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0 0 0
                                    

얌전히 몸에서 힘을 빼자 등 뒤 에서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너, 너! 네가 뭔데 재를 안아!”
“아이의 이름은 산아입니다. 그리 고, 그대는 산야와 같은 직위인데 어찌 이리 방자한가요?”
“젠장, 방자고 나발이고 그 에나 내려놔. 너 무서워하는 거 안 보 여?” 둘이 왜 날 가지고 싸우는지 모 르겠다.
나는 순간 내가 예화 아륜, 그러 니까 서라국의 황제가 아닌지 생 각했다.
“저를 두려워한다고요?”
정말로 의아한 듯한 미리내의 목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목소리를 알았다. 비꼬기 전의 시동 거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옅은 조 소가 섞인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글쎄요.”
화록, 하고 무언가 불타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미리내는 여상한 목소 리로 말을 이었다.
“가람. 다음부터는 예법 선생이 필요하다면 이리 뛰어오지 마세요. 저는 귀비의 자리에서 얼마든지 아랫것들에게 은혜를 베풀 의향이 있습니다.”
제 페이스를 되찾은 미리내는 그 답게 가람의 속을 닥닥 긁었다.
그 목소리에 나는 조금 안도했다. 그래도 아직 머리채 잡고 싸울 만큼 인내심이 짧아지지는 않는구 나.
가람이 씩씩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무어라 대꾸할 말 없는 미리 내의 말에 언제나 분노했지만 반 격하지 못했다.
실제로 미리내가 하는 말이 맞는 말이기도 했고, 가람이 너무나 단 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리내에게는 유감이지만, 이번에는 가람의 말이 맞았다.
•••귀비 마마.”
“으,2”
내 작은 부름에 미리내가 곧장 나를 내려다보았다.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는 아까 가람을 도발할 때도 웃 고 있었기에 아까와의 표정 변화 를 알 수가 없었다.
눈을 가려서 그런가. 입으로만 모 든 감정 표현을 알아듣기=1-呑1드 구나.
근데 얘 자연스럽게 반말을 쓰네. “저는 괜찮습니다. 내려 주세요.” 침착한 내 말에 미리내는 나를
내려 주었다. 잠시 멈칫하긴 했지 만 말이다. 나는 그대로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훌륭한 식사였어요. 감사합니다.” 가람의 능력은 불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처럼 타 죽고 싶지 않았다.
이 상황에 다시 앉아서 하하호호 밥 먹을 건 아니니 이제 갈래.
•••그래요. 다음에 또 볼 수 있 으면 좋겠군요.”
이던가 미묘한 미리내의 인사를 뒤로한 나는 문으로 걸어갔다.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비단이 사 락사락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듣 기 좋았다.
나는 문을 통과하기 전 문지기처 럼 서 있는 가람에게도 예의 바르 게 인사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가람의 얼굴을 보고 조 금 당황했다.
그는 얼빠진 바보처럼 멍하니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래.
대답을 기다렸지만 영 그럴 기미 가 보이지를 않았다.
잠시 기다리던 나는 아까 미리내 의 말을 떠올렸고, 내가 아랫사람 이 아니라는 기쁜 사실을 얻었다. 나는 천천히 걸어 방을 빠져나온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뛰 었다.
내 집 같지 않았던 화서궁이 처 음으로 집같이 느껴졌다.
가람은 멍했다. 누군가 그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뒤통수를 맞으면 그 때린 사람의 머리를 날려 버리는 사람 이었다.
그의 눈앞에는 그가 가장 싫어하  1-, 등 뒤로 꼬리가 아홉 개 정도 는 살랑거리는 미리내가 서 있었 다.
미리내는 가만히 가람을 바라보 다가, 이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
다. 누가 보아도 비웃음이었다.
그 모습에 가람은 여전히 멍했다. 내가 왜 여기서 저놈이랑 이러고 있지?
그 황망한 생각은 얼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윤이 홧김에 씩씩대며 산야의 시비를 데려가는 것을 관전했을 때, 그는 부관의 손에 등짝에 불이 나도록 맞아야 했다.
'이린! 이! 자비를! 뻤q/가는Li/! 그걸! 그니/로
'아, 기가 그들k 이린 에야? 여란 가 자식0/잖0/흐
'고작! 다爻7 잘인데! 그런 이가 황구에 후자 들어와서 일가나  쯤하겠q/고! 그 친구 날름 뻤q/가 는데 그걸 그영t 푸집니까?'
가람은 그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억울했다.
산야 여란은 에 같지 않게 조용 했고, 처세는 또 얼마나 잘하는지 미리내 못지않았다.
그 전날에만 해도 미리내에게 된 통 깨지고도 부관에게 제발 귀비 마마 반만 닮으라는 말을 들은 가 람에게는 참 배알이 꼴리는 일이 었다.
이린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람은 혼인 연회 날, 쏟 아지는 멸시의 시선 속에서 덤덤 히 앉아 있던 산아를 보았다.
황제가 그랬듯, 멀리서 본 가람 또한 여란 가에서 인간 대신 구미 호를 보낸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대체 어떤 어린아이가 그런 상황 에서 울음을 터트리지 않는단 말 인가.
•••작긴 했지만.
인간의 것이 맞는가 의심될 만큼 가늘고 조그마한 팔다리, 가람의 손으로 다 덮을 수 있을 만큼 작 고 말간 얼굴.
다섯 살짜리 꼬마 아이가 영악하 기도 하지.
가람은 다시금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그 의지는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부관이 가져온 소식에 깨져 비 렸다.

