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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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에는 공주가 날 적부터 그 힘 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서술되어 있 지 않았다.
그녀가 언령을 갖게 된 것은 즉위 식 이후,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세고 나서부터.
, 그녀는 후천적으로 그 이능。  얻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희망적이있다.
딱 여기까지만.
'하지만 어떻게?'
황족인 25대 황제는 천룡이 되있 다.
하지만 그녀 외의 사례가 없었고, 그녀 또한 어떤 식으로 천룡이 되있 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언령이라는 건 엄청난 이능이지만, 이것도 결국 확률이 희박한 건 마찬 가지였다.
나는 천룡에 관해 책을 더 뒤져보 았지만, 나오는 설명이라고는 25대 황제에 대한 기록이 다였다.
다른 황제들과 달리 그녀는 서자 출신의 황후 하나만을 두었고, 부부 의 금슬이 매우 두터웠다는 것만이 유일한 특이사항.
월까, 대체.
스스
힘이 빠졌다. 엎진 데 덮진 격이라고, 이튿날은 유난히 더 힘든 날이었다.
'L//flö/ (37전又//라e/. 지간이 빠르기도 하지. '
금서실에서 터덜터덜 돌아온 날, 나는 희사가 흥얼거린 말에 고개를 가웃했다.
'양전제?'
'아, 가마께서는 첫 양전又//o/只/e//
희사가 신나게 떠들어 준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조대 황제는 건국제 중 승하했다.
황제의, 그것도 태조의 죽음이니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하지만 건국제인 아륜도 중요한 것 은 마찬가지였다.
아륜의 기간을 줄이거나 늦출 수도 없어, 그날 하루만 초대 황제의 제
사를 지내기로 한 모양이다.
그걸 왜 축제처럼 영천제라고 부르 는지 의아했지만, 나는 굳이 묻지 않고 넘겼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귀일은 일/릭 일이나又iÖh 하니 겸/ 조이/ 일/적 드져요. ' 희사가 웃으면서 한 그 말을 그냥 넘기지 말았어야 해.
이른 시간에 깨운대서 기껏해야 묘 시(오전 5시~7시)일 줄 알았지, 자정일 줄 누가 알았겠나고.
하여튼, 그 시간부터 때 빼고 광내 진 나는 양쪽 귓가에 꽃을 꽂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동백을 꼭 하나라도 달고 다니셔 야 해요.”
내가 졸린 기색이 역력하자 희사가 그렇게 말했다.
이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 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용께서 마마를 확! 낚아채 갈지도 몰라요!”
영천제 당일에는 서라국의 백성들 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자신 을 꽃으로 장식한다.
영천제 날에는 초대 용이 죽은 연
인의 혼백을 데리러 오는데, 용의 눈이 어두워 생사를 구별하지 못한 다고 한다.
그래서 생화로 자신이 살아 있음을 나타내지 않은, 그러니까 꽃을 달지 않은 종종 사람이 실종되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다니 좀 무 섭긴 하지만, 꽃을 장식한다는 행위 덕에 일종의 행사로 자리 잡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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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꽃향기가 가득한 것도, 고 운과 여류, 서연마저 자그마한 꽃을 머리에 단 것도 모두 귀엽지만.
'피곤하다고.'
하품이 나왔다. 머리에 동백 두 송 이를 단단히 엮고 평소에는 잘 하지 도 않던 용 비녀까지 꽂았다.
머리 장식 때문에 누워서 잘 수도 없네.
앉아서 졸던 나는 결국 자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서관에 가야겠구나.”
할 것도 없는데, 한 번 더 뒤져 봐 야지.
그리고 역시나.
없다. 없었다.
머리를 감싸 쥐려던 나는 꽃의 존 재를 깨닫고 다시 손을 내렸다.
정말 어쩌면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지.
자라리 신수 하나 잡아다 축복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떻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
한숨을 푹 쉬는 내 눈에 고운이 보였다.
귓가에 작은 꽃송이를 꽂고 있는 고운이.
그 꽃을 보자 벼락처럼 꽂히는 생 각이 있었다.
오늘은 초대 황제의 기일이었다.
초대 용이 제 반려를 찾으려 황궁 을 떠돈다는 날.
그러면 내가 이 꽃을 빼고 사라진 다면, 용을 만날 수 있는 건가?
'일단 해 보자.' 나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녀를 빼자 머리카락이 그대로 쏟 아졌다. 머리카락에 고정되어 있던 꽃 두 송이도, 함께. 나는 그대로 눈을 꼭 감고 여의 주를 국 움켜쥐었다.
•••들리시나요?' 살면서 신 한 번 믿은 적 없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나 는 눈을 뜨지 않았다.
이런 거라도 시도해봐아 할 만큼 절실했다.
저는 초대 황제 폐하는 아니에요.
그런데 당신을 꼭 만나아 해요.
제 목소리가 들리면, 제발 저 좀 데려가 주세요.
