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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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단순히 호위라고 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그림자.
모시는 이가 빛 아래에서 할 수 이 Ⅳ'1- 느 01 드으1- 모두 처리하는 집단이 었다.
그게 암살이든, 정원의 잡초를 뽑 는 일이든, 돼지의 발을 핥는 것이 든 말이다.
황제에게만 속해 있는 비밀 병기인 데, 그것 중 하나를 나에게 내어 준 것이다.
그들의 무력이 대단하니 내 호위를 맡긴 정도가 아니었다. 그림자 하나 의 양도였다.
그림자들은 극비 사항이기에 그 존 재가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 이 방에 있는 대부분의 이들 이 그림자를 모르거나, 알아도 되는 인원만이 있을 것이다.
서연을 올려다보니 그녀는 답지 않 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다 말해 줄 속셈인 것이다.
아까 무엇이든 시켜도 된다는 말에 알아보았어야 했다. 황제의 직속 군 대라니. 이런 건이, 아닌가?
그림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니 대부분의 후궁들이 그들의 존재를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 황제가 내게 이만큼의 호의를 베풀었다는 것도 모르지 않을까?
로또 맞았다. 나는 반짝이는 눈으로 눈앞의 아이 를 바라보았다.
간당간당했던 목숨줄이 박물관의 금고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앞으 로는 이 아이를 꼭 데리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그리하겠네.” 나는 냉큼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다.
이렇게나 조으 호위라니. 황제의 볼에 뽀뽀라도 해 주고 싶었다.
물론 정말 그릴 생각은 없지만.
아이는 그동안 고개를 숙이고 꼼짝 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 0 보니 정말로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림자이니 어리다고 실력이 부족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음. 뭐랄까.
처음 보는 어린아이. 거기에 또래 인 척해야 하는 나.
좋은 것과 별개로 순간적으로 벽이 300m 정도 생긴 것 같았다.
“안녕.”
나는 어렵사리 말을 건넸다.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을 본 적이 없어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 겠다.
물론 그림자이니만큼 아이처럼 징 정대진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 붙어 있으려면 어느 정도는 친해져야 하 지 않겠는가.
내 인사에 아이가 다시 고개를 꾸 먹였다.
입술을 한 번 질근 씹은 나는 다 시금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나?” 내 질문에 계속해서 땅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가 움찔했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 전에 하도 망부석처
럼 굳어 있어 알아챌 수 있었다.
정적 속에 아이가 입을 우물거렸 다.
작게 입을 한 번 달싹인 아이는, 다시 입을 고집스레 꾹 다물었다.
나는 황망함에 입을 벌리고 말았
다.
•••뭐지?
“마마. 그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합
니다.”
조용히 끼이든 서연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반문했다.
내 얼굴에 서연이 고개를 숙이며 재자 대답했다. “본래 그러합니다. 송구합니다." “아, 아니야. 괜찮네.
이어진 사과에 나는 황급히  내저었다. 불시에 아이에 대한 미안 함이 몰려왔다.
말을 못 하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물어 괜스레 상처를 후버 판 것이 아닌가.
나도 웬만하면 입을 다물고 싶었으 나, 꼭 물어볼 것이 있어 나는 별수 없이 다시 서연에게 물었다. “저 아이의 이름을 아는가?” “새벽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새벽입니다, 가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림자들은 모두 가명을 썼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그맣게 그를 부르자 새벽이 부복 했다.
단번에 무릎을 꿇는 그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무릎은 꿇지 않아도 된 다. 일어나거라.” 내 말에 새벽이 멍하니 고개를 들 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눈동자 가 설핏 보였다. 안개가 낀 듯이 탁 한 푸른빛의 눈동자였다.
그 밑으로 작게 벌어진 입술이 눈 에 들어왔다.
한 번 입을 달싹인 새벽은 일언반 구 없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 시금 고개를 숙였다.
일단•••••• 자기소개를 해야겠지.
“나는 산아라고 한다. 올해로, •  여덟 살이고. 만나서 반갑구나.” 내 입으로 여덟 살이라 말하기가 상당히 부끄러웠다.
나는 귀가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어설프게 입꼬리를 올렸다.
잘 웃지 않아 영 웃는 것이 어색 했다.
그것을 가만히 보는 새벽의 입이 또 벌어져 있었다.
잠시 그러던 그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고, 뒤에서 희사가 국국 웃는 소리와 '귀여우서라' 하고 중얼거리 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서연 빼고 나보다 나이 많 은 사람이 없는데 말이지•••  나는 그 말을 삼기고 쓴웃음을 짓 고는 여전히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 있는 새벽을 바라보았다.
저기 계속 세우니 두기에도 그렇고. 호위라고 꼭 앉히지 말라는 법은 없
으니.
“이리 오너라. • •••무릎은 꿇지 말 고!”
