 난입해 아이를 어르는 내 모습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 라보았다.
'가가, c,/7/째까// 존을 대지면 아니 되옵-
'그리 아이를 달래면 퍽이나 울음 을 그치겠조! 경은 차id를 한 랜도 돌본 적이 없는 껐0/꼬?'
나를 만류하는 대신의 말을 끊은 나는 버럭 소리쳤다.
그는 조금 당황한 듯싶더니, 다시 근엄한 얼굴로 나를 타일렀다.
'0,/7/걪/계只7는 일반적인 아기와 다 로지뽑L,/다. '
다르긴 뭐가 달라. 지금 울음소리 잦아든 거 안 보여?
밤에도 그랬지만, 아이는 내가 달 래면 그래도 덜 울었다.
완전히 울음을 그치는 것은 아니지 만, 적어도 방금처럼 빽빽 울지는 않는다고.
슬쩍 비켜서서 아이를 보여 주자 그들의 눈이 다른 의미로 동그래졌
다.
••••조금 울음을 그치소/ 것인가?' '하나 0/7/째께只7 어째•••• 다 헛똑똑이들뿐이야.
나는 아이를 토닥토닥 어르며 이를 으득 갈았다.
'아이가 울고 때를 쯔는 것은 당연 한 이치이거늘, 서러운 마음을 달랠 생각을 õlÖhx/ 어째 이런 제사나 지 뀌고 있단 말이고.
제법 근엄한 꾸짖음이었다.
그런데 그걸 내 궁녀들과 마침 도 작한 엄마와 다른 후궁들이 드0근 1- 것 이 문제였다.
'이게 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그래.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이랬다.
아이들이 울고 때를 쓰는 건 당연 하다.
그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내가 내 입으로 말했고.
그 말에 다른 이들은 내가 지금껏 제대로 때를 쓰거나 운 적이 거의 없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우리 공주 마마께서 무언가를 많이 참고 계셨다!
그러니 그 서러운 마음을 달래 리자!
'대체 이게 무슨.'
어떤 정신머리를 가지고 있으면 생 각이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거지?
하지만 또 이해가 안 될 것도 아 니기는 했다. 이 사람들은 원래 좀 정상적이지 않기는 했어.
하여간에, 궁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내 생떼를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그 절박한 눈빛들에 아주 곤 란해졌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이게 봉변이야.
솔직히 나는 그리 얌전한 아이는 아니었다.
아주 예전이지만 고운의 처벌을 피 하려 난데없이 울기도 했고, 구황작 물 탓에 사신들 앞에 뛰어들기도 했 으니 말이다.
•••이렇게 말하니 정말 슬퍼서 운 적이 없기는 한데. '근데 그럴 눈물이 안 나와.'
가짜 울음으로 눈물을 쥐어짰을 때 에는 수도꼭지라도 튼 듯이 평평 나 왔었다.
그런데 슬프니 좀 울자, 싶으면 눈 물이 안 나왔다 그나마 기윤과 마주쳤을 때 한 방 을 정도.
'왜 이런 거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걸 고치는 방법이 이건 아니라는 건 알 겠다.
안 준다고 하면 내가 떼쓰고 울 줄 알았던 모양인데, 내가 이 나이 먹고 과자 내놓으라며 울어야겠니.
내 다과상을 탁자에 내려놓지 않은 희사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 았다.
“아, 안 드릴 거예요! 정말로!”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
다.
그래라•••
“너 많이 먹거라.”
짜증을 내려고 했는데, 내가 들어 도 제법 힘 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도 나름 환멸 난다는 얼굴을 유지하자 희사가 안절부절못했다.
결국 희사가 탁자에 제가 들고 있 던 것들을 내려놓았다.
“다 마마 드셔요!”
누가 보면 내가 괴롭힌 줄 알겠다. 본인이 안 줘 놓고 왜 그런 표정이 야?
희사뿐만이 아니라 방 안의 궁인들 이 모두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맛이 뚝 떨어진다.
“희사.”
“나가.”
되까린 말에 희사가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
그에 나는 입꼬리를 늘여 웃으며 반복해 주었다.
“다 나가.”