그렇게 생각한 순간, 주위가 고요 해졌다.
아주 작게 들리던 소음들이 모두 깨끗하게 사라진 것이다.
나는 눈을 떴고, 내가 어느 새하안 공간에 와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게 되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어 딘가 이상했다. 공기를 울리는 느낌 이 나지 않았다.
공간의 구분 없이 온통 하얗다. 내 가 땅을 밟고 서 있는지, 하늘을 밟 고 서 있는지 모를 만큼.
[여기 왜 왔어?]
앳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 다.
나는 누군가 나타났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하안 공간뿐 이었다.
[년 아륜이 아닌데.] 용과는 관련이 멀어 보이는 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이런 공간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평 범한 아이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 았다.
그런데 아륜이 아니라니.
나름 호적상 산야 아륜인데•••  “전 산야 아륜이에요.”
내심 섭섭한 마음을 담아 대답하자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게 조금 무서웠지만 나는 말을 이었다.
“혹시 용이신가요?”
그렇게 묻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
다.
나는 내가 물어 놓고도 좀 놀랐다. “살아 계셨어요?”
[나도 몰라.]
여의주는 산산이 깨어졌고, 육체도 조각조각 나뉘어 아티팩트로 사용되 고 있기에 죽었을 줄 알았었다.
영혼 상태라는 것도 아니고, 모른 다는 건 또 뭐야.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왔어요.'
그래도 지금 중요한 건 용의 생사 가 아니었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느냐, 없느나이 지.
지금 내가 여기 와 있다는 건 현 실 세계에서 내가 없어졌다는 의미 일 것이다.
한가롭게 사담이나 나눌 때가 아니
다. 나는 숨을 삼키고는 조심스레 물있 다.
“저도 힘 하나만••• • 주시면 안 될 까요.'
맡겨 둔 것처럼 구는 게 염치없다 는 걸 알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정말 이게 마지막 희망이란 말이
[내게 남은 게 없이.]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참담했다. [나는 이미 다 주었어.]
그 말이 맞기는 했다. 모든 사람들  이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저만 빼먹으셨나 봐요.”
당당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말끝이 처졌다.
다 줬다니. 그럼 나는 뭐야.
빙의해서 이능이 없다기엔, 원작의 산야도 이능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
다.
차별당했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울적했지만, 나는 곧 마음을 다잡고 비녀를 빼어 허공에 쭉 들이밀었다.
“이 안에 이능이 담겨 있지 않나 요?”
[그렇지.]
목소리는 이번에도 곧바로 대답했 다.
나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득 달같이 대답했다.
“그러면 이 안에 담긴 이능이라도 쓸 수 있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것도 없는 하안 공간에 목소리 마저 끊기니 괜히 무서웠다.
[그건 네 힘이 아니라서 후폭풍 이 셀 거야.]
목소리가 기묘하게 가라앉은 말투 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반가웠다.
후폭풍이 세다는 건, 우선 쓸 수는 있다는 거잖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은 아니었 다.
기윤이 조용하다는 게 무서웠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에게서 나를, 그리고 내 소중한 거드으A 근己 지기기 위해서라면 힘이 있 이아 한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나만의 힘이. 황궁에는 수많은 귀족들이 드나들 고, 그들의 힘이 모두 여의주 안에 있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웬만한 귀족가 의 이능은 다 쓸 수 있다는 거야.
일단 가능하다는 게 어디야.
후폭풍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받아 가는 게 낫지.
[정 그렇다면, 알겠어.] [대신 한 번뿐이아.]
이어진 말에 내 얼굴이 그대로 굳 었다.
“八卍까마t
口1- 1- •
[왜?]
“세 번이요.”
결연한 내 말에 목소리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상대 대신 말을 이었다.
여의주는 아티팩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던 유리도 사용법을 몰랐다. 그말인 즉, 꼭 용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건데.
'한 번 가져다 누구 코에 붙여!'
어쩌다 실수로 한 번 빌기라도 하 면 소중한 기회가 날아간다.
나는 용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원래 소원은 세 번인 게 암묵적인 룰이잖아요.”
3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숫자다. 지니도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주있 고, 투란도트 공주도 왕자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었으며 하물며 가위바위보를 할 때도 삼세판을 하 는데.
그러니까 세 번•••••• 어떠십니까.
목소리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지만, 제법 기가 찬 듯했다.
[••••••그래. 그렇게 해.] 하지만 결국 승낙했다. 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이제 가야지.
그런데, 공간이 변하지 않았다. “저 이제 갈게요.”
[응.]
목소리가 대답했지만 여전했다. 시 간차인가 싶어 조금 기다리던 나는 다시 물었다. “이제 돌려보내 주세요.” [그건 네 힘으로 해야지.] 내 힘?
[이능을 줬잖아. 세 번.]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금세 그 말을 이해했다.
아, 이거••
'이거 사기꾼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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