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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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기막힌 우연이네.” “그렇구나.” 0}
귀도 좋아. 그걸 들었나. 나는 아무 말도 안 한 적 잽싸게 머리를 조아렸다.
“황후 폐하를 뵙습니다.”
•••그래. 고개를 들거라.” 고개를 들자 나는 언뜻 서운해 보 이는 남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왜 서운해하는지 대충 이유는 알겠 지만, 나는 슬그머니 외면했다.
아, 그때가 마지막 만남이라고 한 건 댁이잖아요.
다음에 만나면 다시 처음 보는 사 람인 척하자는 의미 아니었냐고  '그렇게 안 생겼는데 이린아이들을 조아하나.' 그래도 부담스럽긴 했다. 애조에 나 는 그리 사교적인 성격이 못되었다.
그러게 사람이 평소에 안 하던 짓 을 하면 안 돼. 산책은 무슨.
초은을 만나러 가는 길에 아미정이 보이길래, 잠깐 구경만 하자 싶어 가 마에서 내렸더니 정말 귀신같이 마 주지지 않았나.
어색함 속에서도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그의 머리 장식을 보았다. 선유는 저번처럼 용 비녀 하나만 장식하고 있었는데, 어제와 색이 달 랐다.
청색이 조금 더 섞인 듯한, 전체적 으로 탁해진 색.
나도 모르게 비녀를 빤히 보았는지, 전유가 손을 뻗어 비녀를 끌러 내게 내밀었다.
“가까이 보겠느냐.”
이거 나름 국보라고 들었는데, 얘네 한텐 이게 안 귀한가•••
미리내도 그러더니 자꾸 나한테 막 내미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나는 냉큼 비녀를 받아들었다.
비녀는 미리내가 내게 준 것처럼 크고 묵직했다.
여의주도 꽤나 큰 크기였다. “색이 신기합니다. 제 것과 달라
“다른 이들의 색이 섞여 그렇다. 네 것도 본래 이러했단다.” 은근슬쩍 중얼거린 말에 꽤나 구체 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황후, 선유는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다.
황후라면 원작에서도 꽤나 큰 비중 을 자지했을 텐데, 나는 그를 조금도 기억하지 못했다.
혼자만 여의주 색이 다른 것도 그 렇고, 색이 섞였니 어쨌니 하는 것
•••이 무엇이나?”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나도 모르 게 반문했다.
그리고 조금 당황했다.
황후는 당연히 나보다 상전이었다.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건 무엄한 짓에 속했다.
나는 잠시 긴장했지만, 다행히도 선 유는 내게 다시 말해 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나.” 내 이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네 호는 들었지만 이름은 듣지 못 하였구나. 네가 일러 주면 좋겠는 데.”
뜬금없는 말이기는 했지만, 이름 정 도야 뭐.
“제 이름은••  말하려던 나는 언뜻 누군가를 발견 하고 그대로 멈췄다.
긴 장발의 남자가 보였다.
나는 다급해 보이는 연청색 눈동자 와 눈이 마주겠다.
저거 미리내 아나?
눈이 마주치자 그가 성큼성큼 다가 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당황스러워. '진짜 어쩌면 이런 우연이.' 여기 무슨 만남의 광장이야? 그것도 잠시, 그가 가까이 오자 나 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연청색 눈동자에 붉은빛이 어른거 렸다.
저 인간은 왜 매번 급할 때마다 안 대를 버리고 오나.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의 눈을 가릴 만한 건 보이지가 않았다.
별수 없이 머리끈이라도 풀어서 내 밀려는데, 성큼성큼 다가온 미리내가 나를 덥석 안아 들었다.
어던지 모르게 느껴지는 데자뷰였
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 상황이 기 윤이 내 궁에 무단 침입했을 때와 몹시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이군, 미리내.” 먼저 말을 건 것은 전유였다.
씩 악의를 가진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저 담백했고, 조금 반가워했다.
하지만 미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불편하다는 듯 몸을 꼼 질거리자 나를 내려놓고는 보호하듯 이 내 앞에 섰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어린아이 지 않아.” 그를 경계하는 듯한 몸짓에 선유가 덤덤히 말했다.
하지만 미리내는 기가 자다=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아이라 해도 그리 스스럼 없이 믿으십니까. 하긴, 그러하니 그 리 순순히 유배를 가셨겠지요.” 나는 미리내의 다리 옆으로 슬그머 니 고개를 내놓았다.
비꼬는 말에 선유의 얼굴도 굳었다.
근데 미리내가 한 말은 날 돌려 까 는 말 아닌가.
어린애가 뭐, 왜?
아니 근데 왜 네가 화를 내니.
나는 슬쩍 위를 올려다보았다. 웃음 기가 사라진 미리내의 얼굴 또한 섬 뜩했다. 슬쩍 도망치고 싶은데 그릴 수가 없었다.