그 말에 방 안에서 온갖 쇼를 하 던 궁인들이 당황했다. “하, 하오나 마마.” 하오나는 얼어 죽을.
밥도 간식도 편하게 먹지 못한 나 는 짜증이 머리 꼭대기까지 자 있었
다.
그 와중에 누군가 반박을 하니 더 짜증이 났다.
“나가! 다 나가, 좀!” 이게 뭐 하자는 거야, 진짜!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의
=을 꾹꾹 밀었다.
그들이 어어 하면서도 얌전히 내 손에 밀렸다.
그렇게 밀어내고 문을 확 닫으려는 데, 틈 사이로 슬쩍 보였던 그들의 얼굴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에게 처음으로 경을 치셨어!' 하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口 을 마저 광 닫았다.
바깥에서 소리가 계속 들리면 몇 번 더 소리를 지를 생각이었는데, 다행히도 문을 닫자마자 방 안은 고 요해졌다.
씩씩대며 침대에 풀썩 누운 내 눈 에 우두커니 서 있는 고운이 보였
다.
“대체 다들 왜 저러는지.” 고운이 내 중얼거림에 또 웃더니 내게 다가왔다.
그가 탁자에 있던 접선으로 내게 부채질을 해 주었다.
화를 풀라는 듯한 몸짓에 한숨만 푹 내쉬는데, 고운이 상냥하게 말했 다.
“너무 노여워 마십시오. 모두 마마 를 생각하여 한 일이 아닙니까.” “알지. 알고말고. 그래도 저게 대체 뭐니?” 요즘 좀 괜찮아졌나 했더니, 다시 시작이다.
저렇게까지 어화등등해 주는 높은 텐션은 불편하다고.
•••염려가 될 만도 하니까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에 나는 기분이 미묘해졌다.
너도 내가 화를 안 내는 게 불안
“고운. 내가 너보다••• 몇 살이 많은데, 하고 말하려던 나 는 멈칫했다. 나는 여전히 고운을 올려다봐야 하 는 카였다.
네 눈엔 어리게 보이겠지.
내가 널 아가로 보는 것처럼•••
한숨으로 말을 얼버무리자 고운이 의아해하면서도 계속 부채질을 했
다.
“하지 마. 손 아프잖아.” “괜찮습니다.”
고운은 의젓하게 대답하고는 계속 살랑살랑 부채를 부쳤다.
내가 딱 열 번만 받고 그만하라고 말려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열 어 둔 창가에 무언가 사사삭 기어가 는 것을 보았다.
나무로 만든 건물이라 창틀의 색이 어둡기는 하지만, 그것과 차이가 나 는 어두움이었다.
그걸 본 순간 쭈뼛 소름이 돋았다.
•••고운, 저기.”
내가 바짝 얼어 있자 고운의 시선 이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그가 지체 없이 걸어가 벌레를 장 밖으로 떨쳐 냈다.
꽤 강하게 졌는지, 날개가 있는 벌 레였던 것 같은데 한 번 날아 보지 도 못하고 그대로 추락했다.
나는 그걸 가없어할 겨를도 없이 일어 있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숨을 내쉬었다.
•••방금까지 '그래, 어리니까 봐 준다' 했던 사람 어디 갔나.
하지만 나는 금세 마음을 고쳐먹었 다.
나이를 먹어도 무서운 것은 있는 법이다.
“난 벌레가 싫어.”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경 별을 담아 중얼거렸다.
“벌레도 싫고, 쥐도 싫어. 사실 여 름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정확하게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 폐된 실내에 차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웬만하면 장문과 문을 모두 열어 두었는데, 저 양반들 때문에 문을 못 여네. 고운은 내가 벌레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궁금한지, 고운이 내게 물 었다.
“어찌 싫으십니까?” 뭐, 싫은 것도 꼭 이유가 있나.
내가 유난히 더 위의 것들을 싫어 하기는 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이 유는 없었다.
“그냥. 그냥 싫어.”
단순한 혐오와는 달랐다. 정말 공 포스러웠다.
으, 서술하고 싶지도 않아.
정말로 진저리를 치는 내 모습에 고운이 얌전히 다시 부채를 부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입을 열었다.
“너도 이유 없이 싫은 것이 하나쯤 은 있을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