口}口}아
서연에게 매달리다 씨알도 안 통한 여류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우락부락한 남자의 그렁그렁한 눈 에 나는 참지 않고 얼굴을 찌푸렸다.
하나도 안 귀여우니까 그 눈깔 그 만둬.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족치고 싶 지만, 그랬다가는 정말 울 것 같았 다.
•••서연, 그만하게. 여류 자네도 내 앞에서 무언가 자를 생각 말고.” 서연은 내 말에도 서늘한 눈초리를 거두지는 않았으나, 한 번만 봐주겠 다는 듯 한 발짝 물러섰다.
나는 내가 편을 들어 주었다는 이 유로 희희낙락 웃고 있는 여류에게 물었다.
“저 아이 이름이잖아?”
내 말에 여류가 엑, 하고 목이 졸리 는 소리를 하며 고운을 손가락질했
다.
“저놈 말씀하시는 것 맞습니까?” 목소리 또한 물음표가 가득 묻어 있는 것이 아무리 봐도 거짓인 것 같지는 않은지라, 방 안의 사람들의 눈빛이 고운에게 쏠렸다. 시선을 받은 고운은 잠시 멈칫하며 미묘하게 시선을 피했다.
잠시 주저하던 고운은 결국 진실을 실토했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중의적인 의미였다. 정말로 입 을 꾹 닫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과, 이름을 말해 주지 않았다는 것.
그 말에 여류가 억을해 죽으려고 했다.
“네 놈 내가 그리 살갑게 말 붙일 때에는 서늘한 눈으로 째려보기만 하더니! 이름을 아무리 물어도 씨 주 지도 않아 대강 새벽이라 이름을 붙 여 줬더니!” 빽빽거리는 목소리에 귀가 다 아프
다.
'왜 안 말해 줬는지 알 것 같은데.' 그래도 그걸 입 밖으로 꺼내 놓지 는 않았다. 서운함을 토로하는 여류 가 고운에게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 있기 때문이다.
고운의 눈앞에 손가락을 흔들다가 그대로 잡혀 꺾인 여류가 서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마님께오선 알고 계셨습니까?” “이른 아침에 저 아이가 와서 말해 주더구나. 비밀로 한 이유가 있을까 싶어 믿을 만한 이들만 남겨 두었 지.”
서연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자 여 류가 기가 자다는 듯 고운을 보았다.
“그런데도 내게는 일언반구 없었나, 이 녀석아!” 내 서신에 왜 미리내가 여류를 보 냈는가 했더니. “야! 이 배은망덕한 놈아!"
“시끄러워”
이래서•••
여류가 얼굴을 울상으로 일그러트 렸다.
축 늘어트린 어깨가 퍽이나 슬퍼 보였으나 나는 모른 척했다.
징그러운 어른 위로해 주는 취미는 없어.
아, 맞아. 그건 물어봐야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툼한 양손 에 얼굴을 묻고 과장되게 혹혹대고 있는 여류의 팔에 손을 얹었다.
“저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류가 휙 고개를 들었다.
나는 부담스럽게 반짝이는 눈동자 에 결국 참지 못하고 대놓고 얼굴을 찌푸렸다.
“마마, 절 위로해 주시다니•• “아니. 그건 아닌데.” 형구.
여류가 다시 쭈그러졌다. 그 얼굴을 아랑곳하지 않은 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누가 그를 흔쾌히 보내었는지는 몰 라도, 우선은 미리내이려나.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하니 정확히 알아야 하지만, 지금 여류는 통 물이 볼 상황은 아닌 듯싶었다.
나는 아쉬움 없이 서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화령궁에 기별을 넣어 주게. 곧 찾 아뵙겠다고 말이야.”
“예. 마마.”
아. 이렇게 내 낮잠 시간은 물 건너 갔군.
한숨을 푹 내쉬자 내 눈치를 보던 여류가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혹, 귀비 마마께 제 근무처 이 전을 부탁하셨습니까?”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냥 바보인 줄 알았는데 이런 부분 에서는 의외로 날카롭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 는 일이고, 마땅히 기밀도 아니었기 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을 듣고 바뀐 여류의 얼굴에 나는 오, 하고 작게 감단했다.
표정으로 '어째서지?'를 저렇게나 잘 표현해 내다니.
이해하지 못할 반응도 아니라 나는 선선히 인정했다.
하지만 내가 굳이 미리내에게 부탁 한 것은 합당했다.
그림자를 통솔하는 이는 황제와 미 리내였다.
여류는 내게 속내를 알 수 없어 구 령이 같은 미리내보다 다정한 황제 에게 그것을 부탁하면 되지 않겠느 나 묻고 싶은 것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만약 황제에게 그것을 부탁했다간 단번에 상냥한 거절 답 신이 올 것을 확신했다.
