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당과 권유 이후 나는 조금씩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0 0 1巨= = 0 모두 바짝 긴장해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고, 나는 혹시 몰라 아이들을 면밀히 살폈지만 수 상한 낌새가 보이는 아이는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퇴궁하라 말했 고, 서린에게만 남으라 명했다.
그 말에 아이들이 술렁였다. 씩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서린의 친구가 아이에게 속닥대 는 것을 나는 의아하게 바라보았
다.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나. 다들 어 째 서련을 가여워하는 것 같다.
'정작 본인은 아무 생각 없어 보 이는데.
재 졸려 보여. 밥 먹이고 낮잠 재 우고 보내야지.
'아침부터 여기 온다고 고생했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섰 고, 서린이 내 뒤를 따랐다.
궁녀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자 이미 식탁에 식사가 차려져 있었 다.
나는 자리에 앉았고, 내 맞은편에 서련이 앉았다. “편히 들거라.”
“감사합니다, 마마.” 마음에 드는 반찬이 있었는지 서 련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 꼬리를 길게 늘였던 나는 헛기침 하며 표정을 갈무리했다.
서린이 내 눈치를 보기에 먼저 한 술을 떴더니 아이가 그제야 식사를 시작했다.
밥 뜨는 것 봐. 완전 조금이야.
반찬도 야무지게 얹네. 아이고, 오물대는 것 봐.
내가 너무 빤히 보았는지 서린이 쵸끔 나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웠는지, 아이의 볼이 발그 레해져 있었다.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귀여워'
아니, 내가 원래 어린에들을 좋아 하지 않는데 말이야.
서린은 그냥•••••• 귀여웠다. 특별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몸짓 하나하나가 다 앙증맞다.
에기야, 애기. 고사리 같은 손도, 앳된 얼굴도 다 귀여웠다.
고운 말고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 을 느낀 게 처음이었다. 내가 생각 보다 무해한 아이들을 좋아했구나.
'하긴, 서신을 주고받을 때도 꽤 잘 맞았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밥 한 술 을 떠 넣었다.
말을 걸고 싶었는데, 내 입에 아 무것도 없는 타이밍과 서련의 입 에 아무것도 없는 타이밍을 맞추 려니 시간이 조금 걸렸다.
몇 입을 더 먹은 뒤, 나는 태연한 척 물었다.
“화비 마마의 먼 친척이니?”
내 질문에 서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모님이십니다.” 말 놓으라고 하고 싶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려다 그만두었
다.
어차피 서신으로 한참 반말 써 두고 이제 와서 예의를 지기나 싶 었지만, 실제로 만나면 불편할 수 도 있으니까.
“다른 아이들은 내가 제법 어려운 모양이더구나.”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는데, 그 말에 서린이 멈칫했다.
•••아닙니다.”
그 대답이 전에 없이 의욕적이었
다. 서린이 수저마저 놓았다.
“어찌 감히 공주 마마께 불손한 口근 -五근 있단 말입니까. 그 저 폐하께서 귀족가 몇몇을 냉정
히 숙청하시어••
“숙청?”
처음 듣는 소리였다. 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지금껏 귀족들이 황제에게 방만 했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제 엄마에게 범접할 수 없는 힘이 생겼으니, 대대적인 숙청이 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엄 마가 사람을 죽였다는 건 내게 조 금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중에는 분명, 그 가문에 태어났 을 뿐인 어린아이도 있었을 텐데.
•••처형된 이들이 많니?”
“폐하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신분 이 격하될 뿐, 목숨은 부지하였습 니다." 조심스레 물은 말에 서련이 답했
다.
그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내 어머니 가 아닌 게 되지는 않지만, 그래
도.
그나저나 재는 왜 밥도 안 먹고 저렇게 열정적인 눈으로 날 보는 걸까.
“마저 먹으렴.”
내 말에 서린이 물 부어진 화로 처럼 어깨가 늘어트려졌다. 아주
미묘한 차이였지만 눈에 보였다. “말주변이 없어 송구합니다.” 아니, 월 송구하기까지•••
무엇보다 방금 말에 말주변이 부 족하다고 말할 만한 게 있었어?
1-
이전의 대화들을 더듬던 나= 득 깨달았다.
'다른 아이들이 날 어려워하는 걸 내가 서운해할까 봐?' 뭐야. 진짜 귀여워.
세상 다 산 애늙은이인 줄 알았 는데, 생각보다 서린은 어린 구석 이 많았다.
'그야 어리니까.
서신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 이 어른스러운 척을 했는지 나는 식사를 하며 피식 웃었다.
초은의 조카라고 했으니, 초은을 통해 내 방에 서신을 가져다 놓은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내 궁녀들도 조금 괘씸했다. 분명 초은의 궁에서 궁 녀들이 왔을 텐데, 못 보긴 월 못 봐.
