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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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정말로 여의주에 이능을 담 아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모르는 듯 싶었다.
서라국의 역사는 꽤나 길다. 혈연 으로 이어졌으니 황제의 이능이 도 화인 것도 그만큼 길었을 것이다.
그만큼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도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건, 정 말 불가능하다는 의미겠지.
그래도 혹시 몰라 나름 전문가인 유리에게 여의주를 가져가 보니 충 격적이고도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
다.
'아, 아드/꽿트라고요? 엄경7난  이 느껴又/가는 할e/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어떤 가합0/ 걸려 있는지 알지 못
'
하면 아드/팩트를 주가 업이고.
이게 문제였다.
여의주 안에는 수많은 이능이 담겨
여의주를 붙들고 그 이능들을 조목 조목 대며 써 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혹시 내가 이능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고운과 유리에게도 부탁했지 만, 결과는 동일했다.
결국 나는 뼈아프게도 이 여의주가 이능 보관 말고는 아무 힘도 없다는 걸 인정해아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이능 겸 마력 고갈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사
실.
여의주가 무용지물이라는 게 밝혀 졌는데, 마력 고갈마저 지속적이면 유리를 볼 낮이 없었다.
유리에게 그 사실을 말해 주자 잠 시 내가 왜 이 고생을 했나, 싶은 얼굴이었지만, 금세 유리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 와중에 서 대륙의 사신들이 모 두 투옥되어 돌아갈 수가 없다며, 내게 아티팩트 대신 자신을 서 대륙 으로 안전히 갈 수 있게 도와 달라 고 요구하는 것까지 아주 야무졌다.
그 해사한 얼굴을 마주 보며 나는 유리가 조금 부러워졌다.
년 일이 다 해결됐네•••  일전에 방법이 두 개라고 말은 했 있지만, 기실 하나에 가까웠다.
이능이 없는 돌연변이는 아주 희귀 했고, 그중에서도 후천적으로 이능 이 생긴 돌연변이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여의주에 내 모든 기대를 걸었는데, 이런 결과라니.
마지막 하나 남은 희망이라면 실록 이었다. 혹시라도 이능이 생긴 사례 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은.
하지만 실록은 방대했고, 나는 그 모든 일을 끝내고 나서도 아무 소득 이 없을 시 찾아올 허무함이 무서웠
다.
그래서 잠시 머리도 식힐 겸.
해결해야 할 다른 일도 할 겸.
선유를 만나러 왔다. 갑작스러운 내 방문에도 그는 흔쾌 히 나를 받아 주었다.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탁자만 내려다보다 슬쩍 눈을 올리 자 진청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그가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웃었다.
그 눈과 마주친 나는 다시 고개를 내릴 수가 없었다.
저번에도 한 번 보았던 눈이지만, 선유는 참 슬프게 웃었다.
•••폐위를 원하셨다 들었습니 다.”
나는 양심이 국국 찔리는 것을 외 면하며, 입 안을 맴돌q갔던 질문을 뱉었다.
“황궁을 떠나시려고요?” 그 말은 조금 조급하게 나갔다.
그가 간혹 가다 저렇게 1- 1- 1- 근0  하는 것과 황궁을 떠나려는 것이 이 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황궁을 떠난다면 제법
곤란했다.
이능이 통하지 않는 황궁은 안전지 대였고, 마지노선이었다.
황궁 안도 완벽히 안전하지 않은 판에, 그것마저 사라진다면 정말 위 험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을 모丁己드으 1- 7니 처럼, 그가 덤덤히 대답했다.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역할을 알고 있으니 이곳에 남아야겠지.”
마치 감수하겠다는 것 같은 목소리 가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게 티가 났는지 선유가 웃었다.
“내게 미안한 모양이구나.” 사실 조금 그랬다.
떠나고 싶어 하는 그를 억지로 못 가게 잡아둔 것 같아서. “어째서 떠나고 싶어 하시나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렇게 물었다.
그저 말하기 싫을 수도, 아니면 만 난 지 일마 되지도 않은 내게 털어 놓을 만큼 가벼운 이야기가 아닐 수 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나와 일절 관계가 없는 덕에 맘 편히 털어놓을 수 있 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털어놓기라도 하면 조금 편안해진다는 것을 나는 그에 게서 배웠다.
“폐하께서는 아직 제 이름을 모르 시지요.”
나는 숨을 삼키고는 최대한 담담히 말을 이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 면, 이야기가 끝난 뒤 제 이름을 알 려 드리겠습니다. 허면 그 순간부터 폐하께서 저를 정의하시는 것이니, 이전의 말들은 모두 잊어버리겠지 선유는 내 이름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름이 불린다면 사라질 '아해'이 니,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아도 되지 않겠는가.
“제가 대단한 위로가 되지 못할 것 은 압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그에게 도 움이 될지 확실치 않았다.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 드리는 것 정도는 저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가만히 두는 것보다는 낫겠 어떻게든 손을 내밀고, 내가 여기 있다고 소리친다면 누군가는 그 손 이 구명줄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
가.