황제는 내게 그림자를 두 개씩이나 내어 줄 리 없었다.
아니, 기실 고운을 내준 것부터가 내 예상외였다.
이 나라에서 가장 다정한 사람을 찾자면 황제이지만, 공과 사의 구별 이 가장 철저한 사람을 꼽자면 그것 또한 황제였다.
그녀는 나를 안타깝게 여기고 아끼 지만 그뿐.
그림자는 황궁의 군사들 중 단연 뛰어난 정예였다.
그런 것을 황제가 자발적으로, 그저 내가 보내 달라고 했다는 것만으로 선뜻 내어 줄 리가.
심부름꾼도 기밀을 많이 알고 있다 는 이유로 안 보내 줄까 봐 미리내 에게 부탁했는데, 그림자를 보내 줄
줄이야•••
'다시 데려가려나.' 나는 고민에 잠겼다. 황제의 호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다시 가져 갈 확률도 있었다.
게다가 나 하나를 지기는 정도면 그림자 하나면 충분하기도 하고. '서연과 다른 궁녀들도 계속 있
황제를 모시던 이들이 새로 들어온 후궁의 시중을 드는 것은 대부분 한 달 정도에 그졌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그 후궁을 감 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걸 황궁에 들어온 지 한 달 이 넘어가서야 다시 기억해 냈고, 여 전히 그들이 내 곁에 있는 것에 의 문을 가졌다.
하지만 내가 의문을 가지기 무섭게 몇몇 궁녀들이 교체되고, 어느 날 나 는 짐을 싸고 있는 서연의 모습까지 발견했다.
'이제 가는가?'
'지금껏 고까웠니/ 자해는•• 경구말 좋은 사람이었어. 앞으로 폐하
'
를 잘 모지길 가라e//.
섭섭하기도 했지만 가는 것이 당연
한 사람들이었다.
나름 마음을 담아 작별 인사까지 했었는데, 서연이 그렇게 세상이 무 너진 얼굴을 할 줄은 몰랐다.
지금껏, 줄곧 제가 거라 생7,k하졌습L/까?'
'어찌 한 가니 티도 L//x/ 않으只/고,
'
'아니, 그게
•••정말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하여튼 그런 우여곡절 끝에 그들0 내 궁녀로 남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좋 았다.
그들은 내게 상냥했고, 황제를 모셨 던 만큼 무력 또한 강했기 때문이다. 음. 정말로 여류는 데려갈 것 같은
착잡한 시선으로 여류를 바라보니 그는 말똥한 눈으로 고개를 가웃했 다. 나는 그저 웃었다.
어느새 들어온 궁녀가 내민 서신을 받아 들었다.
서신은 미리내의 글씨체로 승낙을 비지고 있었다.
•••월 또 사 뒀는지 선물이 있다 는 말도 함께였다.
나는 서신을 잘 접어 서랍에 넣고 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고운이 뒤따랐고,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 여류에게 손짓했
다.
“다녀오십시오, 마마.” “다녀오세요, 마마!” 궁녀들의 배웅을 받으며 방을 나서 이제는 난간이 생긴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고, 회랑을 가만히 걷고 있자 니 코끝에 연한 향기가 느껴졌다.
“이번 년에는 아기씨께서 찾아오시
려나.” 옆에서 중얼거림이 들렸다. 보나 마 나 여류였다.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쉬며 질책의 의미를 담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림자라는 걸 숨기고 있는 건 알 겠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인데.
저렇게나 잔혹하게 고문당할 건수 를 만들고 싶을까.
내 시선을 받고도 여류는 해해 웃 었다.
참 잘도 웃는다 싶었지만, 웃는 일 굴에 더 화를 낼 수 없어 나는 결국 표정을 풀었다.
옅게 나는 향은 복사꽃의 향이었다. 복사꽃은 벌써 다 지고도 남을 시 기였고, 복숭아나무에도 꽃봉오리 하 나 맺히지 않았지만 그러했다.
그 이유는 이 서라국에 존재하는 전설에 있다.
한 달 내내 이어지는 아륜이 지나 고 나면 황궁의 모든 복숭아나무에 는 일시에 꽃이 피어난다.
그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것이 무색하게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동백처럼 목을 꺾으며 떨어 지지만, 그 일주일 동안 황궁에는 간 혹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다고 한다.
복사꽃이 가득 피어난 정원에 비려 져 울고 있는 아이.
그 아이는 마지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정 원에서 발견된다.
그 우는 아이를 발견한 황궁의 모 드 01 드 1-0 그 아이를 웃게 해 주기 위해 애쓴다.