그래도 이렇게 귀여운 친구를 만 들이 줬으니 넘어가야겠다고 생각 하며, 나는 수저를 놓았다.
“그래서, 그리 나와 가까워지고 싶었니?”
난데없는 질문에 서련이 눈을 깜 빡였다. 도자기 인형처럼 오밀조밀 하게 생긴 아이가 슬쩍 시선을 피 했다.
역시나 귀여운 반응. 이젠 숨길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네가 내 배동이 될 테니, 이제 서신은 그만 보내도 되겠구나.”
내 말에 서린이 의아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신이라니요?” 그 반응에 나는 멈칫했다.
가람과 아주 흡사한, 익숙한 반
'얘도 아니라고?'
나는 반신반의하며 서신을 서련 에게 내밀었다. 서련이 일떨떨해하 면서도 서신을 펼쳤다.
죽 읽어 가는 아이의 얼굴이 찌 푸려졌다. “뉘가 감히 마마께 이런 장난
“네가 아니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묻자 서련 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허면 아까 질문의 대답은?”
“정원과 흔들의자 말이다. 어찌 그리 대답한 것이야?” 서련이 동궁에 온 적이 없으니 정원이 아름다운지도, 내 침실에 흔들의자가 있는지도 모를 텐데.
내 질문에 서린은 당황하면서도 차근차근 대답했다.
“정원은 이모님께서 입궁하였을 때 보고 오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의자는 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요.”
'구체적이네••
철석같이 믿었던 이가 아닌 것으로 판명 난 게 벌써 두 번째다.
이제 좀 힘이 빠졌다.
발신인 찾아내기, 이렇게까지 해야 되겠니?
힘이 빠진 건 힘이 빠진 거고, 손 님은 손님이다.
나는 서신을 치워 두고 서린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즐거웠다.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 동등하게 대화를 나눈 기분
010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들은 은연중에 어린아이를 대한다 는 태도가 묻어났다.
하지만 서련은 그러지 않았다.
또래라서 그런지, 아이의 원래 성 정이 그런 것인지 참 대화하기 편 한 상대였다.
불편할 만한 말도 하지 않고, 이아 기는 잘 들어 주고 본인의 이야기도 적절하게 한다.
그러면서 또 얼마나 귀여운지.
'자주 왔으면 좋겠다.
나는 서린을 배웅하고 돌아오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방에 들 어서자마자 탁자에 곱게 놓인 서 신을 발견했다.
설마 새로 온 건가 싶어 후다닥 확인한 나는 이제 온 서신임을 확 인했고, 다른 의미로 한숨을 내쉬 었다.
서린을 제외한, 오늘 온 아이들 중 하나일까?
하지만 이제 정말 감도 잡히지 않 는다.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지.' 무엇보다, 서신은 내게 어떻게, 라고 물었다.
열두 살 난 딸을 가진 가문에는 모두 칙서가 보내졌을 테니, 황궁 에 입궁해 나를 만나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서신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나는 자리에 앉아 붓을 잡았다.
[안녕.
오늘 열두 살 난 귀족 여자아이들 을 모두 불러 모았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중 너는 없는 것 같았어.
내가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 만, 어쩐지 그런 것 같지는 않아.
이제 도저히 널 못 찾겠으니, 그 냥 물어볼게.
년 누구야?]
붓을 내려놓은 나는 종이를 말리 고, 곱게 접어 머리맡에 두었다. 이제 내일이면, 저 서신을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음 한 구석, 불안한 마음을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서신이 도착했다.
나는 곧장 서신을 펼쳐 읽어 내려 갔다.
[역시 못 찾았구나. 어려울 거라 고 생각했어.
어디서부터 설명해아 할까. 부디 네가 내 말을 의심 없이 믿어 주 길 바랄게.]
그리고 잠깐의 공백. 한 줄 밑으로 다시 글자가 쓰여 있다.
[내 이름은 산야야.]
여란 가의 막내딸이고, 황제 폐하 의 후궁이었지.
여덟 살에 입궁했고, 열두 살에 죽었어.]
믿을 수가 없었다.
'산아의 몸에 들어와 있는 건 나 였고, 이 몸은 여덟 살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서신이 말하는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원작과 같았다.
내게 서신을 쓴 것이, 원작의 산아 였다고?
그렇지만 지금 산야의 몸은 내가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진짜 '산아는 어디 있 지?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떠오 르는 것이 있었다.
잠을 아무리 자도 피곤했던 몸 상태.
밤마다 바깥을 돌아다녔다고 하지 만, 조금도 기억을 하지 못했던 나.
[네가 낮에 내 몸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아.]
그게 몽유병도 어떤 몸의 이상도 아니었다면?
[내가 밤에만 깨어나거든.]
내 시선이 잠시 내 손에 머물렀
다.
손끝에 먹이 묻어 있었다.
잠들기 전만 해도 없었던 자국이
다.
꼭 그 밤중에 무엇이라도 쓴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