내 말에 선유가 놀란 얼굴을 했다.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
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내, 그가 천천히 입을 열 었다.
“내게도 꼭 너만 한 누이가 있었단 다. 양진께서 모두 일찍 돌아가시고, 내게 하나 남은 혈육이었지.”
여동생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가 너 무 어두웠다.
선유는 웃지도 을지도 못하는 일굴 을 하다가, 한숨을 내쉬듯 말을 이 었다.
“그 아이가 지난해 미틈달(11월)에 죽었다.”
선유는 거멓게 죽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웃음기 없는 얼굴이 무서울 만도 한데, 그저 슬퍼 보였다.
“황후가 된 뒤로 사가의 하인들에 게 맡겨 두었던 누이였다. 헌데도 마지막 숨이 끊기기 직전까지 무정 한 오라비를 찾았다 하더구나.”
그는 잠시 괴롭게 입을 다물었다 가, 고해하듯 중얼거렸다. “그때에 나는 황궁에 있었다.”
“그 아이가 오지 않는 오라비를 기 다리다 죽었다는 서신이 도착할 때 까지, 나는 이곳에 있었다.” 자책이 짙게 배인 목소리였다.
그는 여동생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우선순위에 동생이 조금 뒷전이었을 뿐.
그는 사가 대신 황궁에 머물렀으
니, 그의 첫 번째는 황제였겠지.
'폐하께서 변하소/ 만큼, 포한 햅햊을 뿐. ' 선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황제가, 엄마가 나를 사랑하게 된 것처럼 선유 또한 변했다.
그는 더 이상 황제를 사랑하지 않 는다.
여동생의 죽음 이후에야, 간신히. 어떻게 황제의 이능이 깨어졌는지 의아했지만, 그걸 물을 수 있는 상 황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
다.
쓸쓸하게 죽어 간 아이가 불쌍하 고, 이제야 참담하게 꿈에서 깨어난 선유가 가없었다.
“그 아이를 그리 쓸쓸히 죽게 한 것이 나의 연정이었으니••
“어찌 더 품고 있을 수가 있겠나.
마지막 말은 들리지 않을 만큼 아 주 조용히 속삭여졌다. 곧 그는 고개를 들었고, 평소와 같 이 가만히 웃어 주었다. “이제 네 이름을 말해 주겠느냐?” 아무렇지 않아 하는 얼굴에 나는 장단을 맞췄다.
이름을 말해 주자 선유가 정말 처  음 듣는다는 듯 웃었다.
“미리내가 네 걱정을 많이 하더구 나.”
난데없이 등장한 이름에 의아한 일 굴을 하자 선유가 말을 이었다.
“혹 그를 만난다면, 여식과 누이를 같게 보지는 않는다고 전해 주겠느
나.” 글쎄. 그렇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그는 왜 내게 친절했고, 가끔 슬픈 눈으로 나를 볼까.
꼭 제 누이에게 못 해 준 것을 하 듯이 말이다.
그는 여전히 내게서 제 누이의 그 림자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미리내도 그걸 알고 견제했던 것이 겠지.
나는 잠시 고민한 뒤 물었다. “그것이 나쁜지요?”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선유 가 입을 작게 벌렸다.
하지만 그는 오래 지나지 않아 고 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너는 너일 뿐인데, 다른
것을 덧씌워 너를 지우는 일 아니 나.”
“하지만 폐하께서는 이미 그 둘이 다름을 알고 계실 것 아닙니까.”
•••그렇지.”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정말 소중한 것은 다른 것으로 대 체될 수 없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비슷한 무언가 를 찾는 것은, 그 빈자리己르 口丁八이 0 로도 채우고 싶을 만큼 슬프고 공허 하다는 의미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가.”
선유가 혼내듯이 나를 불렀다. 나 는 그 다정함에 옅게 웃었다.
“대체할 것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 라, 그저 그만큼 그리운 것이지요. 이것을 보아도 그이가 생각나고, 저 것을 보아도 그이가 생각날 만큼.”
“하여 비슷한 누군가를 보고, 참을 수 없이 그이가 그리워졌을 뿐입니 다.”
말을 끝낸 나는 다시 선유를 올려
다보았다. 그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는 폐하께서 그리워하시는 그이 와 다릅니다. 아시지요?”
•••알다마다.”
“그 아이가 저와 많이 닮았습니 까?” 선유의 눈빛이 애틋해졌다.
그는 나를 보고 있지만 시선이 멀 었다.
•••아니. 닮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아린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그럼 그저 많이 그리우시군요.'
태산 같던 남자의 눈에 눈물이 고 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물이 툭 떨어져 내렸다.
그가 조용히 오열했다.
나는 그 옆에서 침묵을 지켰다.
때로는 위로나 조언보다 침묵이 옳 은 선택일 때가 있다. 선유가 그랬듯이 나는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오랫동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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