아이는 첫 웃음을 터트리고는 빛으 로 화해 사라진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가 사라지고 나면 그 해의 서라국에는 반드시 길조가 찾 아온다.
허황된 이야기이지만, 서라국의 사 람들이 그 아이를 '아기씨'라 부르며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마냥 거짓 이라고 지부하기란 어려웠다.
실제로도 아이는 몇 년에 한 번 정 도는 보일 정도로 확률이 높았지만, 나도 원작의 산아도 그 모습을 실제 로 보았던 적은 없었다.
나는 빙의하고 처음 맞는 건국제이 고, 원작의 산아가 황궁에 살아 있을 동안의.
그러니까 다섯 번의 봄에는 한 번 도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생겼을까.
사실 계속 울고 있는 아이라는 점 부터 화분에서 뽑힌 맨드레이크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원작의 산야가 황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내가 열세 살이 될 때까지는 보지 못하려나.
그 뒤에도, 볼 수 있을까.
•••나도 꼭 보고 싶군.”
엇, 마마. 말씀 편히 하십시오. 소 인이 보시는 바와 같이 그리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나는 무슨 진지한 대답이 돌아올 줄 알고 이리도 진심을 다 해 말했 나.
“얼굴에 철판을 그리도 깔아 댔으 니 피부가 늙을 리가.” 한심하다는 시선과 함께 차갑게 대 꾸한 나는 고운에게로 시선을 돌렸 다.
무심한 일굴이 내게 시선이 닿자 설핏 미소를 머금었다.
“고운. 너는 아기씨를 본 적이 있
말을 이어 가려던 내 목소리를 누 군가가 끊었다.
나는 아까 여류에게도 그랬던 것처 럼 누군가가 내 말을 끊는 것을 정 말 싫어했고, 여전히 그랬다.
하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이라는 것은 내 말을 끊어도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
무엇보다 저 목소리는 내게 익숙한 소름을 돋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입술을 한 번 꾹 깨물고는 몸 을 돌렸다. 그러자 예상했던 것과 한 지도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 보였다.
해맑게 웃고 있는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너 왜 여기 있니•••
나는 황제와 가람과 미리내를 포함 하
기실 대부분의 이 세계 사람들。 불편해하는 편이었다.
그들이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이제 알았지만, 손잡고 짝짜꿍 할 나이는 피자 지난 탓에 만나도 썩 할 말이 없었다.
더 정확하게는 내 정신 상대가 성 인인 탓에 멀쩡한 아이인 척 그들에 게 말을 붙이는 것이 몹시도 어려웠 다.
하여 미리내와 가람을 만나면 가만 히 묻는 말에 대답하거나 그들끼리 싸우는 걸 구경했고, 다른 궁녀들에 게도 비슷했다.
다만 황제는 좀 달랐다.
그녀는 누가 보면 나를 아주 예삐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도 그렇게 행동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세상 귀여운 걸 봤다는 듯이 얼굴이 흐물흐물 녹 아내렸다.
뭐라도 쥐여 주지 못해 안달이었고, 어떻게든 내 시선을 끌고 싶어 했다.
가끔 혀 짧은 소리를 할 때면 왜 저러나 싶어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예화가 그렇게나 채신머리없는 모 曰을 보이는 것은 내 앞에서만이 유 일했다.
그 모습이 몹시 불편했다.
그리고 그 내가 가장 불편해하는 사람은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지 금 내 눈앞에 있었다.
'젠장.'
방심했다. 어제 와서 오늘은 당연히 안 올 줄 알았는데.
꽤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그녀였고, 무엇보다 지금 축제 준비로 한창 바
쁠 텐데.
굳이 시간을 쪼개서 날 찾아왔다 고?
왜?
완전 필요 없으니까 제 후궁들한테 나 갔으면 좋겠다, 진짜!
나는 와악 소리를 내지르고 싶었으 나 황제의 면전에다 대고 그렇게 말 할 용기는 없었다.
그저 웃은 나는 예화를 올려다보며 입을 다물었다.
내가 먼저 예화에게 말을 거는 일
은 드물었다.
물어본 것만 단답으로 대답하고 이 아기가 이어질 만한 여지도 늘 뚝 잘렸다.
단지 오늘뿐만이 아니라 전부터 이 어진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나에게 더 이 상 말을 잘 붙이지 않았지만, 예화만 은 달랐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색 해하며 몇 번 말을 붙여 보다 돌아 가더니, 이제는 점점 발전해 이제는 내가 단답만 하더라도 혼자 잘만 떠 들어냈다.
“산아! 어쩐 일이나. 너를 바깥에서 보다니, 방 안에만 있는 줄 알고 격 정했더니 다행이구나. 다리는 아프지 않느냐? 볕은 너무 뜨겁지 않고?"
•••정말 달갑지 않은 성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