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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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누구나?”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물어보면 되는 것을 혼자 생각하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내 물음에 단번에 시선이 쏠렸다.
덩치 큰 장정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영 부담스러웠다.
미간을 작게 찌푸리자 남자들이 해 죽 웃었다.
기분 좋은 웃음인 듯했지만 역시나 부담스러웠다. “우리가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려야겠지?” 익숙한 대사인데. 이 소설 표절작이 있나? “전 성연广
“전 여류! 그리고 전 “뭐 하는 짓이나!” 퍽!
춤추듯이 몸을 덩실대며 옆에 서 있는 제 동료를 소개하려던 남자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곰의 앞발을 맞으면 저렇게 몸이 오뚜기처럼 흔들릴까.
그를 후려친 남자와 자신을 여류라 고 소개한 남자가 확확 싸우고 있을 때, 조용히 서 있던 다른 남자가 난 처한 낮을 하고 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노을입니다. 초비 마마.”
격식을 자려서 아주 멋있는 건 알 겠는데 어째 마지막 대사를 완성한 것처럼 들린다.
나는 웃음이 터지려는 입술을 꾹 눌렀다. 그래. 인사는 알겠는데 그래서 너희 누구야.
“아, 저희는 그 내 눈빛에 웃으며 말을 이어 가려 던 노을이 멈칫했다.
더 정확히는 웃는 얼굴 그대로 굳 었다.
시선 처리가 모호한 것을 본 나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 잡일꾼들입니다. 화서궁의 전각 중 하나가 부서졌다고 해서 고 치러 왔습니다.”

당연하게도 나는 의심스러운 눈초 리를 지우지 않았다.
대체 어떤 잡일꾼이 기적도 내질 않고 숨어 있는단 말인가.
그리고 화서궁이 부서져 수리 중이 라면 희사가 날 그냥 보내질 않았을 텐데.
그런 시선을 담아 뚫어져라 노을。
바라보니 노을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이름과 같은 노을빛 눈동자가 사정 없이 흔들리는 게 애쓰지 않아도 보 였다.
거짓말을 지지리도 못하는구나, 정
말.
나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을 보느라 그렇게 눈동자 가 흔들리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곧 나는 그의 눈동자가 나와 아주 가까운 곳을 자꾸만 바라본다는 것 을 알아챘다.
그러니까, 고운이 서 있는 곳.
.으9'
고운의 눈치를 본다고?
한낱 잡일꾼이 고운의 정체를 알 리가 없다.
그렇다면 고운이 그림자라는 것을
안다는 건데•••  그림자의 정체를 아는 것은 소수다.
황제와 그의 측근, 그리고 같은 그 림자.
그리고 타이밍이 알맞게도, 여류와 그의 머리채를 잡은 남자의 속삭임 이 들렸다.
“그, 근데 우리 말 해도 괜찮은가?”
“그런 건 주둥이 열기 전에 고민하 란 말이다!”
그림자구나.
나는 어쩌다 보니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얻었다.
그림자들은 원래 말할 수 없는 것 이 원칙이군.
하긴,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진 다면 고문E-장할 확률이 줄어든다.
고문한다 해도 정보를 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쓸 수 있다면 또 달라지겠지 만
•••고운이 굉장히 위험해진 것 같
은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을 우선 지워 낸 나는 노을을 빤히 바 라보다가 불시에 몸을 숙여 고운의 얼굴을 휙 들여다보았다.
들이밀어진 내 얼굴에 고운이 크게 동요했다.
하지만 나는 그전에 비쳤던 서늘한 얼굴을 이미 봐 비렸다.
극복한 건가, 아니면 그나마 노을은  잘 대해 준 이였던가?
노을이 쩔쩔매는 것을 보니 후자 같기는 했다.
아니면 고운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심부름꾼 정도였거나.
어찌 되었든•••••• 흐음. 그래. '그림자란 말이지.' 그래도 노을은 고운이 좀 편하게 여기는 것 같으니, 너 하나만 살려 주마.
“잡일꾼이란 말이나?”
곧바로 돌아온 대답에 나는 싱긋 웃었다.
“마침 잘되었구나. 화선궁에도 치워 아 할 것들이 많았는데. 도와주겠느
나?”
말은 부탁이었지만 기실 안 할 수 가 없을 것이다.
황제의 직속 부대인 그림자라면 모 를까, 한낱 잡일꾼이 현 황제의 후궁 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예. 하명하소서.” “따라오거라.” 그리고 역시나, 노을은 기다림 없이 곧바로 부복했다.
나는 휙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걷는 소리는 제대로 들 리지 않았지만 씩 걱정하지 않0갔다. 고운도 낮에만 부러 발걸음 소리를 냈다. 조용한 밤에는 흙바닥에서 장 문으로 도약하는데도 옷자락 소리 하나 내지 않았던 그다.
덩치는 산만 한 것들이 발소리 하 나 나지 않는 것은 퍽 섬뜩할 만했 으나, 도리어 그들이 그림자라는 확
신을 주어 흡족했다.
그림자들의 단련된 몸을 혹사시기 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사정 안 봐주고 굴려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내 눈앞 에 펼쳐진 광경들을 바라보고 있었
다.
“다 끝냈습니다, 마마! 이제 또 무 엇을 할까요?”
•••저기. 저 전각도.” “예! 바람처럼 끝내 두겠습니다!” 발개진 얼굴로 아이처럼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 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이 기분이 좋아 그렇지, 땀 한 방을 홀리지 않은 상 태라는 것도.
