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6 0 0
                                    

•••그러니까, 서 대륙은 마법을 마력이라는 것을 소모해 발동하는
홉, 끅, 끄덕.
“그 마력이라는 것이 현재 몹시 고 갈된 상태이고 ••
훌쩍, 끄덕끄덕.
“그러니 그 마력이 다시 채워질 수 있게 도와 달라•••••• 그 말이오?” 끄덕끄덕끄덕.
알겠으니 그만 울어. 머리 안 아프
유리는 내게 설명을 와르르 쏟아낸 뒤 다시 서러워졌는지 훌쩍훌쩍 울 기 시작했다.
애가 눈에 수도꼭지라도 달린 듯이 피 0 피 그- 0 느E1-기, 나는 차마 그 앨 보호
자에게 획 던져 주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유리가 한 말들이 걸리기도 했고 말이다.
'마력이 있다고?' 동 대륙의 이능, 서 대륙의 마법.
그 둘은 기본적으로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초대 황제를 축복한 용의 의지가 남아 만들어진 것이 이능이고, 용의 육신이 서 대륙에 잠들어 그 파편으 로 만들어진 것이 마법.
서라국의 건국 설화에서 이어지는 이능과 마법의 설명이었다.
이능은 각자의 역량에 따라 어느 정도의 힘을 운용하는지 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능을 사용하며 실체 없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듣도 보 도 못했다.
그리고 설령 그 마력이라는 것이 실존하고, 또 그걸 필요로 한다고 하 더라도 그걸 동 대륙에서 어떻게 찾 게?
“허나 서라국에는 마력이라는 개념 조차 없소만. 어찌 마력을 찾아갈 생 각이오?” 내 질문에 유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는 설명을 할 것처럼 입을 벌 렸지만, 또다시 눈물 섞인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어휴.
“대체 무엇이 그리 서러워 아까부 터 우는 거요?” 이 말 듣고도 또 울겠지. 그래도 이 유라도 들어 보자 싶은 마음에 물었
다.
“그, 그러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저, 저희 왕국이, 위험에, 빠졌는데,” 유리는 숨넘어가게 딸국질을 하면 서도 애써 말을 잇기 시작했다.
“아바마마께서 제게, 혹. 해결할 방 법을, 찾아오라 말하셔서, 사절단에 끼어 왔는데.” 드 0
거기까지 나는 살풋 인상을 찌푸렸다.
국왕의 명이었다고?
사신단에 왕족을 포함시기는 경우 가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나 어린아이에게 나라의 국운을 맡기다
니.
'핑계 아니었을까.' 파릇파릇한 나이의 왕자에게 나라 를 구하라는 것은 동화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경험도, 지혜도 부족한 아이. 용기 와 타인의 선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게 태반인 것이 세상이다.
그래서 이 에도 지금 이렇게 울고 있는 거겠지.
나를 필사적으로 만나려 한 것을 보면 나름대로의 노력은 한 모양이
지만, 글쎄다•••  얼굴을 보자마자 '아름다운 밤입니
다.' 따위의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 는 거 아닐까.
'그건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모르겠1 이.'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걸 비웃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저 애가 너 무 서럽게 울었다.
조금 삐뚤기는 하지만 옷은 잘 자 려입은 녀석이, 그 흔한 수행원 하나 없이 외진 곳에서 눈물 콧물 다 빼 며 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 모습 이 이 세계에 처음 왔던 나와 겹쳐 보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이 겠지만, 너는 최선이었겠지.
황제의 앞에서도 주눅 드는 것 없 이 나섰던 아이가 얼마나 구르고 깨 졌으면 이렇게 숨도 못 쉬고 우나
“아, 아무도••• • 혹. 제 말을, 끅!
안 들어 주고•••  이이구, 서러워.
나는 우선 아이를 다독였다.
이대로 보내기도 그렇고, 아무래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할 것 같은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어깨를 가법게 쳐 눈 을 맞추고는 말했다.
“식사는 하시었소?”
동궁으로 돌아온 나는 우선 유리를 씻기라 명하고, 식사를 준비하라 일 렀다.
꾀죄죄한 몰골이었던 유리는 궁녀 들의 손에 말끔히 씻겨져 뽀송뽀송 해졌고, 밥을 눈앞에 두고도 내 눈치 를 살살 보았다.
“어찌 마마의 앞에서 식사를•••
“그럼 내 보지 않을 터이니 편하게 드시오.”
반박은 받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고운과 노닥거리자 슬그머니 젓가락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궁녀들이 상을 지우러 들어왔고, 나는 그쪽으로 고 개를 돌렸다.
배고팠나. 야무지게도 먹었네.
유리가 볼에 밥풀을 묻히고 나와
1- 0 1 }丁졌다.그•
해실 웃던 얼굴이 호랑이라도 만난 듯 굳어져 있었다.
“환희전에서는 식사를 제대로 안 주오?"
실바누스의 사절이 처음부터 의심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황궁이니만큼 밥은 제대로 줄 텐데.
