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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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순간적 으로 배신감이 차올랐다. 분명히 밤 새 있어 준다고 했는데.
아니, 설마 한통속인가?
그러던 사이 숨이 막혀 오기 시작 했다.
^슬 되에서 산소를 보내라고 재촉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팔을 휘저으며 앞으 로 나가려 애썼다.
하지만 평범하게 고여 있는 물이 아닌지 앞으로 통 나가질 않았다.
이상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물이 밖으로 새면 사람들이 깰 텐 데, 이 안은 무섭게도 조용했다.
물이 밖으로 새지 않는다는 의미였
다.
물의 이능을 가진 후궁이라는 의미 겠지.
답은 금세 나왔고, 나는 다급한 상 황에서도 단식했다.

만류 수원. 초반에 잠깐 나왔던 조 연 내지 엑스트라였던 것으로 기억 한다.
근데 기억해서 뭐 해. 그게 지금 어디에 쓸모가 있다고!
만류가 왜 나를 죽이려는지도 알
것 같아 두 배로 짜증이 났다.
만류는 지금껏 다른 후궁들을 죽일 만큼 질투했지만 감히 그-= 0 건들 지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곧바로 살해를 시 도했다.
이유가 너무나 투명해서 구역질이 났다. 내가 약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힘이 없다는 것을 모르 지만, 이 세계에서 이능은 어릴수록 약했다.
그러니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판
단한 것이다.
나는 입 안에서 욕을 씹으며 어떻 게든 몸을 버둥댔다.
급류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시험 삼아 소리를 질러 봤지만 목 소리는 내 앞에서만 휘돌았다.
고요하고 잔인한 감옥.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것 같은 압력이 찾아왔 다.
숨이 막히다 못해 눈이 빠질 것 같았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회전했다. 이
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모든 후궁들은 황제에게 미움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혹시 내가 살아나 제 얼굴 을 확인할까 그는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말은 내 상황을 모른다는 것이
다.
어떻게든 나가서 구조를 요청한다 면 살 수 있었다.
나갈 수 있는 통로는 두 군데였다.
문과 장문.
나는 오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 으로 헤엄쳤다.
口0 내가 깨부수기에는 견고했고, 더 멀었다.
손에 닿는 것들을 뒤로 밀며 앞으 로 나아갔다. 텅, 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가 들렸다.
그게 마치 사람의 목이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어두운 바다에 갇혀 위로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찍어 누르고 올라가는 것이 인간의 머리인가, 장식품인가?
산소가 부족해 시야가 빙글 돌았 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새하얀 장 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힘껏 부딪쳤고, 장이 깨지며 신선한 공기 가 훅 끼겠다.
간만에 들이켜는 숨이 달0갔다. 나 는 호흡을 되찾기도 전에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살려 주세요!”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면 초 인적인 힘을 낸다고 했던가.
나도 그랬다.
어린아이 목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소리가 났다.
그 후 정신을 자릴 겨를도 없이, 몸이 추락했다.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멀었다.
내 침실이 2층이었던가. 그제야 그 런 생각이 났다.
나는 전각의 문을 열고 누군가 뛰 어나오는 것을 본 뒤 정신을 잃었
다.
나는 물속에 있었다.
당연하게도 숨이 점점 막혔고, 나 는 위로 올라가려 발버둥을 졌다.
하지만 몸은 추를 단 듯 무거웠다.
움직임이 격해지니 나도 모르게 숨
0 들이마셨다.
폐부에 공기 대신 물이 들이잤고, 그것은 고통스러워 기침할수록 더 밀려 들어왔다.
어떻게든 나가려 발버둥을 지는 내 발목을 누군가 움켜잡았다.
손이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밑으 로 끌고 내려가는 차가운 손이•••
“아아악!” 나는 소스라치며 마구 몸을 뒤틀었 다.
그런 나를 누군가 강하게 붙들었
다.
손, 손. 그만해. 싫어. 이거 놔!
“산아!”
그 순간 들린 벼락같은 목소리에 나는 순간 놀라 움직임을 멈췄다.
눈앞에 걱정스럽게 쳐진 연하늘빛 눈동자가 있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이곳이 현실인지부터 살폈다.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듯 숨을 크 게 들이마시니 숨소리가 났다.
목도, 코도 아프지 않았다.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어제와 같은 섬뜩한 푸른빛이 아 닌, 평범한 방의 정경이 눈에 들어 왔다.
아. 살았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몸에서 힘이 탁 풀렸다.
•••괜찮나요?” 그 순간 위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 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 를 들었고, 아까 보0갔던 그 눈동자 를 보았다.
그건 미리내였다. 그러니까, 능력을 쓰기 전의 미리내. 나는 안심했던 것이 언제 적이냐는 듯이 다시 굳었다.
얘가 왜 여기 있지?
다행히도 미리내는 나를 금세 놓아 주고는 궁녀에게서 안대를 받아 눈 에 둘렀다.
나는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방
안을 다시 둘러보았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내 궁녀들을 발 견했다.
口}마•
그중에서도 희사는 당장이라도 울 듯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었다.
이미 몇 번 홀렸던 듯 그녀의 눈 가가 발갰다.
“암살 시도가 있었습니다.” 조곤조곤한 미리내의 말에 나는 흠 첫했다.
놀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때를 다시 상기시기는 단어가 껄끄러웠 다.
“황궁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으니 반드시 범이으1- 又卍으 거2' 입니다.” 이어진 말은 믿음직스러웠다.
