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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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몸이 급격히 나빠졌음을 느 꼈다.
하지만 안 아픈 날이 드물었기에, 그저 같은 결인 줄만 알았다. 막연히 언젠가 나아질 거라 생각하 며 제 고통을, 병을 방치했다.
하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고, 심 각성을 느꼈을 때에는 이미 늦어 있 있다. 아니, 일찍 알았다면 무언가 달라 졌을까?
치료를 받을 돈도, 그 치료를 위해 쓸 시간도 없었던 엄마는 가까워지 는 죽음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아마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다섯 살의 어느 날이었다. 여느 아이처럼 아침 일찍 눈을 뜬 나는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 엄마는 나를 마주 안아주곤 했다. 그런데 그날에는 돌아오는 포 옹이 없었다.
-일가? 벌떡 일어난 나는 잠든 엄마를 1 들었다.
힘없이 흔들리던 엄마가 눈을 찌푸 리며 느릿하게 눈을 떴다.
그 날따라 엄마의 눈동자가 흐릿했 다.
흔들리던 눈동자가 나를 향했고, 절망스럽게 가라앉았다.
엄마는 얼마 전부터 일을 나가지 않았다.
우리 딸과 더 오래 있으려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나는 반색했다. 그저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점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했다.
일어나라며 엄마를 흔들면 그녀는 누워 있으면 시원하다며 웃었다.
하지만 어느 날에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했다.
어렸던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엄마의 감정에 휩쓸렸다.
엄마가 평소처럼 웃는 날에는 나도 밝았지만, 엄마가 우는 날에는 어쩔 줄을 몰랐다. -어릭, 이꽿하又/•••  -일가?
엄마의 얼굴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안 되는데, 하고 중얼거렸다.
엄마가 느을 뻗어 내 얼굴을 쓸었 다.

울음기 어린 애끓는 목소리였다. 엄마는 절박하게 생의 끝을 붙들고 있었다.
-일가가口/았해/. 아가, 일가가 나는 엄마의 표정에 덩달아 울상지 었다.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일가 의 을이? 이니 아까?
내 표정에 엄마가 눈을 크게 떴다. 아나, 산야야. 울지 마. 울먹이는 내 눈가를 닦은 엄마가 금세 웃으며 고 개를 내젓는다.
—Ök½k. 안 을이. 하품하/Ⅸ7 그라% 졸려서. 다시 평소와 같은 엄마였다. 탁 맥 이 풀렸다.
-그림 얼른 자. 귀가 토듸k.토특h해 줄게.
-아냐, 아가. 조금만 너•••
엄마의 목소리가 아스란했다. 당장 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작았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빤히 바 라보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산야야.
-으응. 왜?
귀찮음이 묻어나는 말투에 엄마가 웃는다.
-아가. 일가가 많이 사람하/ -정말로, 정말 많이 사람하/.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나는 순순 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나도 사람해.
웃고 있던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고마우7. 사람하/  -나도 고마우7. 나 사람하/ 월전. 엄마는 내게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 주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말이 있는데, 그날따라 유독 불안했다.
-일가. 의/ 그래?
내 물음에 엄마는 대답하지 못했 다.
한 번 깜빡이지도 못한 눈에서 눈 물이 흘러내렸다.
-산야야. 일가가 너무 졸려서, 오  있을 것 같아.
불안한 반문에 엄마가 나를 안심시 기듯 손을 꼭 잡0갔다.
보드라운 손에 거칠거칠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제 너무 늦기/ 자서, 졸린가
와.
—4/7/ 어제 일릭 자라고 햊잖0/! -그리게.口/았해/.
또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 붉어진 눈으로 웃었다.
-의 자꾸 을이?
—ÖkLh. 을이. 하품하구느 거야. 너무 졸리세 -아까도 그 말했잖아!
웃고 있던 엄마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일가가 너무 오랫동안 안 일이나 면, 꼭 조/고해/oh 해. 어꾸7// 하는지 일가가 가르쳐 품/져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물 었다.
-일가, 안 일어날 거야?
-ÖkLh. 일어날 거야. 그런데  모르니까.
엄마의 목소리가 잠에 취한 듯 느 렸다. 그게 불안했다.
-꼭, 꼭 그럵7// õ//Öh 해.
-우. 알겠어.
엄마의 단호한 말에 그렇게 답하자 엄마가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착하다, 우리 딸•••  엄마는 이제 완전히 잠에 취한 듯

보였다. 눈꺼풀이 느릿하게 깜빡였
다.
-조금만 자고 일어날 거지?
그저 잠드는 것뿐인데 이유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서, 나는 엄마의 차 가운 손을 꼭 잡았다. -꼭 일어나야 해. 알겠지?
내 말에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장면들이 빠르게 돌아간다. 해가 뜨고 달이 지는 동안 내내 그 방 안이었다.
엄마는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아 주 오래, 깊게 잠들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말을 지기지 못 했다.