의아하다는 내 물음에 유리가 볼을 붉혔다.
“그것은 아닙니다만•••  그럼 왜 사흘은 굶은 것처럼 밥을 먹니.
그렇게 물으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 다.
밥 먹는 것 가지고 핀잔주는 것 같 았다.
에니까 좀 많이 먹을 수도 있지. 나 도 간식은 두 번, 세 번 먹으니까.
유리는 어느새 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어 볼까 하다 가 그만두었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본인이 먼저 입 열 것 같은데.
“제발 저희를 도와 주세요•••  역시나.
나는 차를 홀짝이며 덤덤히 대답했 다.
“다짜고짜 도와 달라 하면 내가 어 찌 알겠소. 상세히 설명을 해 보시
오."
“예? 설명은, 아까•••
“그 설명을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 했소?”
제 나라의 이상에 대해 설명을 시 작할 때만 해도 말을 제법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점점 감정에 북받치는 지 종내에는 울음이 말의 절반 이상 을 자지했다.
굳이 정리해서 내가 따로 묻기까지 할 정도로 알아듣기가 힘들었는데, 그걸로 이해해 달라는 게 이상하지.
핀잔을 주자 유리의 얼굴이 빨개졌 다.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자 괜히 미 안해졌다.
“책망하려는 것은 아니었소. 허나 아까 그대의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 던 탓에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말이오.”
“아, 예. 얼마든지 여쭤보십시오.” 유리가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법은 마력을 사용해 발동되고, 그대의 본국에 마력이 고갈되어 그 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 맞 소'2”
“예. 맞습니다.”
“그리고 그대는 실바누스의 제1왕 자이며, 국왕의 명을 받아 서라국에 온 것이고.”
“그것 또한 맞습니다.”
거기까지 물은 나는 말을 멈췄다.
유리는 아주 진지한 태도로 내 말에 대답하고 있었다.
이런 소년 만화 같은 게 진짜 사실 이라고?
“갑작스러우나 그대, 올해로 연지가 어찌 되시오?”
“올해로 열두•••••• 여, 열두 해,  “열두 살이라고 해도 되오.”
••••예. 열두 살입니다.” 궁중 예법 어렵지. 나도 그래. 잠깐의 동질감을 느낀 나는 다시 물었다.
“허면 실바누스의 국왕께서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그대에게 그리 막 중한 임무를 맡긴 것이오?”
“아닙니다! 제, 제가 비록 나이는 이리나 고향에서는 신동 소리를 듣 고 자랐는걸요.”
“그래서 산화정에서 그리 울고 있
단호한 내 반박에 유리가 곧장 시 무룩해졌다.
“하지만, 너무 막막해서 그만•••  짙게 서러움이 배어 있는 목소리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시무룩히 가라앉은 유리의 말이 이 어졌다.
“아바마마께서는 본국에 믿을 만한 이가 그리 많지 않으십니다. 대부분 섭정공의 손아귀에 있으니까요.” “섭정공?”
“플린트 공작이 실바누스의 섭정공
입니다.”
“섭정공이 왕가와 우호적이지 않은 모양이오.” 반쯤 찔러 본 말이었다.
제1왕자라는 유리는 어렸다. 만약 왕이 정사를 돌보지 못할 만큼 몸이 좋지 않다면 섭정을 하는 경우도 있 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왕자를 핍박하지 않았겠지.
플린트 공작은 사절단의 대표 격으 로 보였지만, 왕자가 함께 온 것을 밝히지는 않았다.
굳이 왜 그랬을까.
꼭 대외적으로 유리가 왕자라는 것 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말이 다.
그리고 이번에도 유리의 얼굴은 어 두워졌다.
“그는 섭정공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백성들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나라를 다스린단 말입
니까.”
밝기만 하던 아이의 얼굴이 진중했 다.
그 얼굴을 보며 나는 가만히 생각 했다.
이 친구 참 꿈과 희망에 차 있네. 유리는 확실히 똑똑하다. 저번에 보 았던 대처 능력도 그렇고, 현 상황에 대해서도 제법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리기 때문에 미숙 하다.
부당함에 대해 당연히 도와줄 것이 라 생각하는 거나, 군주라면 마땅히 백성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굳게 믿 는 모습 같은 것들이.
물론 그게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이 정의대로 흘러가지 는 않지 않은가?
“폐하를 만나 뵙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만나 뵐 수가 없었습니
다.”
부탁드립니다. 폐하와 독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유리가 간절하게 내게 부탁했다. 나 는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대의 딱한 사정은 잘 알겠소. 허 나 폐하께선 그다지 관심이 없으실
거요.”
단호한 내 말에 유리의 눈이 휘둥 그레졌다.
“어째서 ••
입을 뻐끔대던 유리가 자그맣게 묻 는 말에 나는 덤덤히 답했다.
“폐하께서는 그대를 도움으로써 얻 을 수 있는 이익이 없으니 말이오.”

17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