미리내가 이렇게 이야기한 이상 적 어도 나는 다시 반류에게 죽을 위험 은 없을 것이다.
살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손에 따 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미리내의 손이었다.
왜지? 하는 의문에 답이 느릿하게 따랐다.
그러고 보니, 내가 손을 떨고 있었 구나.
“많이 무서웠을 텐데, 잘했어요.”
“이제 괜찮아요.” 그 말은 평소의 그답게 따뜻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미리내가 정말로 나를 걱정해서 그 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또한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알 아도 그랬다.
하여 나는, 꽤나 쓰고 아픈 응어리 하나를 삼켜야 했다. 아. 나는 저 가식에라도 기대고 싶 을 만큼 무서웠구나.
그 후 내 궁은 조금 분주해졌다.
경비가 더욱 삼엄해지고, 내 궁녀 중 연수라는 궁녀가 차출되었다.
그 과정에서 들은 소문으로는 만류 가 처형되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반류의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수원 가는 꽤나 쓸모 있는 이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일곱 개의 공신 가 문이 아니었다.
얼음을 다루는 하연 가에서 떨어져 나온 방계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황가에 아이를 보낼 만큼 힘있는 가문이었지만, 예화는 그것 을 그 날 화선궁에 자신이 있었다는 말로 일축했다.
그 전까지는 그저 이린 후궁 하나 를 질투해 벌이진 일이었으나, 예화 의 그 말로 이 사건은 황제 시해로 뒤바뀌었다.
나는 반류가 모든 책임을 물고 처 형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우아하 게 찻잔을 들었다.
날 죽이려고 했던 사이코 놈 죽었 다고 슬퍼할 것 같나.
그리고 그 뒤, 서연은 내게 무릎 꿇고 이마를 땅에 대었다.
연수라는 궁녀에게 흔쾌히 내 잡자 리를 맡겼다는 이유에서 였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황제의 후궁을 죽일 뻔한 것은 중죄였기에 그녀는 본래 다른 궁으로, 또는 유배를 가 아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 곁에 남게 했다.
그날, 잠든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 보던 따스한 시선을 기억했던 탓이
다.
정신을 잃기 전 팔에서 통증을 느 꼈는데, 정말로 떨어진 왼쪽 팔이 부러졌었다고 했다. 미리내가 방문한 이유는 그 팔을 고지기 위해서였고.
그것이 호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어 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황제는 종종 다친 산아를 미리내가 치료하게 했으니, 이번에도 그런 경 우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마주했던 눈동자가 생각보 다 따스했기에, 나는 그 생각을 기 억의 저편으로 미뤄 두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
을 때,
“오늘부터 마마를 모실 아이입니 다.”
툭. 서연의 말에 내 손에 들려진 당과가 탁자로 떨어졌다.
내 옆에 서 있던 희사가 웃으며 다른 당과를 내 입에 물려 주었다.
음, 맛•••••• 아니, 이게 아니라.
•••저 애가?
나는 서연의 옆에 선 아이를 가만 히 바라보았다.
서연과 비교했을 때 머리 두 개는 자이 나는 작은 기였다.
게다가 아이는 남자의 복색을 하고 있었다.
궁녀 하나가 빠졌으니 충원이 필요 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아이라니.
성인이라면 호위 무사구나, 하고 생각이라도 하겠는데, 아이는 2차 성징도 오지 않은 정도로 어렸다. 친구로 붙여 둔 건가, 싶기도 했지 만 그랬다면 여자아이를 보냈을 것 이다.
대체 어디에•••••• 저 애를••••••.
“저 아이가 내 시중을 드는 것인
가?”
나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서연에게 물었다.
내 물음에 서연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원하신다면 그리하실 수 있습 니다. 하오나 이 아이는 아직 시중
드는 일에는 서투르고, 그것은 희사
가•••••• 더 잘하니,”
“그, 그래. 괜찮네.”
서연은 내 질문에 아주 당황한 듯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그녀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 고 있다는 점에 안도했다.
내 대답에 서연은 노골적으로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고, 인사를 올리라
11- 듯이 아이의 등을 가법게 밀있 다.
푸슬푸슬해 보이는 회색 머리로 일
굴을 가린 아이가 서연의 꾸벅 고개 를 숙였다.
예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완벽하지 못했다.
나는 아이를 가만히 살폈다.
기본적으로 마른 체구, 눈을 가릴 만큼 덥수룩이 내려온 회색 머리가 락.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뽀얀 피부 와 붉은 입술.
正巨 가렸어도 잘생긴 것 같아 보 이는 얼굴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식으로, 아름다 운 사람들은 등장인물이다.
•••내가 모르는 등장인물인가?
원작에서 주조연 중 산야를 제외한 어린아이는 없었는데.
“그리하면 저 아이는 무슨 일을 하 오?”
“마마께오서 시기는 일이라면 무엇 이든 할 것입니다.” 아이의 인사를 받고 서연에게 질문 하자 그녀가 담담히 답했다.
나는 그 두루뭉술한 대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조용히 이 어진 그녀의 말에 경악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낮 시간은 마마의 호위 에 주력할 예정이오나•••••• 밤에는 마마의 그림자가 될 아이입니다.” 그림자.
나는 그 말에 당과를 씹던 입을 딱 멈췄다.
비밀리에 운영되는 황궁의 암군.
그리고-
'황제의 직속 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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