내 앞으로 와 무릎을 꿇으려던 새 벽이 내 목소리에 흠칫 놀라 엉거주 춤 일어났다.
그는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저 손이 등 뒤로 가서 저렇게 있 다면 평범하게 재수가 없을 텐데, 하필이면 저러고 있어 내가 괴롭힌 것 같0갔다.
고개도 웬만하면 드는 것이 좋겠는
“여기 앉거라.” 나는 내 옆의 의자를 손으로 톡톡  드렸다.
새벽은 역시나 반항 없이 그 자리 에 얌전히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 과정에서 또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눈이 보였다.
눈빛은 그가 그림자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진했다.
그 맑은 눈을 보며 나는 나도 모 르게 생각했다.
'음 강아지 같아.'
사람에게 하기 정말 미안한 말이었 지만 그랬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당과 하나를 잡고 조심스레 그에게 내밀었다.
•••먹겠느냐?”
먹어라. 하기에는 정말로 강아지 훈련시기는 것 같아 그렇게 물으니 새벽이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
두 손이었다. 그 손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자, 작아.
고사리손이다. 그 위에 당과를 조 심스레 올려 두는 내 손은 더 작았 지만.
•••금방 클 거야.'
내가 씁쓸한 뒷맛을 씹는 동안, 새 벽이 조심스레 당과를 입으로 가져 갔다. 작게 한 입 베어 무는 입술이 예 뼜다. 내가 원작에서 무엇을 기억을 못 했지.
등장인물이 아닐 리가 없을 것 같 다.
조심스레 당과를 씹던 새벽이 멈칫 했다.
그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당과 쪽 으로 향하는 것을 본 나는 픽 웃음 을 터트렸다.
어린아이이긴 하다는 걸까. 그래. 맛있지?
나는 당과 접시를 그에게 밀어 주 있고, 슬쩍 내 눈치를 본 새벽은 조 심스레 손을 뻗어 하나를 집었다.
그 모습을 나는 가만히 지켜보았 다.
“마마께서 새벽이 마음에 드시나
봐요!”
•••그래. 다행이구나.”
등 뒤에서 발랄한 희사의 목소리와 어던가 불편한 것 같은 서연의 목소 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피곤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 애가 마음에 든다만, 반대 의 상황에서도 그릴지는.
그나마 당과가 통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이 안 온다.
나는 침상에 누워 멀리 보이는 도 자기의 문양을 세 번째 다 세었을 때 그 사실을 인정했다. 도저히, 잠이 안 왔다.
자세를 바꿔도, 이불을 덮어도, 이 불을 지워도 마찬가지였다.
하품이 좀 나서 눈을 감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눈꺼풀이 불편했 다.
눈을 뜨면 어느새 잠기운이란 찾을 수도 없이 눈이 말똥말똥했다.
해시가 벌써 지났을 텐데. 자야 하
는데•••
내가 몸을 한 번 뒤척였을 때 밖 에서 이름 모를 새가 울었고, 나는 자려던 것도 잊고 깜짝 놀라 몸을 화드득 일으켰다.
“ 0
한참을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키니 골이 띵하니 울렸다.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한숨 을 내쉬었다.
벌써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질 못 했다. 피곤해서 머리는 아픈데 영 잠이 오질 않0갔다.
이유는 뻔했다.
새파란 달빛에 젖은 방 안이 물이 찬 것 같이 보여 나는 어깨를 떨었
다.
아예 달빛이 들어오는 장을 다 막 아 비릴까.
아니, 그랬다간 깜깜한 방 안에서 어디에서 뭐가 튀어나올 줄 알고.
어떻게 해서도 확실히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방을 바꾸고 더욱 안전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불안은 끈질기 게 내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나는 결국 빠른 발걸음으로 장가로 다가가 그대로 장을 열어젖혔다.
침의 한 겹만 입은 피부에 차가운 밤바람이 닿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밤의 향기가 났다.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찡했다.
확실하게,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 졌다.
곧바로 내려다보이는 정원은 고즈 넉했다.
경치가 좋은 내 방은 황혼이 내려 앉을 때 장을 열면 가장 예쁜 광경 이 보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와正01 마주 치면 매번 고개를 숙였지만, 고개를 든 그들의 얼굴이 설핏 웃는 것처럼 보여 좋았다.
일하는 사람들을 오래 고생시킬 수 없어 매번 금세 들어오긴 했지만, 나는 가끔 오는 그 시간을 좋아했 다.
숨을 그게 내쉬자 하안 입김이 연 기처럼 피어올랐다.
그게 새삼스럽게 신기해 몇 번 더 입을 모아 입김을 부는데, 장가에 작은 돌멩이가 툭, 하고 부딪혔다.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니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어린아이가 보였다.
회색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반짝 였다.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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