분명 처음 화선궁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나는 투지에 가득 찬 상태였다. 화선궁을 아무리 쓸고 닦고 정리한 다고 해도 거주하는 이가 없는 궁이 다 보니 내가 머물렀을 때보다 더러 웠다.
무엇보다 나는 화선궁에 있는, 방지 되어 부서지기 직전의 전각들을 두 엇 알았다.
모여 있던 그림자는 노을을 제외하 고 다섯이었다.
그들을 화선궁으로 데려온 나는 고 운을 노을에게 맡기고는 나머지 사 람들에게 말간 얼굴로 전각을 고지 라 명령했다. 말도 안 되는 말이라는 것은 일찌 감지 알았다.
암살과 뒤처리에 능한 이들이 건물 을 기진 새로 지이아 하는 것을 잘 할 수 있을 리가.
하지만 나는 표면적으로 8살이며,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모든 이른들 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그 들이 망치기만을 기다렸으나•••  “자아, 어떻습니까!” 결과는 보다시피 이것. '그림자를 건축 실력 보고 뽑나?' 무슨 짓을 하면 원래 지어져 있었 던 것보다 더 잘 지을 수 있는 거 지?
전각 하나를 우다다 지어 버린 그 드 0 내가 시킨 두 번째 전각도 눈 깜짝할 새에 지어 버렸다.
저들이 개미인지 인간인지 헷갈릴 만큼 빠른 속도였다.
그럼에도 힘든 기색 하나 없기에 다른 잡일들도 시켰더니, 그런 잡일 을 하는 것이 기분 나쁘지도 않는지 공 주워 온 강아지 같은 얼굴로 쪼 르르 내게 달려와 깔끔하게 해 둔 일들을 자랑했다.
내가 저들을 혹사시기는지 저들이 날 혹사시기는지 모르겠다.
“저어, 마마••
내 곁에 서 있던 노을이 안절부절 못하며 물었다.
방금까지 여류가 잘 닦은 화로를 자랑하는 것을 들어 주느라 머리가 아팠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에 게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느냐?”
“이, 일은 소인이 더 잘합니다.” “할 필요 없대도. 쉬어라.” 역시나 똑같은 말에 나는 말을 딱 자르고 고개를 돌렸다. 노을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본인도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시종이 맞았는지, 제 상전들이 일을 하는데 본인은 쉬고 있는 것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그것으로 그림자들이 트집 을 잡으면 내게 오라고 해야지.
그들의 앞에서 대놓고 감싸 줄 수 는 없지만 내 궁으로 처소를 옮기게 해 줄 수는 있으니 말이다.
“으랏차!” 나는 여류가 한 곳에 잔뜩 쌓여 있 던 버려진 화로를 한 번에 들어 올 리는 것을 착잡한 눈으로 바라보았 다.
저번에 내가 아팠던 탓에 한동안 화로에는 불씨가 마를 날이 없었고, 그 덕에 그을음이 남아 있는 상태였 다.
그것들을 죄다 꺼내서 닦으라고 했 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저 많은 양을 단번에 들고 있다.
내가 원했던 건 하나하나 옮겨서 어렵게 닦는 것이었는데!
내가 한다면 한참을 박박 문질러야 할 그을음이 그림자들의 손이 스치 자마자 사라졌다.
청소의 신이라도 되는 거야, 뭐야. 이제 일거리도 다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어린아이 처럼 잘 지이진 전각을 부수고 화로 에 젖은 흙을 끼얹으며 억지를 써야 할 판이었다.
패배를 인정하니 뒷맛이 썼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손짓으로 그 들을 불러들였다.
“마마께서 부르신다!”
“예, 마마!”
쭈그려 앉아 화로를 닦고 있던 그 림자들이 곧바로 일이서 내게 달려 왔다.
흙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달려오는 데, 그 해맑은 얼굴과 몸 탓에 물소 때처럼 보였다. “부르셨습니까, 마마?”
“부르셨습니까, 마마!”
“하명하소서!”
“너희, 이•••   조용히 해라, 노을!” 난처한 얼굴로 그들을 말리려던 노 을의 말은 한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 에 묻혀 버렸다.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하는 수 없 이 입을 다문 노을이 안타까워 보였 다.
돌아가자마자 미리내에게 서신을 써야겠다.
그림자의 시종 정도는 괜찮겠지.
더 이상 저기에 두었다가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나는 서늘한 눈으로 그 말을 한 남 자를 바라보았다.
“너. 여류라고 했던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여류의 얼굴이 단번에 환해졌다.
나는 설핏 눈가를 찌푸렸다.
“네가 저 화로를 가져다 버려라. 닦 아 봤자 쓸모가 없구나. 나머지는 모 두 돌아가도 좋아.
“예, 마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내 말에 다른 그림자들이 차례로 인사하고는 저벅저벅 걸어 화선궁을 나섰다.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흙먼지가 가 득 일어났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 사이에는 어 안이 벙벙한 얼굴의 여류가 서 있었 다.
이제야 조금 마음에 드는 얼굴이 나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네가 일을 제일 잘하기에. 왜. 싫 으냐?” 그 말에 벙쪄 있던 여류의 얼굴이 서서히 펴졌다.
환하게 빛나는 눈을 한 그가 입을 함지박만 하게 벌리고는 해사하게 웃었다.
“망극하옵니다, 마마!” 나는 대답하지도 않고 획 몸을 돌 렸다.
평소처럼 조용히 걸으려 했지만 자 꾸만 발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뒤에서 기분이 좋은 듯한 콧노래가 나 들으라는 듯이 크게 들 려왔을 때, 나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 이를 으득 갈고 말0갔다.
왜 끝까지 해맑은 거야, 기분 나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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