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H卍
나는 장가에 가만히 서서 눈을 감 았다.
장밖에 달이 밝고, 바람이 소슬하니 이것 참•••
“무엇 하십니까?”
•••월 하고 있지.
분위기 잡기에 실패한 나는 내게 말을 건 여류를 흘겨보0갔다.
여류가 머쓱하게 뒷 목을 긁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잠자리에는 안 드시고 그리 서 계시니•• 핀잔을 줄 생각이었는데, 그 말이 들린 말도 아니어서 나는 입을 다물 었다.
그래도 이 야심한 밤에 깨어 있어 아 할 이유는 있었다.
지수를 그렇게 보내고, 오늘이 딱 삼 일째가 되는 밤이었다.
사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 니어서 뒷맛이 썼다.
그때는 하도 겁을 집어먹길래 믿는 줄 알9갔는데, 연기였던 걸까?
하루도 안 돼서 후다닥 황궁으로 돌아올 줄 알았더니만.
내 거짓말을 눈치챘든, 무슨 사정이 있어 늦었든 오늘이 지나면 지수는 내 거짓말을 확실히 눈치챌 것이다.
역시 사람을 섣불리 부리려고 한 게 문제였던 걸까. 하고 생각했을 때, 획 하고 방 안이 어두워졌다.
부러 등불을 최소한으로만 켜 두고, 달빛이 방 안을 밝히게 두었다.
그러니 방 안이 어두워졌다는 건 누군가 장가를 가렸다는 것.
고개를 들어 장가에 앉아 있는 남 자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빙긋 웃었
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네. '쫄보 맞았나 배' 등장이 요란하기도 하지. 태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내 옆에서 무언가가 획 움직였다. “어이구, 이게 뭐람.” 순식간에 방 안이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여류가 무언가 를 밟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당연하게도, 시 간 맞춰 헐레벌떡 뛰어온 지수였다.
순식간에 제압당해 목이 밟힌 지수 가 바둥거리지도 못하고 덜덜 떨었
다. “해 케엑 재 뭐 하는 기아, 내 소중한 자원한 테!
“여류, 물러나.” 발에 힘을 주던 여류가 내 말에 나 를 바라보0갔다.
사람 하나를 없앨 뻔한 상황에서도 그의 눈동자는 평소와 같았다.
“죽이지는 말거라. 쓸모가 있으니
사지만 묶어 노}.” 당황하지 않은 척을 하며 그렇게 말하자 여류가 예, 하고 대답했다.
곧 그는 능숙한 솜씨로 지수를 획 휙 묶어 내 앞에 대령했고, 그는 릎 꿇린 재 내게 바쳐졌다.
“지수9”
•••예. 지수입니다.”
제법 멋졌던 등장과는 다르게 지수 는 그새 초췌해져 있었다. 그러고도 내 눈치를 보던 지수가 고개를 조아 렸다.
“혹 놀라셨습니까? 제가 마마를 놀 라게 하려 이리한 것이 아니라••• “그건 아닌데.”
“예. 아니군요••• • 허면 이 밧줄이 라도 좀,
“그것도 안 되고.” 네가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 기 위함이있다면서 나한테 단검이라 도 들이대면 어떡해.
내 단호한 대답에 지수가 풀이 죽 었다.
나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물었다.
“어찌 이리 늦었어?” 늦었다니요! 마마께서 주신 시간
이!"
“시간이?” 사흘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여란 가는 수도에 있으니 말이다.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바락 대들던 지수가 입을 합 다물었다.
•••송구합니다.” 아니, 사과하라는 건 아니었는데. “어찌 그래. 이유를 말해 보거라.” 내 말에 지수가 눈을 도르록 굴리 더니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보는 눈이 많기도 하고••• •• 제 처 지에 공주 마마를 대놓고 알현할 수 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황궁의 결계 가 다시 강해져 이능도 못 썼습니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결계가 다시 강해졌다고?
'무슨 계기로?' 황궁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모두 아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바뀐 게 없는데.
굳이 따지자면, 귀양을 갔던 황후가 돌아왔다는 것뿐.
내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 안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지수가 갑 자기 고개를 숙였다. “소인이 진정 죽을죄를 지었습니
아이고, 깜짝아.
놀라 어깨를 떨었다.
지수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못 본 것이 다행이다.
“감히 공주 마마를 겁박한 죄, 이 몸이 백번 고쳐 죽어도 부족하나, 너 그러우신 공주 마마께오서 부디 용 서해 주심이•••
슬쩍 위를 올려다보며 하는 말이 번드르르하기도 하다.
“흠, 그래?”
“예. 이번만 살려 주신다면 신(臣) 지수, 평생토록 공주 마마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할 것입니다.” 네 이능이 소망도 아닌데, 내 안녕 과 평안을 기원해서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싶다만.
그래도 좀 불쌍하기는 했다.
따지고 보면 재도 돈 받고 한 일일 뿐인데.
발발 떠는 모습이 하늘의 별이라도 따오겠다는 듯 절박하기도 하고•••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나는 입을 열었다.
“진정 그리 생각하느나?”
“내가 너를 살려 준다면 은혜를 갚 겠나는 말이다.”
“예, 예!"
지수의 얼굴이 단번에 밝아졌다. 알 쌍하니 사기꾼 같던 얼굴이 순식간 에 순박해졌다.
나는 그 얼굴에 마주 웃이 주었다.
“허면 내 명령을 하나만 수행해 오
거라.” 가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대가 없이 풀어 주기는 좀 그랬다.
어쨌든 지은 죄는 있으니까.
“내 아버지가,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여란 가에서 판매하고 있는 그 약
말이다.”