'여덣 4kÖ/¶L/Ek.
'초매 가가. 잔아 님 말입니다. 여  살0/람L,/望'
그는 그 말에 그만 먹던 전병을 떨어트렸다.
여덟 살?
그 말을 들은 가람은 우선 제 부 관의 정보력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게, 지금 산야의 몸집은 그의 여동생이 딱 다섯 살 때의 크기였다.
그보다도 조금 작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성장이  르니 넉넉히 쳐준 것이다.
그런데 여덟 살이라니?
가람의 표정에 부관의 얼굴에 알 만하다는 생각이 표정이 되어 떠 올랐다.
'같0,/又/又/ 않으시겠지만 정말입니
다. 여란 가에서〃〃7 몬 정보이니까
'인간 £kÖk?'
용이라든가, 아니면 귀신이라든 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인간의 성장이 그렇게 비상식적 일 수가.
가람은 답지 않게 정확한 어휘를 사용하며 생각했고, 그의 부관은 그 생각을 한 마디로 일축했다.
'Biööþö/ 부촉하면 그럴 경우가 있 습니다. G//꼬정〃0/채럱 가른 초비 가마처럼요. '
여기서 덧붙이자면 산야는 평균
보다 조금 마른 상태였다.
당연했다. 여란 가에서 후궁으로 보낼 아이의 몸을 관리하지 않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다만 산야는 오랜 학대의 반증으 로 음식을 잘 섭취하지 못했다.
식을 조금이라도 많이 먹거나 약 초를 잘못 먹이면 그대로 며칠을 앓아누웠기 때문에 살을 찌우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모로 가도 수도인 제연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가람과 그의 부관은 추측의 과정  은 틀렸지만 결과는 정확히 맞히
었다.
산아 여란은 자신의 가문에서 학 대받았다.
'어쩐지, 의/ 그 원전/ 높은 가문이/   그월7// 고이고이 길製다는  딸이기/ 시비 하나만 달랑 불이 뽀뎼 나 회다e/'
'절매 가가q//7//又/ 자비 돌려 꼬L〃져/요 그리고 사고/하又//요
'
하다고.
가람은 찍소리도 못 내고 그 말을
따랐다.
그렇게 그는 화서궁에 도작했고, 혼비백산으로 산아를 찾아다니는 궁 인들을 마주했다.
황제를 모셨던 서연이 그리도 경황 이 없이 보이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 는 것이었다.
가람을 보자마자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재 산아를 찾아 줄 수 있나 물 었던 그녀이니 말이다.
지은 죄가 있었던 그는 흔쾌히 수 락했다.
어릴 적 툭 하면 없어져 가문 사 람들의 에를 태우던 전적을 바탕으 로 아이가 숨을 만한 곳 두어 곳을 돈 가람은 금세 산아를 찾아냈다.
가람은 그녀를 데리고 서연에게 갈 셈으로 아이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가만히 앉아 꽃을 구경하고 있던 산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 아이는 바깥의 소란은 까맣게 모른다는 듯이 말간 얼굴을 하고 있 었다.
그 모습에 가람은 어른으로서 아이 를 타일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 뒤에 일어난 일은 가람 으로서는 맹세코 고의가 아니었다.
가람의 부름에 산야가 털썩 주저앉 았다. 도자기 인형 같던 아이의 일 굴에 서린 것은 명백한 공포였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던 아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언제나 무표정으로 예의를 지키던 아이가 작게 속삭인 말은 가냘픈 에 원이었다.
덜덜 떨고 있는 토끼 같은 모습에
가람은 단번에 무기를 풀어 멀찍이 던졌다.
' '안 죽이. 아무런 생각 없이 툭 그 말이 투] 어 나7갔다.
그건 해변을 걷다 발견한 보물처럼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서 있을 때도 작0갔지만, 산아는 앉으니 더 작았다.
어디에서 묻혀 왔는지 모를 흙과 먼지를 뒤집어쓴 아이는 볼품없게도 작았다.
그 모습에 가람은 정말 오랜만에 양심이 아팠다.
그러게. 작네.
동시에 부끄러웠다.
조윤이 괴롭혔을 때 막아 줄 것을.
시비를 빼앗아 가려 했을 때 곧바 로 되찾아 줄 것을.
그냥 작은 아이였는데.
아이에게 시비를 돌려주겠다고 말 하자 아이는 그 말간 얼굴로 그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 얼굴에 가람을 향한 증오는 찾 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그릴 수가 있는지.
화가 나지 않나 물으려는 그의 말 문이 과거의 기억에 막혔다.
가람은 강했다. 그가 가진 능력은 폭력적인 불이었고, 그의 성질 또한 능력과 비슷했다.
친한 친구를 뺏긴 아이는 반항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 아닌 가?
결국 그는 아이를 서연에게 돌려주 고는 도망치듯 화서궁을 나왔다.
그의 눈빛에 아이가 몸을 숙여 주 점주심 무거운 검을 주위 오던 모습 이 망막에 맺혔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람은 이번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관의 말이 맞았다.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던 가람이 회랑 한가운데에서 멈춰 섰다.
“사과!”
그는 그 한가운데에서 과일의 이름 과 동음이의이인 단어를 외진 뒤 다 시 몸을 돌려 바삐 걸음을 옮겼다.
가람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 었다.
사과하러 왔어, 라는 말만 하고 정 작 미안하다는 말은 꺼내질 못했다.
가람은 정말 간만에 자신의 멍청함 을 탓했다.
하지만 가람이 머리라도 불태워 비 리고 싶은 마음으로 향한 화서궁에 는 주인이 떠난 후였다.
그는 궁의 대문에 서성이는 산야의
궁인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곧, 품위도 잊고 마구 뛰어가기 시작했다.
••••초以/ 가마께서는 7그/岬가마의
'
구으로 가졌습니다.
서연에게서 이 말을 들었기 때문이
다. 

17Donde viven las historias. Descúbrelo ah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