-일어난다고 했으니까•••
죽음을 알기엔 너무 어린 나이있 다.
한여름인데도 차가운 엄마의 손을 주무르고, 이불을 몇 겹 덮어 주었 다.
그리고 내내 그 방 안에 앉아서, 엄마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한여름이었고, 전기마저 끊긴 옥탑 은 유독 더웠다.
엄마가 잠든 뒤, 얼마의 시간이 지 나고 나는 이불을 들쳐 보0갔다.
그 순간, 평화롭고 따뜻했던 집은 돌변했다.
이상함을 느낀 이웃의 신고는 늦었 고, 이린 나는 그 안에 오랫동안 고 립되었다.
마침내 그곳에서 나왔을 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저 잊기에 급급했다. 기억할 수 가 없었다.
엄마가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아무 렇지 않은 척 나를 달랜 것은 허무 하게 사라졌다.
그녀가 나를 그토록 사랑했다는 것 도, 그를 위해 죽었다는 것도.
내게 남은 것은 그 끔찍한 광경뿐 이었고, 나는 결국 그 모든 것을 잊 었다.
나는 황망히 지나가는 장면들을 바 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멈춰 선 장면은, 내 오 랜 꿈이었다. 지금껏 늘 꿨었던, 깨어나면 잊혀 졌던 엄마의 꿈
그 꿈들은 모두 하나였다.
쪼그린 등, 올려 묶은 푸석한 머리 가락.
등을 돌려 울고 있는 엄마.
나는 이 세계에 다시 돌아와서야 첫 번째 생을 기억했다.
만약 내가 전생에서도 그 생을 기 억했다면. 그래서 다섯 살의 정신이 아닌, 조금 더 나이를 먹었다면 달 라졌을까.
아니, 이미 이런 가정은 의미가 없 었다.
나는 두 번째 생에서 엄마를 죽였
다.
내가 없었다면 일마든지 괜찮을 수 있는 삶이었는데, 나 때문에.
그런 주제에, 나는 지금껏 그 사실 을 잊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살리기 위해 죽었다. 그 끝이 너무나도 초라해서, 일평 생을 고생만 하다가 그렇게 죽어 비 린 당신이 너무나도 가여워서.
꿈에 나타난 엄마의 등을 보며,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차가운 손을 맞잡 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철없던 탓에 당신의 고생을 알아주 지 못해서, 그렇게 죽게 두어서 미 안하다고.
그래도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했다 고
정말 미안하다고, 한 번만이라도 말할 수만 있다면.
어느새 공간이 바뀐다. 눈앞이 새 하얘지더니 이내 익숙한 곳이 보였 다.
탁자에 앉은 엄마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위로 첫 번째 생의 황제가, 두 번째 생의 엄마가.
꿈속의, 울고 있던 엄마가 겹쳐진 다.
잔잔하던 엄마의 얼굴이 놀란 표정 으로 바뀐다.
엄마가 내게 다가와 볼을 쓸었다.
“아가. 왜 울어.” 소끄01 따듯했다.
엄마가 살아 있어.
방금까지도 내 기억에서 죽어 있었 는데.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람이었는데. “나를 무작정 용서하라고 그 기억 을 보여 준 것이 아니야.”
엄마가 아프지 않게 눈물을 닦아 내며 말했다.
“하지만 네가 미워하고 싶지 않다 면, 이 기억이 이유가 될 수 있을 테니 보여 준 거란다.” 그러니까 울지 마, 산야. 응?
다정한 말에 더 눈물이 났다. “내가•••
“내가 어떻게 더, 미워할 수가 있 어요.”
당신이 내 어머니가 된 것이 내 의지가 아니듯이, 용서 또한 같았다. 첫 번째 생에서 엄마는 나를 무관 심으로 죽였고, 두 번째 생에서 나 는 무지함으로 엄마를 죽였다. “그 삶이 속죄였나요?” 더 미워할 이유가 없다. 엄마는 죽 음을 죽음으로 갚았다. “그래도 그렇지, 왜 그렇게 살9갔어
내게 조금만 덜 신경을 썼다면 그 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냥 좀 덜 챙기지. 내가 아프면 그렇게 병원에 갔으면서, 본인 몸 힘들 때 하루라도 쉬지.
왜 그렇게까지•••  “아나, 산야. 그렇지 않았어.” 엄마가 가만히, 서글프게 웃었다.
“내가 네 엄마로 살 수 있었던 삶 이 어떻게 속죄였겠니.” 그 얼굴이 어두움 없이 밝았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네가 날 아주 많이 사랑해 줘서, 그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서 뭐든 해주고 싶었어.”
“결국 널 또 혼자 두고 가서. 그게 너무 미안했을 뿐이었단다."
내 머리를 쓸어넘기던 엄마가 가만 히 나를 끌어안0갔다.
“년 아무 잘못이 없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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