“예, 마마. 저도 잘 압니다. 그것을 구해 오면 되는 것입니까?” 성격 급하긴. 말은 끝까지 들이아 하는 법인데.
“헌데 그 약이 사람을 백치로 만드 는 아주 위험한 약이거든.”
내 설명에 밝던 지수의 얼굴이 잠 시 멈칫했다. 나는 차근히 더 설명해 주었다.
“내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는 것과 그 약이 서 대륙의 사신에 게서 나왔다는 증좌를 가져오너라.”
하늘의 별도 따올 것 같은 얼굴을 했으면, 응당 그 기대에 부응해 주어 야지.
지수는 충격받은 얼굴도 하지 않았 다. 이해조차 못 했다=1- 드 1- 도 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싱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툭 두드려 주며 준비해 둔 다식을 입에 넣었다.
내 속셈을 알아챈 지수가 발버둥을 졌지만 여류가 눈치 빠르게 그의 턱 을 잡았다.
자, 꼭꼭 씹고. 옳지. 꿀꺽.
“이번에는 특별히 네 말을 반영해, 이레 동안 기다려 주마.” 잘해 봐. 파이팅!
여류는 참 제 상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황족들은 대부분 그랬지만, 산야는 유독 더 그런 아이였다.
대체 저 정체 모를 사내는 누구고, 우리 마마께서는 저자를 어찌 알고, 또 저 대화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황족에게 충성하는 그림자이 니 황족 중 누구를 모시더라도 제 목숨을 바쳐 상대를 호위했을 것이 다.
그건 그 상대가 그의 뺨을 갈기든 입을 맞추든 똑같을 결과였다.
하지만 산아는•••••• 참••• '나쁜 주인은 아니신데.
무례하다 말 할 수도 있는 궁녀들 의 야단에도 산야는 눈이나 한 번 흘길 뿐 그들을 책망하지 않았다.
그건 여류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산 아는 여류의 주제넘는 행동을 무시 할지언정 벌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참 자애로우시고, 귀여우시 고, 하여튼 좋은 주인이신데.
그때, 갑자기 묶여 있던 사내가 발 비등을 졌다.
여류는 생각할 새도 없이 그를 붙 들었다.
상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야 하는 여류에게 돌발상황이란 달 갑지 않았다. 하지만 산아는 한술 더 떴다.
그의 입으로 가져가려 하기에 여류가 기겁해 막았더니 산아가 그 를 빤히 바라보았다.
산야의 손을 따라 움직이니 사내의 턱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됐고, 종내 에는 그의 입을 틀어막게 했다.
그러자 사내의 목울대가 꿀꺽, 하고 넘어가는 느낌이 났고, 여류는 그제 아 산아가 그에게 무언가를 먹이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특별히 네 말을 반영해, 이레 동안 기다려 주마.” 그건 또 무엇이람.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한 여류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산야는 정말 좋은 주인이었 다.
하지만 여류는 이제 조금의 위기감 느꼈다.
산야는 기묘한 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러했다.
그 조용하고 무심한 아이는 아주 천천히 궁을 바꿔 두었다.
모든 궁인들이 동궁에 배지되길 원 했다.
공주의 지밀나인은 아이가 입궁 때 부터 모셔 온 궁인들이 있기에 더 이상 충원하지도 않건만, 그들은 잡 일을 하는 세답방에라도 가고 싶어 했다.
당장 여류부터도 공주의 호위를 맡 게 되었을 때 목석같던 그림자들에 게 눈총을 받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황족들은 대부분 상냥했으나, 산아 는 조금 그 궤도가 달랐다.
누구든 제 수족을 아꼈으나, 산아는 단순히 아랫사람을 부리듯 대하지 않았다.
제게 익숙한 이들을 볼 때면 산아 의 대도부터가 달라졌다.
다른 이에게 일절 관심이 없는 무 심한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정말로 소중한 무언가를 보듯이, 산 아는 제 사람들을 그리 아꼈다.
노골적인 그 변화를 눈앞에서 본 이라면 누구도 그 상냥함을 탐내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더 각별히 아끼는 것이 티가 날 정도로, 고운은 산아에게 굄 을 받0갔다.
여류의 시선이 고운을 향했다. 0 0 어릴 적부터 검투장에서 기 워진 아이였다.
그 실력이 출중해 아이의 소문이 이리저리 퍼졌고, 황제는 그를 제 그 림자로 삼았다.
그때의 고운은 눈동자에 빛이라곤 없었고,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 같았다.
그렇기에 이린 나이에도 그림자가 되었고, 공주의 호위까지 맡을 수 있
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여류는 고운과 시 선이 마주쳤다.
고운은 매정하게 그를 외면하고는 산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이, 사람 같았다.
여류는 고운을 꽤나 아꼈고, 어린 나이인 고운이 끔찍한 일을 겪은 것 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고운이 점점 제 나이 또래 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마냥 달갑 게만 볼 수가 없었다.
고운은 그림자였고, 살수였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베어 아 하는 검.
아직 미숙한 저 아이가 과연 그것 을 구분할 수 있을까.
그래야만 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을 때에, 황제가 더 이상 제 역할을 수 행하지 못하는 고운을 더 이상 그 자리에 둘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금이야 옥이아 아끼는 공주의 곁에 제 노릇 못하는 검을 두진 않을 것 이다.
그 뒤로 어째서인지 산아는 정체 모를 사내를 풀어 주라는 명을 내렸 다.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내 려 사라졌고, 산아 또한 그걸 아쉬워 하지 않았다.
무심하던 보랏빛 눈동자가 고운을 향하며 휘어졌다.
고운 또한 마찬가지였다.
꼭 주인 눈길 받은 강아지 같은 고 운의 모습을 여류는 착잡하게 지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