싸울 거면 둘만 있을 때 싸울 것이 지, 중간에 낀 나만 죽을 맛이다.
선유는 그런 미리내를 가만히 바라 보다 내게 시선을 돌렸다.
“0 1百01 어찌 되느냐.” “아해(兒孩)입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 리가 내리꽂혔다.
아닌데요. 산아인데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나는 얌전 히 입을 다물었다.
아해라는 건 어린애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아해.
아해 아륜. 그래, 뭐. 나쁘지 않지. '미리내 화난 거 엄청 오랜만이다.
아니, 오랜만인가?
내가 미리내가 정말 화난 걸 본 적 은 있나?
생각해 보니 있긴 있었다. 오래전, 내가 궁녀의 손에 질질 끌려왔을 때 에 미리내는 무섭게 화를 냈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비슷하면서 도 달랐다.
그때에는 분노였다면, 지금의 미리 내는 여유가 없이 보였다.
누가 봐도 내 이름이 아닌 것이 분 명한 이름에 선유가 한숨을 내쉬었 다.
“왜 그리 경계하느나. 나 또한 저 아이의 아비인데, 설마 아비가 되어 여식에게 해를 끼질 리 있겠나.”
“예. 압니다. 허나 황후 폐하께서는 지금껏 어린아이들에게 아무 관심 없으셨지요. 헌데 갑작스레 이 아이 에게 관심을 보이시는 것을 이해하 지 못하겠습니다.”
미리내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 을 하면서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흘끔흘끔 미리내를 올려다보던 와 중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를 건드리지 마세요.” 아니, 잠깐만. 손으로 얼굴 밀지 말 아 봐. 아!
“그 누구의 대용품으로도 이 아이 를 보지 마시란 말씀입니다.” 내 얼굴만 한 미리내의 손에 가려 져 바동대던 나는 그 말에 행동을 멈췄다.
아미정에 정적이 무겁게 가라앉았 다.
미리내의 손에 힘이 빠져 나는 다 시 고개를 조금 내밀었다.
선유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져 있 었다.
서 0 느 무겁게 입을 닫고는 몸을
돌려 걸이 나갔다.
그를 대운 가마가 사라지고, 미리내 가 한숨을 내쉬었다.
“산아. 갑자기 밀이 넣어 많이 놀랐 지. 미안하구나.” 미리내가 뒤를 돌아 몸을 굽혀 나 와 눈높이를 맞췄다.
다정하게 휘어지는 하늘빛 눈동자 를 응시하던 나는 손에 들린 머리끈 을 내밀었다.
“별다른 끈이 없어서요.” 미리내의 눈동자에 붉은빛이 옅게 돌았다.
저렇게 힘 관리도 못 하면서 안대  매번 어디에 팽개쳐 두고 오는 거야.
받지는 않고 얼떨떨한 얼굴로 날 보고 있기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손을 뻗었다.
머리끈을 눈 위로 덮고 뒤통수에 묶었다.
다행히 미리끈이 충분히 길고 넓어 미리내가 평소 눈을 가리고 다니던 안대와 비슷하게 보였다.
진보라색 머리끈이라 색소 옅은 미 리내에게 조금 튀기는 하지만 그래 도 나쁘지 않다.
1- 1--巨때고 혼자 뿌듯해했다.
“어찌 안대를 잃어버리셨습니까. 이 리 질질맞아서아.”
내가 언제 또 미리내한테 잔소리를 해 보겠나. 나는 그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미리내가 입가를 기묘하게 일그러 트렸다.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자꾸 허물어
졌다.
그가 눈가로 1- 근 뻗어 안대-내 머리끈이었던-를 만지작거렸다.
그 손길이 너무 조심스러워 나는 괜히 민망해졌다.
•••고맙구나.”
웃으면서도 을 것 같은 얼굴로 가 만히 있기에 나는 순을 뻗어 미리내 의 어깨를 토닥였다.
내가 경험한 미리내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말 한 마디도 조심해서 하고, 손길 이 부드럽고, 고작 머리끈 하나에 감 동해서 말도 못 꺼내는, 그냥 그런 평범한 사람.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선유는 좀 이유 없이 미워 하는 것 같기는 했다. '아해가 뭐야, 아해가.' 너무 유치하잖아.
둘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 마냥 친하게 지내라고는 못 하겠다 마••
“너무 미워하지 마셔요.” 미워하더라도 티 안 나게 해. 앞에 선 웃고 뒤에서 패란 말이야.
그런 거 잘하는 양반이 왜 이래, 아 마추어같이.
그렇게 말하며 미리내의  토닥이자 그가 웃었다.
한숨 섞인 웃음이었다. '무슨 생각하는지 들켰나.' 조금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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